변영식 사무금융노조 교보증권지부장이 20일 오전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에서 열린 기자회견에서 발언하고 있다. /사진 = 전한신 기자
교보증권 노조, 통상임금 관련 집단소송 제출…사측 “일방적이고 과도한 요구”
[한국금융신문 전한신 기자] 통상임금 지급 문제를 두고 교보증권(대표 박봉권, 이석기)과 노동조합 간 갈등이 깊어지고 있다. 노조 측은 교보증권이 통상임금을 잘못 산정해 노동자들의 임금을 체불하고 있다고 주장한 반면 사측은 ‘일방적이고 과도한 요구’라며 팽팽히 맞서고 있다.
20일 전국사무금융노동조합 산하 교보증권지부(이하 노조)는 서울 종로구 교보생명 본사 앞에서 기자회견을 열고 교보증권을 대상으로 1차 집단소송을 진행한다고 밝혔다. 이번 임금 소송에 참여한 소송인단은 정규직 중심 544명으로 이날 법원에 관련 소장을 제출한다.
노조는 그간 교보증권이 노사가 맺은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으로 통상임금을 지급했으며 이는 근로기준법을 위반한 것이라고 주장했다. 근로기준법 제96조 1항에 따르면 ‘취업규칙은 법령이나 해당 사업 또는 사업장에 대해 적용되는 단체협약과 어긋나서는 아니된다’고 명시하고 있다. 2항에는 ‘고용노동부장관은 법령이나 단체협약에 어긋나는 취업규칙의 변경을 명할 수 있다’고 규정돼 있다.
지난해 노조는 고용노동부에 통상임금 산정 문제를 제소했다. 이후 교보증권에서 취하를 요구하면서 노사는 통상임금을 재정리하기로 합의했다. 변영식 사무금융노조 교보증권지부장은 “실제 통상임금 재정리를 위한 테스크포스(TF)를 5회 운영했지만, 사측에서 일방적으로 중단했다”며 “이에 노조는 노조원 590명 중 544명을 모아 집단소송을 진행하게 됐다”고 설명했다.
이어 “지난해 통상임금 문제를 인지했을 때 사측에서는 이를 몰랐을 수도 있기 때문에 지금부터라도 바꿔야 한다고 얘기했지만, 처음에는 ‘하겠다’라고 하더니 나중에는 ‘못하겠다’라고 말을 바꿨다”며 “다르다는 것을 인지했으면 그 부분을 고쳐가면 되는데, 사측에서 전혀 노력하지 않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기철 사무금융노조 수석 부위원장은 “교보증권이 통상임금을 잘못 계산한 것이 아니다”며 “고의로 임금을 적게 주려고 나쁜 짓으로 덜 지급했으며 과실이 있는 것이 아닌 명백한 고의”라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증권업은 신뢰를 기반으로 유지되는 산업이다”며 “고객과는 믿음과 소통이 수반돼야 하고 노동자들과는 인격적 존중과 단체협약의 이행을 통해 노사관계의 신뢰를 형성해야 하지만, 교보증권은 오만과 독주, 비윤리와 책임회피의 모습만 보여주고 있다”고 강도 높게 비판했다.
노조 측은 1차 집단소송에 그치지 않고 2·3차 소송도 이어갈 계획이다. 2차는 비정규직, 3차는 퇴직자를 대상으로 소송을 진행하고 노동부에 ‘특별근로감독’도 요구할 계획이다.
또한 노조는 이날 이석기 대표가 여직원을 향해 성희롱성 발언을 하고 직장 내 괴롭힘도 일삼고 있다고 주장했다. 그러면서 교보증권의 대주주인 교보생명의 결자해지(結者解之)가 필요하다며 이 대표의 퇴진을 요구하기도 했다.
변 지부장은 “이 대표는 사내에서 수십 명의 여성 지원을 향해 ‘애기야’라는 발언을 했으며 기혼 여성에게 ‘이혼하고 내 아들과 결혼하라’는 발언을 하기도 했다”며 “지난달 10일 총선 당일에는 신입 직원들에게 ‘자전거 라이딩’을 강요하는 등 직장 내 괴롭힘을 일삼고 있다”고 말했다.
이날 노조 측의 기자회견에 대해 교보증권은 “지금까지 노사 합의를 통해 잘 진행해왔던 사안인데, 노조 측에서 무리한 요구를 하고 있다”고 반박했다.
교보증권 관계자는 “통상임금은 과거 노사 간 합의에 의한 협약에 따라 신의성실에 입각해 지급하고 있다”며 “임금인상 등은 매년 노사 간 교섭을 통해 처리 중”이라고 밝혔다.
이어 “노조 측 주장은 근로기준법상 적용률 3.53%가 아닌 8%로 일방적이고 과도한 요구”라며 “이 경우 배임 문제도 생길 수 있어 소송을 통한 법률적 판단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이 대표의 성희롱·직장 내 괴롭힘과 관련해서는 “전혀 근거 없는 주장”이라고 강조했다.
전한신 한국금융신문 기자 pocha@fntimes.com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