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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한민국은 식량을 원조받던 나라에서 식량을 원조하는 나라가 됐습니다. 보릿고개를 극복한 경험을 토대로 아프리카의 농업 발전을 돕겠습니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
한-아프리카 정상회의를 계기로 지난 5일 서울 더플라자호텔에서 열린 ‘한-아프리카 농업 콘퍼런스’ 현장은 인산인해를 이뤘다. 코모로·짐바브웨·마다가스카르 대통령과 아프리카 10개국 장·차관, 국제기구 관계자 등 300여 명이 행사장에 모였다.
송미령 농림축산식품부 장관은 “대한민국은 농업기술에 아낌없이 투자해 녹색혁명을 달성했고, 잘사는 농촌을 만들기 위해 새마을운동을 펼쳤다”며 “우리가 받았던 식량원조를 긴급한 위기 지역에 돌려드리겠다”고 말했다.
콘퍼런스에서는 ‘한-아프리카 농업 분야 상생과 연대의 길’을 주제로 아프리카 식량문제 해결을 위한 국가 간 협조 방안이 논의됐다. 특히 아프리카 식량원조의 대표 브랜드로 자리매김하고 있는 농식품부 ‘케이(K)-라이스벨트’ 사업이 큰 관심을 받았다.
K-라이스벨트는 아프리카 국가를 대상으로 현지에 다수확 벼 종자 생산단지를 조성하는 공적개발원조(ODA) 사업이다. 생산 인프라를 마련해 아프리카의 식량자급률을 높이는 것이 골자다. 현재 아프리카는 수요에 비해 적은 곡물생산량으로 수입의존도가 큰 상황이다.
사업에는 세네갈, 감비아, 기니, 가나, 카메룬, 우간다, 케냐 등 7개 국가가 참여 중이며 기니비사우, 시에라리온, 코트디부아르 등 3개국이 업무협약(MOU)을 맺었다. 이날 마다가스카르, 말라위, 앙골라, 짐바브웨가 추가로 MOU를 체결해 대상국은 총 14개로 늘어났다.
K-라이스벨트의 핵심은 단순 원조를 넘어 재배 기술까지 전수해 이른바 ‘물고기 잡는 법’을 알려주는 것이다. 지난해 시범 생산을 통해 6개 참여국에서 벼 종자 2321톤(t)을 처음 수확했다. 이는 당초 목표치인 2040톤을 약 14% 웃도는 물량이다.
농식품부는 앞으로 매해 일정 목표치를 설정해 시범 생산을 거쳐 2027년부터 연간 벼 종자 1만톤을 생산할 계획이다. 이를 농가에 보급해 고품질 벼를 생산할 경우 약 3000만 명이 식량을 안정적으로 공급받을 수 있을 전망이다.
농식품부는 사업 추진 및 확대를 위해 농어촌공사, 농촌진흥청, 대상국 등과 협조를 강화하고 있다. 농어촌공사와는 대상국 내 적합한 부지를 확보하고, 경지 정비가 된 종자 생산단지 등 인프라 조성을 추진 중이다.
또한 농촌진흥청 해외농업기술개발(KOPIA) 사업을 통해 벼 전문가를 파견, 현지 전문 인력도 육성한다. 농약·비료 등 농업 투입재 및 농기계 보급, 종자 저장시설 구축도 함께 진행될 예정이다.
대상국 정부, 국제기구 등과 협력해 수원국별 종자 보급 체계도 마련한다. 농식품부는 현지 사정에 맞는 체계를 만들기 위해 기존 대상국 내 종자 생산 및 보급체계, 종자 등록 등 농업 제도, 규제 상황, 시장 유통 체계 등을 조사하고 있다.
이상준 농식품부 K-라이스벨트추진단장은 “K-라이스벨트를 통해 50~100㏊ 규모의 벼 종자 생산단지 및 인프라를 구축할 것”이라며 “수확된 종자를 현지 농가에 보급하고 향후 정주여건 개선 등 농촌개발 확대도 추진하겠다”고 설명했다.
이어진 주제 발표에서 아프리카 각국 대표와 국제기구 관계자들은 K-라이스벨트를 통한 ‘상생’과 ‘협력’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이들이 제시한 공통 목표는 아프리카의 식량자급률 향상인데 K-라이스벨트가 주요 원동력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피터 무소코 유엔(UN) 세계식량계획(WFP) 콩고민주공화국 사무소장은 “식량 체계 변혁에 있어 가장 중요한 역할을 담당하는 것은 ‘혁신'”이라며 “K-라이스벨트는 현재 곡물 수요 대부분을 수입에 의존하고 있는 아프리카 현실을 개선하는 데 큰 도움이 될 것”이라고 했다.
아울러 농식품부는 올해 WFP를 통한 쌀 원조량을 전년 대비 두 배 확대된 10만톤으로 확정했다. WFP 식량 배급계획에 따르면 이는 영양 결핍 상태에 있는 난민·이주민 등 약 760만명이 지원받을 수 있는 규모로 아프리카·아시아·중동 등 11개국에 전달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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