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연방준비제도(Fed)가 정책금리(기준금리)를 동결하면서 한국은행도 한숨을 돌렸다. 여전히 역대 최고 수준이지만 한미 금리차가 유지되면서 기준금리 인상에 대한 부담이 다소 완화된 까닭이다.
다만 인상 압력 요인이 완전히 사라진 것은 아니다. 물가가 재차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고, 가계부채도 증가폭 기울기가 커진 상태다. 한국은행이 발표하는 주요 경제 지표들에 관심을 가져야 하는 이유다.
미 연준은 지난 1일(현지시간)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회의에서 정책금리를 현 수준인 5.25~5.5%를 유지하기로 결정했다.
시장에선 연준의 이번 금리 동결보다 제롬 파월 미 연준 의장 입을 주목했다. 금리 동결은 예상됐던 만큼 연준의 향후 통화정책 방향을 가늠하는 게 중요한 까닭이다.
그동안 파월 의장은 금리 추가 인상 가능성과 고금리 수준 유지 등 통화긴축 정책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하지만 이번에는 이전에 비해 다소 완화된 입장으로 선회했다는 게 시장 분석이다. ▷관련기사: 기준금리 동결한 미국, 내심 반가운 한국(11월2일)
이승훈 메리츠증권 이코노미스트는 “(파월 의장은) 인플레이션 안정 의지를 피력하면서도 추가 인상보다는 향후 동결 가능성을 시사하는 내용이 다수 포함됐다”며 “내년 상반기까지 현행 수준의 금리를 유지하다 하반기에 물가 안정과 경기 둔화를 확인하면서 금리 인하에 착수할 것이란 기존 견해를 유지한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시장에선 당분간 미 연준의 금리 인상은 없을 것으로 예상하는 만큼 한은 입장에선 대외 불확실성은 다소 완화된 상황이다. 하지만 국내 경제 상황이 녹록지 않다는 게 부담으로 남아 있다.
우선 물가 상승세가 지속되고 있다. 올 상반기 2%대 수준으로 하향 안정화되는 모습을 보였던 소비자물가 상승률은 재차 상승폭을 확대하고 있다. 통계청에 따르면 10월 소비자물가 상승률(전년 동기대비)은 3.8%를 기록했다. 8월 3.4%와 9월 3.7%를 기록한데 이어 더 큰 상승폭을 보였다.
특히 최근 국내 금융시장의 최대 화두인 가계부채 문제도 간과할 수 없다. 이창용 한국은행 총재는 국정감사에서 “선 대출규제, 후 금리 인상”이라는 점을 강조했는데, 지금의 가계부채 증가 흐름이 지속된다면 금리 인상이 불가피한 상황에 처할 수도 있다. ▷관련기사: 가계대출 증가 ‘가속페달’…시급해진 ‘스트레스 DSR'(11월3일)
한국은행은 오는 8일 10월중 금융시장 동향을 발표한다. 가장 주목할 숫자는 은행 가계대출이다.
지난 9월 가계대출 증가액은 4조9000억원을 기록했다. 전달(6조9000억원)보다 2조원 줄었다. 9월의 경우 주택담보대출(주담대) 증가폭이 줄면서 가계대출 증가 규모가 상당폭 축소된 바 있다. 주담대 영업일이 줄고 금융권 대출 취급조건 강화 영향으로 분석된다.
반면 10월은 가계대출 증가액이 재차 확대될 것으로 전망된다. 은행들이 대출 수요를 억제하기 위해 대출 금리를 인상했지만 대출 받으려는 금융 소비자들이 늘고 있는 까닭이다. 이미 공개된 5대 시중은행(KB국민·신한·하나·우리·NH농협은행) 10월 가계대출 잔액은 전달보다 3조6000억원 이상 증가해 전달보다 증가 폭이 확대됐다.
가계부채에 관한 금통위원들의 의견도 확인할 수 있다. 오는 7일 10월 금통위 의사록이 공개된다.
지난 10월 금통위에서 금통위원 6명중 5명은 향후 3개월 금리 전망에 긴축 강도를 강화할 필요성 높다는 의견을 제시한 바 있다. 가계부채 증가에 선제 대응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나왔다.
같은 날 9월 국제수지도 발표된다. 우리 경제 성장에 대한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무역 상황 점검이 필요하다.
앞선 8월 경상수지는 48억1000만달러 흑자를 기록했다. 수출은 518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8.3% 감소, 수입은 510억달러로 22.8% 줄었다. 수출보다 수입이 더 크게 감소해 흑자를 기록하는 불황형 흑자가 이어지는 상황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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