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집단’ 88곳…5대 그룹 자리 지켰다
‘엔터·관광·의류’ 등 확대…계열사 3318개
쿠팡은 김범석이 아닌 ‘주식회사 쿠팡’
예외조건 충족 여부·부당 내부거래 모니터링
국내 5대 그룹이 작년과 같은 자리를 지켰다.
지난해 새롭게 대기업집단에 진입한 에코프로 등의 성장과 하이브, 파라다이스 등이 새롭게 지정되면서 대기업집단에 속하는 계열사는 3300개를 넘어섰다.
공정거래위원회는 15일 이같은 내용의 ‘2024년 대기업집단(공시대상기업집단) 지정 현황’을 발표했다.
5대 그룹 순위 유지…대기업집단 계열사 작년보다 7.9%↑
공정위가 지정한 자산 5조원 이상(작년 말 기준)의 공시집단은 88개로 작년보다 6개 증가했다.
이들 집단에 소속된 회사는 전년 대비 242개 늘어 3318개로 집계됐다.
자산 상위 5대 그룹은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포스코 순이다. 롯데는 2010년부터 5위를 지켜왔지만, 포스코에 밀려 지난해에 이어 올해도 6위를 기록했다.
상위 5개 집단이 전체 공시집단에서 차지하는 비중은 여전히 매우 높다. 상출집단이 재무현황 기준 약 90% 이상을 차지하고 있다.
다만 올해 지정된 공시집단 경영실적은 작년보다 매출과 당기순이익 모두 악화했다.
매출액은 지난해 대비 3.6%(71조8000억원) 감소한 1907억3000억원, 당기순이익은 14.2%(16조3000억원) 줄어든 98조9000억원으로 집계됐다.
하이브·파라다이스 등 대기업집단 진입…엔터·관광·의류 신규 지정
신규 지정 공시집단은 현대해상화재보험, 영원, 대신증권, 하이브, 소노인터내셔널, 원익, 파라다이스 등 7곳이다.
공정위는 자산 5조원 이상인 기업을 공시집단으로 지정해 각종 의무를 둔다. 계열사 현황과 주식 소유 현황, 대규모 내부거래, 비상장사의 주요 사항 등을 반드시 공시해야 하고 순환출자는 금지된다.
K-POP의 세계화로 앨범과 공연, 콘텐츠 등이 주 수익원인 엔터테인먼트 업계가 급격히 성장해 하이브가 엔터테인먼트 산업 주력집단 중 최초로 지정됐다
최근 내홍으로 시끄러웠던 하이브는 방탄소년단(BTS)과 뉴진스 등 다수의 글로벌 팬덤 보유 가수들이 속해있으며 지난해 자산 규모가 5조2500억원을 기록하며 신규 진입했다.
카지노와 관광업을 운영하는 파라다이스와 소노감과 소노벨 등 호텔·관광업을 주력으로 영위하는 소노인터내셔널도 신규 지정됐다.
영원은 노스페이스, 룰루레몬 등 유명 브랜드를 주문자 상표 부착 생산(OEM) 방식으로 판매하는 영원무역을 주축으로 하는 집단으로 지정됐다.
한화에 인수된 대우조선해양은 지난해 7월 공시집단 지정에서 제외했다.
88개 공시집단 중 자산이 10조원 이상인 상호출자제한기업집단(상출집단)은 48개로 전년과 동일하다. 소속회사는 전년보다 44개 늘었다.
상출집단으로 신규 지정된 집단은 교보생명보험, 2차전지 소재 등을 생산하는 에코프로다.
에코프로는 계열사 보유주식 가치 증가와 유상증자 등을 통해 지난해 말 자산이 61.6% 급증하고 올해도 재계 순위가 15위 상승하며 47위를 기록했다.
교보생명보험도 새 회계기준(IFRS17) 등 변경으로 공정자산이 늘어나 자산이 1년 전보다 47.5% 늘어나 작년 53위에서 39위로 올랐다. 현대해상화재보험은 작년 지정 제외됐다가 올해는 재지정 됐다.
