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르면 2030년 서울 용산에 100층 안팎의 마천루가 들어서고, 건물 45층을 다른 건물과 잇는 보행전망교가 조성된다. 뉴욕 세계무역센터(WTC) 지하를 옮겨놓은 듯한 보행문화공간, 베슬(뉴욕 허드슨야드에 조성된 벌집 모양의 구조물)과 같은 상징 조형물 등 뉴욕을 쏙 빼닮은 개발계획으로 도시 경쟁력을 끌어올린단 구상이다. 일조권을 침해하고 교통 대란을 불러올 초고층 건축은 기후위기 시대에 역행하는 개발인데다 교통 대책 등 현실성이 부족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서울시는 5일 서울 용산역에서 이러한 내용의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계획(안)’을 발표했다. 2013년 자금 부족, 국제금융위기 등으로 이 일대가 도시개발구역 지정에서 해제된 지 만 10년 만이다. 뉴욕 최대 복합개발지인 허드슨야드의 4.4배, 일본 복합문화공간 롯폰기힐스의 4.5배에 이르는 수직도시를 만든단 구상으로, 토지를 포함한 공공사업비는 16조원, 민간 개발까지 포함해 추산한 사업비는 51조원이 예상된다. 공공이 도로, 공원 등 기반시설을 조성하면 민간은 개별 건물을 올린다. 내년 기반시설 착공을 시작해 빠르면 2030년엔 입주를 시작하는 것이 서울시의 목표다.
개발지구는 국제업무존, 업무복합존, 업무지원존 세개로 나뉜다. 한가운데 위치한 국제업무존에는 100층 내외의 랜드마크타워가 들어서고, 최대 용적률 1700%까지 고밀개발이 가능하도록 만든다. 금융·정보통신기술 기업을 대상으로 하는 오피스와 마이스(MICE), 호텔, 광역환승센터 등을 조성하고, 랜드마크 꼭대기에는 전망시설과 어트랙션(관광·놀이시설) 등을 마련한단 구상이다. 업무복합존은 용산전자상가 등과 연계한 인공지능(AI), 빅데이터 업무 및 기업 지원시설이 입주하고, 업무지원존엔 주거·교육·문화 시설 등이 들어선다. 업무복합존 건물 45층에는 서울 시내를 무료로 조망할 수 있는 ‘스카이트레일’(보행전망교)을 설치한단 계획이다.
개발지구의 5분의 1은 도시계획시설로 지정된 공원·녹지를 만들겠단 구상도 내놨다. 사업 부지면적의 100%에 달하는 ‘입체적 녹지’를 확보한단 계획이지만, 절반은 건물 벽면이나 옥상을 활용한 녹지고, 실제로 지상에 공원으로 조성되는 녹지는 20% 정도다. 여기에 민간의 공개공지를 활용해 나머지 30%를 개방형 녹지로 조성한다.
용산국제업무지구 개발에 대한 야심찬 계획을 내놨지만, 현실성은 떨어진단 비판이 나온다. 특히 개발 뒤 이 일대에 예상되는 극심한 교통난에 대한 교통대책이 부실하단 지적이다. 서울시는 수도권광역급행철도(GTX) 비(B) 노선, 고속철도(KTX) 용산~속초, 공항철도 등 용산을 지나는 대중교통 노선을 4개 더 확충해 대중교통 분담률을 현재 57%에서 70%까지 늘리고, 자율주행과 도심항공교통(UAM)을 활용한다는 계획이지만 장밋빛 전망만으로 교통 수요를 관리할 수 있을지 불투명하다. 최은영 한국도시연구소장은 “사람이 많아지면 교통량이 당연히 늘어나는데, 자율주행 셔틀버스 등을 운영한다고 해서 사람들이 차를 안 타고 다닌단 구상은 현실성이 부족하다”고 꼬집었다.
공공성 확보도 숙제로 남았다. 전문가들은 공공성을 담보하기 위한 방안이 부족한데다 민간에 과도한 개발이익을 몰아주는 계획이라고 지적했다. 조정흔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토지주택위원장은 “공공의 참여가 공공성 담보 수단이 아니라, 공공기관에 기반시설 비용을 부담하게 만들고 기반시설이 조성된 땅을 민간사업자에게 팔겠다는 것에 불과하다”며 “개발이익 분배 방안이나 공공의 땅을 환수할 수 있는 조치 등은 부족하다”고 짚었다.
기후위기에 역행한단 지적도 나왔다. 정석 서울시립대 도시공학과 교수는 “대한민국은 개발로 인한 탄소 배출이 엄청 많다. 프랑스 파리도 신개발을 자제하는 등 탄소제로 시대에 이런 식의 대형 개발을 하는 나라는 드물다”고 말했다.
한겨레 손지민, 박다해 기자 / sjm@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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