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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 인선의 키를 쥔 권성동 권한대행의 고심이 깊어지고 있다. 여당의 위기상황을 돌파할 적임자를 두고 며칠간의 의견수렴 기간을 거쳤지만, 자중지란에 빠진 보수 진영을 아우를 수 있는 ‘인물 찾기’에 난항을 겪는 모습이다. 당의 쇄신 방향, 정국 수습책에 대한 계파·선수·지역별 의원들의 기준점이 첨예하게 엇갈리는 만큼, 누가 당권을 쥐어도 당분간 당내 분열 양상은 지속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22일 정치권에 따르면 권 권한대행은 주말 동안 비대위원장 인선을 둘러싼 당내 의견을 검토한 뒤 최종 압축된 후보군을 접촉할 것으로 보인다. 권 권한대행은 지난 20일까지 초선·재선·3선·4선 당 각 선수별 모임에서 도출한 의견을 전달받았다. 원내 관계자는 “23~24일 중 의원총회를 열어 권 권한대행이 비대위원장 후보를 보고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권 권한대행과 일부 친윤(친윤석열)계 사이에서는 당초 원내대표가 당무까지 총괄하는 ‘원톱 체제’를 유력하게 검토해왔다. 하지만 선수별 모임에서는 대체적으로 “원톱 체제는 부담이 크다”는 의견이 주를 이뤘다. 당내 비토 여론이 큰 만큼 권 권한대행이 ‘셀프 지명’을 하기란 현재로선 불가능에 가깝다는 시각이 지배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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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에 가장 유력한 시나리오는 경험과 연륜이 있는 현역 다선의원이 비대위원장을 맡는 방안이다. 당의 허리격인 3선 모임에서는 5선 중진인 권영세·나경원 의원을 비대위원장 후보로 추천하자는 데 의견이 모아졌다. 초선과 4선 의원들도 정치적 경험과 연륜을 가진 인사가 비대위원장을 맡으면 좋겠다는 데 공감대를 이뤘다.
원내 인사에 대한 선호도가 주를 이뤘지만, 개혁 성향의 원외 인사를 중심으로 비대위를 꾸려야 한다는 의견도 적지 않았다. 이와 관련 권 권한대행은 최근 윤희숙 전 국민의힘 의원과 접촉해 당이 나아갈 길에 대한 자문을 구한 것으로 전해졌다.
친윤계가 대거 포진한 3선 의원들을 제외한 선수별 모임에서 구체적인 후보군이 제시되지 않은 것은 의원들 간 입장차가 좁혀지지 않고 있어서다. 특히 한동훈 전 대표의 낙마 뒤 당내 비주류로 전락한 친한(친한동훈)계에서는 친윤계 주도의 비대위원장 인선 움직임을 경계하는 분위기다. 수도권 의원들 사이에서도 중진 카드로는 ‘도로 친윤당’으로 돌아가 내년 대선은 물론, 내후년 지방선거에서도 야권에 주도권을 완전히 내줄 수 있을 것이라는 위기감이 감돈다.
한 친한계 의원은 “현재 이름이 오르는 후보군들은 여전히 친윤 색채가 강한 인물들인데, 우리가 싸늘한 민심을 뒤집을 정도의 차별화를 꾀할 수 있겠느냐”며 “탄핵안이 인용되면 조기 대선을 치러야 할 상황에서 당은 여전히 윤 대통령에 대한 미련을 못 버리고 있다”고 비판했다. 반면 한 친윤계 의원은 “이미 원내대표 선거에서 대다수 의원들의 인식이 드러났지 않느냐”며 “지도부에 다양한 색깔을 채워 넣기보다 결이 비슷한 인사로 비대위를 꾸려 잡음이 없도록 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비대위원장 인선을 앞두고 동상이몽식 이견만 보이고 있어 당내에선 “새 비대위가 꾸려지더라도 누가 되든 ‘뒷말’이 나올 것”이라는 우려 섞인 목소리가 나온다. 김재원 전 국민의힘 최고위원은 “혁신형이고 안정적이고 능력도 있고 화합형이고 젊고 수도권에서도 지지를 받고 그런 분이 있으면 우리 당이 이렇게 위기에 있었겠느냐”며 “비상시국에 (비대위원장을) 맡을 분을 팔방미인으로 찾기에는 상당히 어려울 것”이라고 진단했다. 이어 “최소한 어떤 분을 내세웠을 때 공격의 타깃이 되지 않으면서 현 상황을 맡아 리스크를 줄일 수 있는 분으로 선정하는 것이 맞지 않을까”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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