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술은 왕, 혁신은 근본(技術為王 創新為本)’
지난 22일 오전 중국 남부 광둥성 선전시에 있는 전기차 기업 비야디(BYD) 본사. 이곳에 있는 기술 전시관의 거대한 벽면은 이같은 글귀를 중심으로 비야디가 세계 각국에서 받은 특허증이 촘촘히 걸려 있었다. 비야디 관계자는 “우리는 기술 혁신에 최우선 순위를 두는 회사”라며 “현재 전 세계에 11만명 이상의 엔지니어가 있고, (이날 기준) 5만6000개 이상의 특허를 보유하고 있다”라고 했다.
내년 초 한국 승용차 시장에 본격 진출하는 중국 최대 전기차 기업 비야디는 기술 기업을 표방하고 있다. 비야디는 리튬인산철(LFP) 배터리의 한 종류로 높은 안전성에 성능까지 개선한 ‘블레이드 배터리’를 직접 개발한 것은 물론, 상용차·승용차 등 자동차부터 지상 모노레일까지 다양한 운송수단의 전기화 기술을 확보했다. 비야디는 한국에서도 이러한 기술 부문 경쟁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사로잡는다는 계획이다.
◇ 비야디, 배터리 등 운송수단 관련 기술력 전방위 확보
이날 찾은 비야디 본사 기술 전시관에서 관람객들의 눈길을 끈 것은 단연 비야디가 자체 개발한 블레이드 배터리와 한국 배터리 업계가 강점을 보이는 삼원계(NCM) 배터리의 안전성 비교 실험이었다. 긴 못을 배터리에 박아 화재 여부를 살펴보는 식으로 실험이 진행된다. NCM 배터리는 못이 박히자마자 펑 소리와 함께 연기가 나기 시작했고, 몇 초 지나지 않아 큰 폭발음을 내며 불길에 휩싸였다. 반복된 실험으로 인해 NCM 배터리가 있는 쪽의 벽면은 검게 그을려 있을 정도였다. 하지만 블레이드 배터리는 정반대였다. 못이 박혀도 폭발 소리나 연기가 나지 않았고, 불도 붙지 않아 못이 박히기 전과 큰 차이 없이 잠잠했다.
비야디는 블레이드 배터리를 시장에 내놓은 2020년부터 고속 성장 궤도에 접어들었다. 비야디의 주력인 LFP 배터리는 저렴하고 안전하지만 에너지 효율이 떨어져 주행거리가 짧다는 약점이 있었다. 이를 해결한 것이 블레이드 배터리다. 일반적으로 배터리는 셀→모듈→팩 단계로 조립돼 전기차에 장착됐는데, 비야디는 배터리셀을 칼날처럼 길고 얇은 모양으로 만들어 모듈 없이 팩에 직접 넣었다. 공간 활용도가 기존 대비 50% 늘어나 같은 부피에 더 많은 배터리셀을 넣을 수 있었고, 그렇게 주행거리가 늘어났다. 블레이드 배터리는 비야디의 모든 전기차 모델에 적용되고 있고, 중국 다른 전기차 브랜드들도 이를 사용하고 있다. 지난해부터는 테슬라도 이 배터리를 공급받아 유럽의 저가형 트림에 장착하기 시작했다.
블레이드 배터리에서 파생된 ‘셀 투 바디(Cell-to-Body)’ 기술도 비야디의 자랑거리다. 블레이드 배터리를 차체 밑부분으로 사용해 공간 활용도를 높인 것이다. 못 관통 실험에서 알 수 있듯이, 블레이드 배터리는 주행 중 날카로운 이물질에 찔려도 괜찮아 CTB 기술 구현이 가능하다. 이 외에도 비야디의 독자적 플러그인 하이브리드 기술로 100km당 2.9ℓ의 낮은 연료 소비량과 2100km의 주행거리가 특징인 ‘수퍼 DM’, 1000분의 1초 단위 속도로 바퀴 4개의 동력을 독립적으로 조절하는 안전성 보장 기술 ‘e4 플랫폼’, 고속 코너링·전방위 가속·차량 긁힘 손상 보호 등이 가능한 지능형 차체 제어 시스템 ‘다이서스(DiSus)’ 등도 세계 각국에서 몰려든 관람객들의 시선을 끌었다.
비야디는 자동차뿐만 아니라 운송수단 분야 전반적인 기술력을 갖춘 것으로 평가받고 있다. 최근 비야디가 새로운 성장동력으로 밀고 있는 지상 모노레일 ‘윈바(雲巴·구름버스)’가 대표적이다. 무인 자율주행으로 운행되며, 건설 비용이 지하철의 4분의 1에 불과하고 건설 기간도 2년밖에 걸리지 않는다는 점이 특징이다. 비야디는 약 7년에 걸쳐 50억위안(약 9700억원) 이상을 투입해 개발한 윈바를 2016년 선전 본사에서 처음 선보였다. 현재 270만㎡(약 82만평) 크기의 비야디 선전 본사에는 각 건물 2층마다 윈바를 이용할 수 있는 정거장이 총 11개 마련돼 있다. 직접 탑승해 본 윈바는 다소 흔들리긴 했지만 일반 지하철과 큰 차이가 없었다.
이 외에도 다양한 전기 운송 수단을 생산 중이다. 비야디는 2015년 모든 운송수단의 전기화를 목표로 하는 ‘7+4 EV’ 전략을 발표한 바 있다. 여기서 7은 승용차·버스·택시·여객운송차량·상품물류차량·건설물류차량·환경미화차량을 뜻한다. 4는 창고·광산·공항·항만 등 특수 운송 분야다.
◇ R&D에만 연간 수조원씩 투자… 기술력 앞세워 韓 공략
비야디는 기술 기업을 표방하는 만큼 연구·개발(R&D)에 투자를 아끼지 않고 있다. 2019년 56억2900만위안(약 1조1000억원)이었던 비야디의 R&D 투자 규모는 지난해 395억7500만위안(약 7조7000억원)으로 4년 만에 7배 이상 늘었다. 올해에는 3분기까지 333억2000만위안(약 6조5000억원)을 투입했다. 전년 대비 무려 40% 이상 증가한 수치다. 중국 업계에서는 올해 비야디의 R&D 투자액이 500억위안(약 9조7000억원)을 돌파할 수 있다고 보고 있다.
비야디는 내년 한국 승용차 시장에 진출한 뒤 이같은 기술력을 앞세워 소비자를 사로잡겠다는 계획이다. 인둥둥 비야디 홍보·브랜딩 총감은 “한국 소비자들에게 신에너지차(전기차·하이브리드차·수소차)에 대해 더 나은 경험을 제공하고 싶다”라며 “기술력을 핵심 경쟁력으로 삼고 홍보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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