쿠팡은 작년 최초로 공시집단에 지정된데 이어 거래 규모와 매출이 증가해 올해도 순위가 15위 상승(62→47위)하며 상출집단으로 지정됐다.
상출집단은 공시집단에 적용되는 공시 의무·사익편취 금지 규제에 더해 상호출자·순환출자·채무보증 금지, 금융·보험사 의결권 제한 규제를 받는다.
지난해 6월 2021년 명목 국내총생산(GDP) 확정치가 2080조2000억원으로 발표되며 올해부터 상출집단 지정 기준이 명목 GDP의 0.5% 이상으로 변경됐다.
이에 상출집단 지정기준은 자산총액 10조4000억원 이상이며 그에 따라 한국앤컴퍼니그룹(한국타이어) 자산총액이 10조3800억으로 기준에 미달 돼 제외됐다.
쿠팡 또다시 ‘총수 없는 집단’…김범석 동일인 지정 피했다
대기업 총수가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예외 조건’을 규정한 시행령 개정안이 지난 7일 국무회의를 통과하면서 쿠팡 김범석 의장은 동일인 지정을 피했다.
개정 시행령 등은 동일인 2·3세로의 경영권 승계 본격화, 외국 국적을 보유한 동일인과 친족의 등장 등 동일인과 관련된 경제환경 변화에 대응해 보다 명확하고 합리적인 기준에 따라 동일인을 판단하기 위하여 마련됐다.
이에 쿠팡의 동일인은 쿠팡㈜으로, 총수 없는 기업 지위를 유지했다.
두나무는 두나무㈜를 동일인으로 지정했다.
공정위는 두 집단에 대해 동일인을 법인으로 보더라도 국내 계열회사 범위가 달라지지 않는다고 설명했다.
특히 자연인(김범석 쿠팡 의장, 송치형 두나무 의장)의 친족들이 계열회사 출자나 계열회사의 임원 재직 등 경영 참여가 없으며 자금대차・채무보증도 없는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그러나 김 의장이 동일인 지정을 피할 수 있는 방향으로 설계되면서 논의의 불을 지핀 당사자가 정작 개정된 제도의 제재망을 벗어났다는 지적이 불가피해졌다.
이같은 지적에 한기정 공정위원장은 지난 14일 열린 브리핑에서 “쿠팡 봐주기 아니냐는 문제 지적에 대해선 상상하기 어려운 일”이라며 “뚜렷한 기준 없이 법인이 동일인으로 지정됐던 쿠팡도 이제는 시행령상의 요건을 충족하지 못하면 김범석 등이 동일인으로 당연히 지정될 수 있는 상황을 명확하게 했다”고 반박했다.
동원은 동일인(총수)이 김재철 명예회장에서 그의 아들인 김남정 동원그룹 회장으로 변경됐다.
공정위 관계자는 “김남정 의장은 지난 3월 공식적으로 회장직 올라가 동일인 판단기준을 만족하는 것으로 고려해 최상단 최다출자자, 지배적 영향력 행사하는 자 등을 고려해 결정했다”고 밝혔다.
지난해 12월 공정거래법 시행령 개정으로 산학협력기술지주회사 및 그 자회사의 영구적인 계열회사 제외 근거도 마련됐다.
이에 삼성, 포스코 등 6개 기업집단의 10개 계열사가 소속회사에서 영구적으로 제외됐다.
향후 공정위는 공시집단도 시장여건 등에 탄력적으로 대응가능하도록 GDP에 연동하는 방안 등 지정기준 조정을 추진한다.
아울러 쿠팡과 두나무에 대해서는 예외 요건 충족 여부 및 계열사 간 부당한 내부거래 등에 대해 지속 모니터링하고 법 위반 시 엄정하게 법 집행할 계획이다.
한 위원장은 “동일인과 친족의 계열출자, 친족 경영 참여와 자금거래 관계를 단절시켜서 사익편취 우려가 차단된 지배구조를 형성한 기업집단에 대해선 동일인을 법인으로 지정하게 함으로써 투명한 지배구조로의 이행을 유도할 것으로 기대한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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