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 2위 철강사 현대제철 희망퇴직
포항공장 기술직 1,200명을 대상
중국발 철강 제품 과잉·내수 부진
최근 국내 2위 철강사 현대제철이 희망퇴직 신청을 받아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는 글로벌 경기 침체로 인한 수요 부진과 중국산 저가 철강재 공세로 어려움을 겪는 가운데 미국 도널드 트럼프 2기 행정부의 관세 부과까지 겹치면서 인원 축소를 결정한 것으로 파악된다.
지난 4일 철강업계에 따르면 현대제철은 14일까지 경북 포항공장 기술직 1,200명을 대상으로 희망퇴직을 시행하는 것으로 전해졌다. 특히 현대제철이 희망퇴직을 받은 건 2022년 이후 3년 만으로 알려져 철강업계의 관심이 집중됐다.
이어 현대제철은 포항공장 희망퇴직을 진행하는 동시에 충남 당진제철소 박판 공장에서 근무할 전환 배치 인력도 모집한다고 밝혔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해 말부터 포항 2공장을 축소 운영해 온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중국발 철강 제품이 과잉 공급되며 단가가 하락한 데다 국내 건설 경기가 침체에 빠져 내수도 부진했기 때문으로 추측됐다. 더하여 현대제철은 가동률이 떨어진 포항 2공장을 완전히 가동 중단하기로 했지만, 노조의 반대에 부딪혀 축소 운영으로 선회하기도 했다.
이에 현재 포항 2공장의 제강 및 압연 공정은 기존 4조 2교대 체제에서 2조 2교대로 전환돼 제강 공정에서 쇳물만 생산하는 상황이다. 그러나 그마저도 최근 공장 수익성이 떨어져 인력 구조조정에 나선 것으로 추측된다.
희망퇴직 단행에 대해 현대제철 관계자는 “저가 수입 철강재 유입 등 어려운 철강 경기가 지속돼 기술직 희망퇴직 및 당진 전환 배치를 진행하게 됐다”라며 “회사는 향후 노사 협의를 거쳐 희망퇴직과 전환 배치를 진행하고 고용 안정성 유지를 위해 최선을 다하겠다”라고 밝혔다.
그러나 최근 현대제철이 노사 분규도 봉합하지 못한 상황에서 희망퇴직 신청을 받는 것은 현대제철에 사상 초유의 위기가 닥쳤다는 방증으로 작용하고 있다. 실제로 현대제철은 지난해 9월부터 임단협 교섭을 진행 중이지만 합의점을 찾지 못하고 있는 것으로 파악됐다.
이에 노조가 부분 파업과 총파업을 이어가자, 사측은 지난달 24일부터 당진제철소 내 냉연공장에 대해 부분 직장폐쇄를 단행하기도 했다. 이는 성과금 규모를 두고 벌어진 노사 갈등에서 시작됐다.
특히 업계에서는 지난해 말부터 이미 축소 가동 중인 포항 공장 구조 조정을 본격화할 것으로 내다봤다. 이는 포항 공장에서는 건설업에 주로 쓰이는 봉형강(철근)을 주로 생산해 왔는데, 건설업 불황으로 이미 가동률이 크게 떨어진 상황을 고려한 것이다.
실제로 지난해 현대제철의 봉형강 판매량은 540만 1,000t으로 2023년(632만 7,000t)과 비교해 15% 감소했다. 이어 올해 역시 부진이 예상되어 녹록지 않은 경영환경을 헤쳐나가야 한다. 여기에 도널드 트럼프 미국 행정부의 철강 관세가 현실화하는 점 역시 악재로 작용했다.
이날 희망퇴직과 함께 알려진 전환 배치 인력은 저탄소 공정으로 탈바꿈한 당진 공장에 배치된다. 앞서 현대제철은 지난 2020년 수익성 악화로 당진 박판(두께 3㎜ 이하의 얇은 철강재) 공장 가동을 중단한 이후 해당 공장을 저탄소 공정으로 전환하는 준비를 해온 것으로 알려졌다. 즉, 이 공장이 하반기 가동을 목표로 두고 있어 해당 공장에 전환 배치 인력을 준비 중인 것으로 추측된다.
한편, 최근 정부가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 관련 덤핑 조사에 착수한 가운데 철강업계 내부는 뒤숭숭한 분위기가 팽배한 것으로 알려졌다. 이는 열연강판의 경우 중간재 역할을 하는 반제품으로 이를 직접 생산하는 기업과 이를 사들여 완제품으로 만드는 기업 간의 이해관계가 크게 엇갈리기 때문으로 보인다.
또한, 열연강판을 직접 생산하는 포스코와 현대제철은 반덤핑 관세가 붙으면 유리하나 이를 가공해 완제품을 판매하는 중소 제강사의 경우 수익성이 악화할 수 있어 업계의 이목이 쏠린다. 이에 일각에서는 열연강판의 경우 중간재로 시장 규모가 큰 데다 철강업계 내부에서도 이해관계가 엇갈리고 있어 더욱 철저한 분석이 필요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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