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에 본사를 둔 한 가상자산 관련 기업은 최근 아랍에미리트(UAE) 법인 설립을 검토하고 있다. 이 기업은 UAE에 법인을 세운 뒤 주요 인력을 현지로 이동시켜 회사 본거지를 옮기는 방안도 고민 중이다. 이 기업 관계자는 “UAE의 가상자산 생태계와 세제 혜택을 보고 회사 이주를 적극적으로 고려하고 있다”며 “UAE 정부가 가상자산 산업에 친화적이어서 사업 리스크가 줄어들 것을 기대한다”고 전했다.
국내 가상자산 및 블록체인 관련 기업의 UAE 진출이 이어지고 있다. UAE는 ‘50년 법인세 면제’로 대표되는 친(親)기업 정책을 펼치는 데다, 가상자산 관련 금융 샌드박스 지원 체계를 갖춰 글로벌 가상자산 스타트업 사이에서 인기가 높다. 관련 업계에서는 국내 가상자산 관련 제도가 규제 위주로 정립되는 상황에서 UAE처럼 산업 지원도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나온다.
2일 금융권에 따르면 국내 최대 규모 블록체인 투자전문기업 해시드는 최근 UAE 정부 산하 창업지원기관 허브71과 파트너십을 맺었다. 또한 해시드는 내년 UAE 수도 아부다비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기로 했다. 해시드는 이번 파트너십과 아부다비 법인 설립을 통해 UAE를 중동 진출 교두보로 삼겠다는 계획을 세웠다.
UAE는 아시아에서 손꼽히는 가상자산·블록체인 산업 친화적 규제 환경을 갖췄다고 평가받는다. UAE 정부가 아부다비에 조성한 국제금융자유구역인 아부다비글로벌마켓(ADGM) 내에선 가상자산, 디지털 증권, 스테이블코인(법정화폐와 가치가 연동되는 가상자산) 등 다양한 종류의 상품이 제도권 금융자산으로 인정된다. 가상자산 사업자들은 정부 산하 규제 기관인 FSRA로부터 사업 종류를 구분 짓지 않는 통합 라이선스를 취득할 수 있는 절차상 효율도 챙길 수 있다.
조세 혜택 등으로 해외 기업 진출의 문턱을 대폭 낮춘 점도 가상자산 기업을 끌어들이는 요소다. ADGM 내에선 최대 50년까지 법인세가 면제되며 외국 기업에 대해 외국인 소유권이 100% 인정된다. 아시아 가상자산 시장 분석업체 타이거리서치는 최근 발간한 보고서에서 “가상자산 발행은 기업의 수익으로 인식돼 대규모 법인세 납부로 이어질 가능성이 있다”며 “이 때문에 많은 기업이 세금 친화적인 사업 환경에 주목한다”고 설명했다.
이러한 우호적 사업 환경에 국내 주요 가상자산 기업들 역시 UAE에서 사업을 하고 있다. 핀시아·클레이튼의 통합 재단인 카이아 재단은 현재 아부다비에서 재단 등록 절차를 밟고 있다. 핀시아와 클레이튼은 각각 라인과 카카오가 개발한 블록체인 플랫폼이다. 네오위즈 그룹의 블록체인 계열사인 네오핀은 아부다비에만 10여명의 상주 직원을 둔 것으로 전해진다.
김규진 타이거리서치 대표는 “UAE의 아부다비, 두바이, 라스 알 카이마는 최근 적극적으로 가상자산·블록체인 분야 스타트업 유치에 매진하고 있다”며 “범정부 차원의 미래 기업 양성 전략이라고 본다”고 설명했다.
국내 가상자산업계는 UAE와 한국의 사업 환경을 비교하며 규제 일변도의 국내 정책이 가상자산 산업 발전을 저해한다고 지적한다. 가상자산업계 관계자는 “UAE의 사업 환경과 비교해 국내의 규제 환경은 척박하고 불안정하다”며 “이 때문에 서울과 부산을 아시아의 가상자산 허브로 만들겠다는 포부는 사실상 흐지부지됐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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