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국인 건보 재정 통계, 600억 원 이상 오류
정부·국회, 잘못된 수치로 ‘먹튀 방지’ 정책 추진

“오류로 수백억씩 차이가 난다는 게 상식적으로 이해가 안 되네요”
외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를 놓고 논란이 커지는 가운데, 정부와 국회가 정책 수립의 근거로 삼은 통계에서 심각한 오류가 발견됐다.
특히 중국인 가입자의 재정수지는 기존 발표와 600억 원 이상 차이가 나는 것으로 드러났다. 정부는 중국인의 ‘먹튀’를 막겠다며 건강보험 제도 개편을 추진했지만, 정작 그 근거가 된 데이터가 틀렸던 셈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건보공단)은 이를 뒤늦게 인지하고 지난달에서야 통계를 정정했지만, 국민들은 “믿고 내는 건강보험료가 허투루 관리된 것 아니냐”며 분통을 터뜨리고 있다.
국가별 건강보험 재정 통계 ‘구멍’… 600억 원 이상 차이 났다

지난 2일 김미애 국민의힘 의원이 건보공단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17~2023년 건강보험 전체 재정수지는 변함없었지만, 국가별 보험료 부과액 산정 오류로 큰 차이가 발생했다.
2020년 중국인 건강보험 재정수지는 기존 239억 원 적자에서 365억 원 흑자로, 2023년에는 640억 원 적자가 27억 원 적자로 정정됐다. 불과 한 해 동안 613억 원이 뒤바뀐 것이다.
건보공단 관계자는 “외국인 국가별 재정수지는 정기적으로 산출하는 자료가 아니며, 재정 손실로 이어진 것은 아니다”라면서도 “공단 통계 신뢰도에는 타격이 있었다”고 인정했다.
건보공단, ‘세대교체’ 탓했지만… 국민 신뢰 추락

건보공단은 통계 오류의 원인으로 ‘조직의 세대교체’를 꼽았다.
공단에 따르면 업무 경험이 많은 직원들이 정년을 맞으며 2016년부터 대규모 인력 교체가 이뤄졌다. 그 결과, 조직의 평균 연령이 2015년 45.2세에서 올해 39.8세로 낮아졌고, 5~6급 직원 비중도 22%에서 52%로 증가했다.
또한, 건보공단은 본부가 강원도 원주에 있어 인력 충원이 어렵고, 특히 오류가 발생한 자격부과실은 직원들이 기피하는 부서라고 해명했다.
건보공단은 이를 해결하기 위해 2027년까지 통합징수시스템을 재구축하고, 인공지능(AI) 기반 자동점검 시스템을 도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중국인만 적자” 통계로 본 외국인 건강보험 형평성 논란

한편, 중국은 외국인 가입자 수 상위 10개국 중 거의 매년 건보 재정에서 적자를 기록하는 유일한 국가다.
2019년 -987억 원, 2021년 -109억 원, 2022년 -229억 원 등 지속적인 적자가 이어졌다. 그 결과, “중국인 가입자가 가족을 한국으로 불러와 건보 혜택을 누리고 있다”는 비판이 거세졌다.
이에 정부는 지난해 4월 건강보험 피부양자 등록 기준을 강화하는 개정안을 도입했다. 기존에는 직장가입자의 가족이 입국 즉시 피부양자로 등록됐으나, 개정 후 최소 6개월 이상 국내 거주해야 가능하도록 변경됐다.
하지만 여전히 “6개월 거주 요건은 너무 약하다”, “한국인이 중국에서 의료 혜택을 받을 수 없는데, 왜 우리는 중국인에게 퍼주느냐”는 반발이 이어지고 있다.
“올해 적자 전환 불가피”… 건보 재정 부담 커진다

한편, 정기석 건강보험공단 이사장은 올해 건강보험 재정이 적자로 전환될 것이라고 전망했다.
정 이사장은 지난 2월 열린 기자간담회에서 “올해부터는 5년간 필수 의료에 10조 원을 투입하는 계획이 있어 적자가 불가피하다”고 밝혔다.
현재 건보공단은 재정 지출 효율화를 위해 적정진료 추진, 급여 항목 정비, 보험자 이의신청 제도 개선 등을 추진하고 있다.
하지만 건보공단 적자 전환 소식에 국민들은 “외국인 건보 혜택을 축소해야 한다”는 목소리를 더욱 높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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