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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부가 재건축 규제 완화에 나서고 있지만 기부채납(공공기여)을 둘러싸고 지방자치단체와 조합이 갈등을 겪는 곳이 속출하고 있다. 서울시의 신속통합기획(신통기획)을 철회하고 조합이 자체적으로 재건축을 추진하는 단지도 나왔다.
14일 정비업계에 따르면 최고 65층 재건축을 추진 중인 서울 여의도 시범아파트는 종상향 혜택을 전제로 노인 주간 보호시설인 ‘데이케어센터’ 설치 요구를 받자 주민들의 불만이 커지고 있다. 데이케어센터는 경증 치매 등 노인들을 위한 치료시설이다.
이 단지는 1971년에 준공된 여의도 최고령 아파트다. 용적률 최대 400%를 적용해 초고층 재건축을 추진하고 있다. 서울시 도시계획위원회는 지난해 10월 기부채납 시설로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심의 조건으로 전제한 내용을 주민들에게 전달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과도한 기부채납이라며 반발하고 있다.
조합 관계자는 “조합원 상당수는 시에서 요구하는 데이케어센터 건립을 받아들일 수 없다는 입장을 보이고 있다”며 “민간 아파트 단지에 노인 요양시설을 건립하는 것은 지나치다”고 말했다. 현재 이 아파트 단지 전면에는 ‘초고층 강요하는 신통기획 철회한다!’, ‘신통기획 1호 속았다 신청하지 마세요!’ 라는 대형 현수막이 걸려 있다.
서울시와 재건축 아파트 주민 갈등으로 정비사업 방식을 신통기획에서 일반 재건축으로 선회한 단지도 생겨났다.
서울시 신통기획 1호 사업지였던 송파구 오금동 오금현대아파트는 신통기획을 철회하고 일반 재건축 정비계획을 수정했다. 이 계획안은 지난 1월 서울시 심의를 통과했다. 이에 따라 재건축을 통해 총 2436가구 중 임대주택 404가구가 들어설 계획이다. 이 아파트는 신통기획 추진 당시 총 2625가구 중 임대가구가 541가구로 잡혀 있었다. 하지만 임대주택이 너무 많다는 이유로 주민 반대가 심해 신통기획 사업 대상에서 빠졌다.
강남구 압구정3구역 아파트 주민들은 단지 중앙을 관통하는 공공보행로 조성 계획을 두고 과도하다며 반발하고 있다. 서울시는 압구정3구역 재건축사업의 신통기획안을 통해 단지 내 기부채납 시설로 공공보행로를 제안했다. 하지만 주민들은 시가 지나친 기부채납으로 단지 개방을 유도하고 있는데, 이는 잦은 외지인 이용으로 이어져 자칫 입주민 프라이버시가 침해될 수 있다며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
권일 부동산인포 리서치팀장은 “부동산 시장 침체가 이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공사비 급등에 기부채납 부담까지 더해질 경우 재건축·재개발 활성화에 악영향을 끼칠 수 있다”며 “조합과 지자체는 지속적인 협의를 통해 합리적 결론을 도출할 수 있는 방안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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