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에너지솔루션이 북미에서 대규모 에너지저장장치(ESS) 프로젝트 수주에 성공했다. 수요 둔화로 전기차 배터리 사업이 다소 위축됐지만 포트폴리오 다변화로 어려운 상황을 극복해 나가는 모습이다. 올해 북미에서만 3건의 조 단위 ESS 사업을 수주했다.
LG에너지솔루션은 20일 미국 자회사 버테크를 통해 신재생에너지 전문 글로벌 사모펀드 운용사 ‘엑셀시오에너지캐피탈(Excelsior Energy Capital)’과 7.5(기가와트시)GWh 규모 ESS 공급계약을 체결했다고 밝혔다. 계약금액은 공개하지 않았지만 약 2조 원 수준으로 추산된다.
계약에 따라 북미 현지에서 생산한 ESS 제품을 오는 2026년부터 공급할 예정이다. 7.5GWh는 약 75만 가구(4인 기준)가 하루 동안 사용할 수 있는 전력량이다.
엑셀시오에너지캐피탈은 지난 2017년 설립된 신재생에너지 인프라 분야 전문 투자 업체다. 캘리포니아와 콜로라도, 테네시 등 북미 전역에 신재생에너지 관련 투자 포트폴리오를 보유하고 있다. 장기적으로 안정적인 수익률 창출을 목표로 적극적인 투자를 이어가고 있다.
LG에너지솔루션은 이번 계약을 통해 고용량 LFP(리튬·인산·철) 롱셀 ‘JF2셀’ 기반 컨테이너 뉴모듈라이즈솔루션(New Modularized Solutions) 제품인 ‘JF2 AC 링크(LINK)’를 공급한다. 일반적인 LFP 배터리보다 에너지 밀도를 한층 높인 제품으로 냉각 효율이 높은 수냉식 시스템을 적용해 성능과 안정성을 강화한 것이 특징이다. 모듈러 디자인을 통해 고객이 원하는 용도에 따라 다양한 맞춤 설계가 가능하다.
ESS 사업 최적화를 위한 전력제어장치(PCS)와 에너지관리시스템(EMS)을 포함한 고객 맞춤형 시스템 통합(SI, System Integration) 사양, 클라우드 기반 실시간 모니터링 소프트웨어 에어로스(AEROS) 등도 패키지로 제공할 예정이다. 이를 통해 설치·운영을 효율화하고 운영 편의를 끌어올린다는 방침이다.
연이은 ESS 사업 수주로 LG에너지솔루션의 북미 ESS 시장 선점에 청신호가 켜졌다는 평가다. LG에너지솔루션이 강조한 ‘완결형 사업’ 역량이 성과를 거두고 있는 것이다.
LG에너지솔루션은 배터리부터 SI에 이르는 완결형 사업을 바탕으로 급성장하는 북미 ESS 시장을 선점해 나간다는 복안이다. 최근 전기차 시장이 일시적 수요 둔화(캐즘)에 접어들면서 시장 성장세가 둔화된 추이를 보이고 있지만 ESS 시장은 견고한 수요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고 한다. 글로벌 ESS 시장은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전력망을 중심으로 연 평균 20% 이상씩 가파른 성장을 이어갈 것으로 업계는 전망하고 있다.
이런 상황에서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는 올해에만 북메이서 3건의 굵직한 수주 성과를 거뒀다. 지난 5월 한화큐셀(4.8GWh)을 시작으로 올해 10월 미국 테라젠(8.0GWh)과 이번 엑셀시오에너지캐피탈(7.5GWh)까지 대규모 프로젝트를 수주했다. 총 약 20GWh, 5조 원 규모에 달한다. 여기에 그치지 않고 수주 경쟁력 강화를 위해 미국 현지 생산 역량도 꾸준히 갖춰 나가고 있다고 한다.
김형식 LG에너지솔루션 ESS전지사업부장 상무는 “이번 계약을 통해 새로운 기업과 중장기 파트너십을 구축하게 됐다”며 “차별화된 제품 경쟁력과 시스템 통합 역량을 통해 프로젝트를 성공적으로 지원하고 최고의 고객가치를 제공해 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앤 매리 댄먼(Anne Marie Denman) 엑셀시오에너지캐피탈 공동 창립자는 “LG에너지솔루션은 엑셀시오가 요구하는 높은 수준의 기술과 품질의 제품을 적기에 공급할 수 있는 검증된 생산능력을 갖추고 있고 탁월한 소프트웨어와 관리·운영(O&M) 등 SI 서비스 역량도 보유하고 있다”며 “앞으로 LG에너지솔루션과 협력해 미국 현지 생산 이점을 최대한 활용해 나갈 것”이라고 전했다.
김민범 동아닷컴 기자 mbkim@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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