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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정위 핫이슈] 공정위 ‘사업기회 제공’ 제재 강화 예고… 11년간 3번뿐인 과거 사례는 어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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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기사는 2025년 3월 4일 오후 5시 조선비즈 RM리포트 사이트에 표출됐습니다.

공정거래위원회가 ‘사업기회 제공’에 따른 부당 지원 행위에 대한 제재 강화를 준비하고 있다. 과징금 상향을 추진하고, 상법 등 유사 판례를 참고해 법 집행에 더욱 적극적으로 나선다는 방침이다.

공정위는 2014년 법 개정을 통해 특수관계인에 대한 부당한 이익 제공의 유형 중 하나로 ‘사업기회 제공’을 명시해 규제하기 시작했다. 도입한 지 11년이 흐를 동안, 이 규정을 적용해 제재한 사건은 대림산업(현 DL이앤씨)·SK실트론·호반건설 등 단 3건밖에 되지 않는다.

공정위에서는 부처의 양대 축인 사건과 정책 두 조직에서 동시에 이 문제를 촘촘히 들여다 보는 상황이다. 강력한 철퇴가 예고된 만큼, 제재 대상인 대기업집단의 관심이 집중될 것으로 보인다.

5일 공정거래위원회에 따르면, 공정위는 최근 ‘부당지원 및 사익편취 행위의 지원·위반 금액 산정 관련 과징금제도 개선 방안에 관한 연구’와 ‘사업기회 제공 행위에 대한 범위와 법 적용을 위한 연구’ 용역을 마치고 결과 보고서 활용 방안을 내부 검토 중이다.

대림·호반·SK 로고. /연합뉴스·뉴스1
대림·호반·SK 로고. /연합뉴스·뉴스1

◇ 정책·사건서 각각 발주한 ‘사업기회 제공’ 연구 마무리

두 연구는 각각 ‘정책’과 ‘사건’ 관련 부서에서 따로 발주했다. ‘사업기회 제공’에 따른 부당 지원 행위 규제’와 관련된다는 공통점이 있다.

공정거래법에 따르면, 공시대상기업집단에 속하는 국내 회사는 특수관계인에게 부당한 이익을 귀속시키는 행위를 해서는 안 된다. 그중 하나로 ‘회사가 직접 또는 자신이 지배하는 회사를 통해 수행할 경우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를 제공하는 것이 금지 행위로 명시돼 있다. 회사에 이익이 되는 기회임이 뻔한데, 회사가 이를 포기하고 특수관계인에 부당하게 넘겨선 안 된다는 뜻이다.

정책 관련 부서에선 현재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과징금 상향 및 산정 방식 다양화를 검토 중이다. 현행법에 따르면 원칙적으로는 부당 지원 금액에 상응하는 과징금을 매겨야 하지만, 산정이 어려우면 거래 규모나 관련 매출액의 10%를 과징금으로 정할 수 있다. 그 거래 규모 파악마저 어렵다면 최대 40억원의 과징금을 ‘정액’으로 부과할 수 있는데, 이 역시 부당 이익에 비해 턱없이 작다는 비판도 있었다.

사건 관련 부서에선 새로운 사건 발굴에 이번 연구 결과를 참고할 방침이다. 공정위 관계자는 “사업기회 제공에 따른 부당 지원 행위 과거 심결이 3개밖에 되지 않아, 직원들이 비슷한 사건의 위법성을 판단할 때 ‘사업기회’로 볼 수 있느냐에 대한 혼란이 있다”며 “유사하게 ‘사업기회 유용’을 규정하고 있는 상법이나 상속세·증여세법, 다른 나라 상법을 참고했을 때 문제 된 사례를 공정거래법상으로도 규율하도록 참고할 예정”이라고 했다. 즉 법 적용 가능성과 처분 강도를 강화해 앞으로 제재의 실효성을 높이겠다는 것이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12월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2021년 12월 15일 오전 정부세종청사 공정거래위원회에 도착해 ‘SK실트론 사익편취 의혹’ 사건 전원회의가 열리는 심판정으로 들어가고 있다. /연합뉴스

◇ 심결례 대림·SK·호반 3건… 2건은 고법·대법서 다툼 중

사업기회 제공 행위 금지가 시행된 2014년 이후 공정위가 해당 조항을 문제 삼아 제재한 사건은 지금껏 ▲대림산업(2019년 9월 9일 공정위 의결·13억500만원 과징금) ▲SK실트론(2022년 3월 16일·16억원) ▲호반건설(2023년 8월 22일·608억원) 등 단 3건에 불과하다.

