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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 임신부, 서울가다 구급차에서 출산” 속사정 봤더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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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5주 임신부, 서울가다 구급차에서 출산” 속사정 봤더니
대한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주산의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는 4일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붕괴된 출산인프라, 갈 곳 잃은 임산부, 절규하는 분만 의사들’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었다. 안경진 기자

“외래진료가 끝난 늦은 밤 119구급대에게서 다급한 목소리로 전화가 걸려 왔습니다. 25주차 임산부에게 조산기가 있어 엠뷸란스를 타고 서울로 올라가는 중인데 받아줄 수 있냐고요. 환자를 받기로 하고 전원 준비를 하고 있는데 다시 전화가 왔습디다. 엠뷸란스에서 출산을 했다고 다시 내려간대요. “

홍순철 고대안암병원 산부인과 교수는 4일 “제3세계 국가의 상황이 아니다. 의료선진국이라고 불리는 대한민국에서 이달 초에 벌어진 일”이라며 “대한민국의 분만인프라가 처참하게 붕괴되고 있다”고 말했다. 연휴기간 야간 시간대 25주차 조산 임산부를 받으려면 고위험 전문 산과 교수부터 응급수술에 대비한 마취통증의학과 의사, 수술실, 신생아중환자실 및 그에 따른 인력이 갖춰져야 하는데 비수도권에서 이런 환경이 받쳐주지 못하다 보니 엠뷸란스에서 출산을 하는 상황이 벌어진다는 것이다. 홍 교수는 “특정 지역만의 문제가 아니다. 서울도 한계에 달했다고 느낀다”며 “분만인프라는 대학병원조차 무너졌다”고 씁쓸해 했다.

대한분만병의원협회와 대한주산의학회, 대한모체태아의학회,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는 이날 오후 서울 중구 상연재에서 ‘붕괴된 출산인프라, 갈 곳 잃은 임산부, 절규하는 분만 의사들’을 주제로 기자회견을 열고 정부와 정치권의 조속한 대책 마련을 촉구하고 나섰다.

이들 단체에 따르면 2022년 기준 분만이 가능한 의료기관은 조산원을 합쳐도 전국 470곳으로 집계됐다. 2003년 1371곳과 비교하면 20년새 65.8% 줄어든 것이다. 산부인과가 없는 시·군·구가 계속 늘어나고 있다. 전국 250개 시·군·구 중 22곳은 산부인과 자체가 없다. 산부인과가 있어도 분만실을 갖추지 못한 시·군·구도 50곳에 달한다. 250개 시·군·구 중 72곳(28.8%)은 사실상 분만 기능을 하지 못한다는 의미다. 분만 인프라 붕괴는 가속화하고 있다. 광주광역시를 대표하던 산부인과 중 한 곳이던 문화여성병원은 저출산 여파를 이기지 못해 작년 9월 폐업했다. 2018년 전국 분만 건수 1위에 올랐던 경기도 성남시 곽여성병원도 지난달 30일을 끝으로 문을 닫았다.

이들은 분만 병의원이 급감한 원인을 분만사고에 대한 소송 증가에서 찾았다. 저출산 현상과 별개로 고위험 임산부가 늘어나면서 분만사고 증가가 불가피해졌고, 소송건수가 급증했다는 것이다. 이들은 불합리한 판결로 인해 천문학적인 배상액을 물어줘야 하는 현실에 내몰린 산과 병의원들이 지속 불가능한 상황에 처해 있다고 호소했다. 2000년 당시 1000여 곳에 달했던 의원급 분만기관이 200여 곳으로 감소하게 된 배경도 그와 무관하지 않다고 봤다. 김영주 대한모체태아의학회장(이대목동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국내에서 안전한 분만인프라가 유지되려면 적게 잡아도 분만 가능한 기관이 700여 개 필요하다”며 “낮은 분만 수가와 저출산 환경에 처한 산과 병의원이 경제적 어려움으로 폐업할 경우 그 피해가 고스란히 임산부에게 전가될 수 밖에 없다. 이젠 임산부들이 갈 곳을 잃은 지역이 전국 시군구의 거의 절반에 육박한다”고 말했다.

비단 의료기관만의 문제는 아니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의 자료를 토대로 산부인과 전문의 현황을 살펴보면 신규 배출 인력은 2008년 177명에서 2023년 103명까지 줄었다. 산부인과 전문의를 취득해도 미용, 성형, 난임 등의 분야로 진출해 산과를 선택하는 비율은 10%에도 못 미치는데 그나마도 단기간 월급 의사로 일하다 다른 분야로 전향하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박인양 대한산부인과초음파학회장(서울성모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불합리한 사법 환경이 산과 지원율 급감과 분만인프라 붕괴를 심각하게 초래했다”며 “불가항력 분만사고에 대한 턱없이 부족한 국가 보상금과 분만사고 의료 소송의 과다한 배상금으로 인한 두려움이 산과를 기피하는 가장 중요한 원인”이라고 주장했다. 2012년 도입되고 2023년 개정된 의료분쟁조정법 제46조가 산과 의사들에게 안전한 진료환경을 만들어 주지 못했고, 천문학적으로 증가한 분만사고 소송의 배상금이 분만에 대한 공포를 조장하고 있다는 것이다.

산과 교수의 정년 퇴임에 따른 변화를 감안하면 산과 인력난은 더욱 심화될 수밖에 없다. 2022년 대한산부인과학회 수련실태조사에 따르면 학생 정원이 49명인 건양대는 산과 교수가 전무했다. 가천대, 경상대, 경희대, 원광대, 충북대 등도 산과 교수가 1명 뿐이라 사정이 크게 다르지 않다. 오수영 대한주산의학회 학술위원장(삼성서울병원 산부인과 교수)은 “현재 임상조교수(펠로우)가 중도 이탈하지 않고 전부 65세까지 근무한다고 가정해도 2032년에는 교수 인원이 현재의 76%로 줄어들게 된다. 2041년에는 3분의 1 수준까지 급감할 것”이라며 “대학에서 산과를 가르칠 교수가 사라질지도 모른다”고 토로했다. 의대 정원이 늘어난들 산과교육을 담당할 전문인력을 수급하기 조차 힘들다는 얘기다.

이들은 무너지고 있는 분만인프라를 회복하기 위해 불가항력 분만사고 보상법의 전면 개정을 요구하고 있다. 보상 재원을 전액 국가가 부담하고, 보상금 규모 역시 현실적인 수준으로 책정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분만 병의원이 경제적으로 자립할 수 있도록 터무니 없이 낮은 분만 수가를 현실화하고, 미래 세대를 위해 산과 의사 양성 관련 지원이 강화돼야 한다고도 목소리를 높였다.

신봉식 대한분만병의원협회장(린여성병원 대표원장)은 “산부인과 의사들을 위한 대안을 마련해 달라는 게 아니다. 5~10년 뒤 미래세대의 분만 인프라를 지켜달라고 호소하는 것”이라며 “정부가 최후의 보루로 믿고 있는 대학병원조차 더이상 안전하지 않다는 것을 인식하고 신속하게 대책을 마련해 달라”고 강조했다.

서울경제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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