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매각 전년比 131%나 늘어
길어지는 고금리에 충격 누적
코로나 금융지원 잠재 위험도
국내 4대 은행이 손실을 떠안거나 외부 기관에 헐값에 파는 형태로 정리한 부실대출 규모가 한 해 동안 두 배 넘게 급증하면서 지난해에만 4조원을 넘어선 것으로 나타났다. 고금리가 길어지면서 대출을 제때 갚지 못하는 이들이 많아지자 은행권의 리스크 비용이 눈덩이처럼 불어나는 모습이다.
신종 코로나바이러스 감염증(이하 코로나19) 사태 이후 수 년 째 계속돼 온 금융지원 정책까지 감안하면 앞으로 부담이 더욱 커질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14일 금융권에 따르면 지난해 KB국민·신한·하나·우리은행 등 4개 은행이 상각하거나 매각한 부실채권은 총 4조2091억원으로 전년 대비 131.7% 늘었다.
은행은 회수 가능성이 거의 없다고 판단된 부실채권을 상각이나 매각을 통해 처리하게 된다. 상각은 은행이 손해를 감주하고 갖고 있던 부실채권을 아예 장부에서 지워버렸다는 의미다. 부실채권 매각은 채권 원가에 훨씬 못 미치는 돈을 받고 자산유동화 전문회사 등에 이를 넘긴 것이다.
은행은 보통 고정이하여신이란 이름으로 부실채권을 분류해 둔다. 고정이하여신은 금융사가 내준 여신에서 통상 석 달 넘게 연체된 여신을 가리키는 표현이다. 금융사들은 자산을 건전성에 따라 ▲정상 ▲요주의 ▲고정 ▲회수의문 ▲추정손실 등 다섯 단계로 나누는데 이중 고정과 회수의문, 추정손실에 해당하는 부분을 묶어 고정이하여신이라 부른다.
유형별로 보면 조사 대상 은행들이 상각 처리한 부실채권은 1조6829억원으로 같은 기간 대비 39.6% 증가했다. 부실채권 매각도 2조5262억원으로 313.5%나 늘었다.
은행별로는 하나은행의 부실채권 상·매각 규모가 1조1979억원으로 216.7% 증가하며 최대를 기록했다. 우리은행 역시 1조1286억원으로, 신한은행은 1조667억원으로 각각 227.3%와 97.9%씩 해당 금액이 늘었다. 국민은행의 부실채권 상·매각도 8159억원으로 47.2% 증가했다.
이는 은행이 회수를 포기해야할 만큼 차주의 경제적 사정이 나빠진 대출이 그만큼 많이 늘어났다는 뜻이다. 아울러 금융사 입장에서는 대출 리스크 관리에 실패한 케이스가 많아지고 있다는 의미로도 볼 수 있다.
한국은행은 2022년 4월부터 지난해 1월까지 사상 처음으로 일곱 차례 연속 기준금리를 인상했다. 이중 7월과 10월은 기준금리를 한 번에 0.5%p 올리는 빅스텝을 단행했다. 이에 따른 한은 기준금리는 3.50%로, 2008년 11월의 4.00% 이후 최고치다.
문제는 아직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은 리스크가 잠재돼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를 계기로 2020년 4월부터 소상공인과 자영업자를 상대로 시행돼 온 대출 만기연장·상환유예 조치가 3년 넘게 지속되고 있어서다.
이는 금융지원이 아니었다면 연체로 이어졌을 대출 중 상당수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고 억눌려 왔다는 뜻이다. 금융위원회에 따르면 코로나19 금융지원에 따른 만기연장·상환유예 지원 금액은 지난해 6월 말 기준으로 76조2000억원에 달했다.
금융권 관계자는 “금리 인하 시기가 계속 미워지고 있는 만큼 올해도 당분간 부실채권이 늘어나는 흐름이 이어질 것”이라며 “은행들로서는 관련 비용의 추가 확대가 불가피할 것”이라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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