이 중 2건은 법적 다툼을 이어가고 있다. 대림산업은 제재를 수용하며 사건을 일찍 종결했다. 그러나 SK실트론 사건은 고등법원에서 공정위가 패소한 뒤 상고해 대법원에 1년째 계류돼 있다. 호반건설 사건은 현재 고법에서 한창 변론이 진행 중으로, 언제 종결이 이뤄질지는 가늠하기 어렵다.

3건의 개별 사건을 요약해 살펴보면, 대림산업은 호텔 사업 진출을 위해 대림 자체 브랜드인 ‘글래드’(GLAD)를 개발한 뒤, 총수 2·3세가 출자해 만든 또 다른 호텔 브랜드 보유업체 ‘에이플러스디’(APD)를 통해 브랜드 상표권을 등록하도록 했다. 글래드 브랜드가 붙은 계열 호텔은 대림산업 자회사인 ‘오라관광’이 운영했는데, 이런 구조 때문에 오라관광은 브랜드 사용 수수료를 APD에 지급해야만 했다. 오라관광이 수행할 수도 있었던 브랜드사 역할을 거저 넘겨준 것이다.

호반건설은 다수의 공사 현장에서 토목·전기·소방·조경 공사를 수행하고 있었으나, 이를 호반건설 김상열 회장의 장·차남이 소유한 호반건설주택·호반산업에 정당한 사유 없이 이관한 것이 문제로 판단됐다. 호반건설이 이미 시공계약을 체결해 진행하던 공사이기에 중도 타절(공사 도중 계약 해제)하지 않았다면 회사에 상당한 이익이 될 수도 있었는데도, 특수관계인에게 이 기회를 넘겼다는 것이 공정위의 판단이다.

법조계에선 이들 3건 사례 중 대림산업·호반건설의 경우, 회사가 새롭게 개발하는 사업이나 기존에 수행하던 사업(밀접성)을 제공한 것으로 ‘부당한 이익 제공 성립’이 비교적 분명하다고 평가하고 있다. 공정거래법 시행령에서는 사업기회 제공 주체가 제공 객체와 사업 밀접성이 있다면 문제라고 구체적으로 규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2023년 6월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호반건설의 부당내부거래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2023년 6월 15일 세종시 정부세종청사에서 유성욱 당시 공정거래위원회 기업집단감시국장이 호반건설의 부당내부거래 사건에 대한 브리핑을 하고 있다. /뉴스1

다만 SK실트론 건은 앞선 두건에 비해 첨예한 쟁점을 낳아 논란이 지속되는 중이다. 이 사건은 SK가 반도체 웨이퍼 생산 회사인 구(舊) LG실트론 지분 51%를 인수한 뒤 잔여 지분 49% 가운데 19.6%만 추가 매입하고, 나머지 29.4%는 최태원 회장이 매입하면서 불거졌다. 공정위는 SK가 남은 모든 지분을 인수했더라면 장래에 상당한 이익이 될 사업기회였던 데다 가장 유력한 인수 후보였지만, 경쟁 입찰 참여를 포기하는 결정으로 최 회장에게 사업기회를 준 것으로 판단해 제재했다.

하지만 고법은 공정위가 내린 시정명령과 과징금 부과 처분을 모두 취소하라며 SK의 손을 들어줬다. 공정위는 다시 대법원에 상고했다. 공정위가 앞으로 대법원에서 다툼을 통해 주목하는 지점은 “‘할 수 있는 걸(입찰 참여를 통한 잔여 지분 인수) 포기하고, 특수관계인(최태원)에게 기회가 가도록 한 것’도 충분히 ‘사업기회 제공’으로 볼 수 있지 않느냐”다. 그동안은 사업기회를 직접적으로 준 것만 문제시됐는데, 회사가 기회를 포기하는 방식으로 개인에게 기회를 넘겨준 것 역시 ‘소극적 무작위’로서의 사업기회 제공인지에 대한 판단이 대법원 판결을 통해 정립될 것으로 보인다.

조선비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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