글로벌 스트리밍 시장 ‘쑥쑥’·중요도↑…’라이트 팬덤’ 입김 커진다
(서울=연합뉴스) 이태수 기자 = K팝이 국내를 넘어 전 세계에서 사랑받으면서 해외 음원 매출도 급성장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요계에서는 ‘열성 팬에 의한 음반 다량구매’라는 K팝에 대한 고정관념이 깨지고, ‘라이트 팬덤’에 의한 음원 소비가 또 다른 축으로 부상했다고 보고 있다.
21일 가요계에 따르면 국내 1위 가요 기획사 하이브의 지난해 연간 음원 매출은 2천980억원으로 2년 전인 2021년 실적 1천570억원의 두배에 육박했다.
같은 기간 하이브 산하 해외 레이블의 음원 매출은 887억원에서 1천502억원으로, 하이브 국내 레이블의 해외 음원 매출은 427억원에서 1천71억원으로 각각 늘어났다.
하이브 관계자는 “결과적으로 작년 음원 매출의 86%를 해외에서 거둔 것으로 나타났다”며 “음원만으로도 2천600억원에 달하는 수출 실적을 기록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하이브는 지난해 매출액 2조1천781억원(연결 기준)을 기록해 국내 엔터사 사상 처음으로 2조원 고지를 밟았다. 이 가운데 해외 매출은 약 1조4천억원으로 약 64%를 차지했다.
특히 세계 1·2위 음악 시장인 북미와 일본 매출액 비중이 각각 26%와 31%를 차지했다. 두 지역의 실적을 합하면 전체 매출액의 절반을 넘는다.
이러한 해외 호실적은 음반 외에 음원이 ‘쌍끌이’를 했기 때문으로 분석된다.
세계 최대 음원 플랫폼 스포티파이에서 지난해 하이브의 점유율은 약 4.4%였다.
스포티파이에서 K팝 비중이 6% 수준이었던 점을 고려하면 작년에 스포티파이에서 재생된 K팝 음악 4곡 가운데 3곡이 하이브 노래였던 셈이다.
지난해 해외 음악 시장에서는 방탄소년단 지민의 ‘라이크 크레이지'(Like Crazy)와 정국의 ‘세븐'(Seven)이 미국 빌보드 메인 싱글 차트 ‘핫 100’ 1위에 오르는 등 큰 사랑을 받았다. 이는 음반 외에 강력한 음원 성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 달성할 수 없는 성과다.
하이브 관계자는 “기존 주력 수출품이던 음반 판매 호조가 지속하는 가운데, 해외 음원 실적까지 동반 성장했다”고 전했다.
국내뿐만이 아니라 글로벌 음악 시장에서는 이미 실물 음반이 아닌 스트리밍이 주력 상품으로 자리 잡은 지 오래됐다. 특히 스트리밍 시장은 코로나19 시기를 거치며 최근 몇 년간 급성장해 그 중요도가 더욱 커졌다.
빌보드 차트 등에 데이터를 공급하는 음악 시장 조사업체 루미네이트에 따르면 지난해 글로벌 음악 스트리밍 횟수는 4조1천억건으로 전년 대비 22.3% 증가했다.
같은 해 미국에서 가장 많이 스트리밍된 상위 1만 곡의 언어를 보면 한국어 비중은 0.7%로 영어(88.8%)와 스페인어(8.1%)에 이어 3위를 기록했다.
가요계에서는 이 같은 K팝 음원의 성장은 ‘열혈 팬덤’ 뿐만이 아니라 ‘라이트 팬덤’의 지지가 동반돼야 한다는 점에 주목한다.
한 가요계 관계자는 “전 세계적으로 K팝 ‘라이트 팬덤’의 저변이 넓어졌다”며 “특정 가수가 특정 지역에서 대량의 음반을 판매해 실적을 만들어 내는 구조보다 다양한 지역에서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로 매출을 만들어내는 게 엔터테인먼트 산업의 지속 가능한 성장을 가능케 할 것”이라고 진단했다.
방시혁 하이브 의장 역시 지난해 한 예능 프로그램에 출연해 “(K팝 산업이) 라이트 팬도 붙을 수 있는 구조로 가야 한다”며 “K팝 팬은 강렬한 몰입도와 집중적인 소비를 보이는데, 반대로 이야기하면 이는 확장성의 한계가 된다”고 지적한 바 있다.
ts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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