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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 주식 거래, 활성화되겠어?… 일부 증권사는 벌써 불참 의사

조선비즈 조회수  

내년 3월부터 저녁 8시까지 주식을 사고팔 수 있는 또 하나의 시장이 열리면서 국내 대형 증권사들은 발 빠르게 준비하고 있지만, 일부 증권사는 시장 수요가 크지 않다고 보고 불참키로 했다.


24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제2의 한국거래소로 야간 주식 거래가 가능한 넥스트레이드에 참여 의사를 밝힌 증권사는 NH투자·KB·미래에셋·삼성·신한투자·키움·한국투자증권을 포함해 23개사다. 주요 증권사 중에선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이 이 라인업에서 빠졌다.

넥스트레이드는 한국거래소와 동일한 기능을 하는 대체거래소(ATS)의 준비법인이다. 그간 주식 시장의 운영은 한국거래소가 독점해 온 업무다. 신규 사업자인 넥스트레이드는 ‘영업시간 확대’라는 카드로 맞서고 있다. 넥스트레이드는 기존 주식 거래 시간인 오전 9시~오후 3시 30분을 오전 8시~오후 8시로 늘렸는데, 증권사가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한다는 건 오후 8시까지 주식 거래를 중개하겠다는 뜻이다.

메리츠증권과 신영증권이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하지 않는 가장 큰 이유는 비용이다.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해 이 시장에서 주문을 내려면 증권사 내부 시스템과 넥스트레이드를 전산으로 연결해야 하는 데 여기에 소요되는 비용이 적지 않다고 판단한 것이다.

또 시장이 2개 생기는 만큼 증권사는 ‘최선집행의무’ 즉, 투자자에게 최선의 이익이 돌아갈 수 있도록 거래를 집행해야 하는 책임이 생기는데 여기에도 돈이 든다. 넥스트레이드 또는 코스콤이 개발한 자동주문전송시스템(SOR)을 매입해야 해서다. SOR이란 두 시장의 가격을 자동으로 비교해 주문을 집행하는 시스템이다. 투자자가 매수 주문을 내면 두 시장 중에서 1원이라도 저렴한 주식이 있는 곳에서 거래를 체결할 의무가 있는 증권사엔 필수 시스템이다.

넥스트레이드를 이용하는 고객이 많지 않으면 시스템 구축 비용을 아낀 메리츠증권·신영증권이 웃겠지만, 반대로 ‘대박’이 나면 넥스트레이드에 진입한 증권사들이 승기를 쥐게 된다. 전체 거래에서 넥스트레이드의 비중이 많아지면 메리츠증권·신영증권도 이 시장을 무시할 수 없어 후발 주자로라도 참여할 가능성이 있다. 법상 ATS는 전체 거래량의 30%까지 차지할 수 있는데, 현재 넥스트레이드 내부적으론 3년 내 점유율 10%가 목표다.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전경. 주요 증권사 빌딩이 보인다./뉴스1
서울 여의도 63빌딩에서 바라본 여의도 전경. 주요 증권사 빌딩이 보인다./뉴스1

넥스트레이드에 참여한 증권사 간의 경쟁도 관전 포인트다. 이들은 주식 거래 시간(오전 8시~오후 8시)이 동일한 만큼 매력적인 수수료를 제시해 고객을 끌어들일 것으로 보인다. 증권사는 거래소에 내는 체결 비용을 투자자에게 전가한다. 수수료가 ‘투자자→증권사→거래소’로 흐르는 것이다. 이 가운데 뒷단, 즉 증권사가 거래소에 내는 거래 체결 비용은 넥스트레이드가 한국거래소보다 최고 40% 저렴하다.

금융감독원은 저렴한 거래소에서 거래를 체결했다면 투자자에게 부과하는 수수료도 낮춰야 한다는 입장을 밝혔다. 다만 증권사별로 수수료 체계나 ATS 연결 구축 비용이 다르다는 점을 고려해 최종 수수료를 정해도 된다고 한 만큼 저마다 다른 전략을 취할 것으로 보인다.

주식을 중개하고 시간이 흐른 뒤 연결 구축 비용이 회수되면 그때부터 넥스트레이드 주문에 대해선 저렴한 수수료를 적용하거나, 아니면 처음부터 한국거래소보다 넥스트레이드에 싼값의 수수료를 적용할 수 있다. 적극적인 모객을 위해서다. 넥스트레이드 개설까지 8개월가량 남은 만큼 증권사들은 어떤 전략이 유효할지를 두고 내부 논의 중이다.

일각에선 수수료가 고객이 증권사를 선택하는 데에 큰 영향을 미치진 않을 것이라는 시각도 있다. 이미 한국거래소의 체결 비용이 세계 최저 수준이라서다. 한국거래소의 체결 비용은 0.0023%다. 1000만원의 주식을 거래할 때 230원꼴인데, 넥스트레이드는 138원이다. 퍼센티지로는 40% 차이지만, 금액으로 봤을 땐 100원가량이다.

한 업계 관계자는 “정말 큰 단위로 거래하지 않는 이상 한국거래소와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 차이는 무의미한 수준”이라고 했다. 또 다른 관계자는 “거래량이 풍부하지 않은 시장에서 대량 매도를 하면 주가가 떨어진다”며 “넥스트레이드의 수수료가 싸더라도 대량 거래는 한국거래소에서 체결하는 게 가격 상 유리할 수 있다”고 말했다.

조선비즈
content@www.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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