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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떤 차를 원하세요?” PBV, ‘맞춤형 상용차’ 시대 열어

IT조선 조회수  

취향 혹은 라이프스타일 다양해지면서 ‘맞춤형’이 대세로 자리 잡고 있다. 목적에 맞게 원하는 것을 소유하려는 움직임이 커지고 있는 것이다.

기아가 선보일 PBV 시리즈. / 기아
기아가 선보일 PBV 시리즈. / 기아

맞춤형 개념은 자동차에도 적용되고 있다. 컬러, 소재, 자수 디자인 등 각 요소를 취향에 맞게 선택할 수 있는 방식이 대중화되고 있는 상황이다. 맞춤형 구매 방식은 상용차 시장에도 퍼지고 있다. 사용 목적에 맞게 제작이 가능한 ‘목적기반모빌리티(Purpose-Built Vdhicle, 이하 PBV)’가 대표적인 예다.

PBV는 연령대나 라이프스타일과 같은 개념의 소비층을 넘어 특정 산업이나 직군, 개별 기업을 위해 선보이는 ‘맞춤형 자동차’로 주문 제작형 상용차, 주행 환경에 맞춘 영업용 상용차를 뜻한다. 일종의 자동차 버전 ‘맞춤형 정장’ 혹은 ‘수제화’다.

기아의 첫 번째 PBV PV5. / 기아
기아의 첫 번째 PBV PV5. / 기아

PBV는 e-커머스 중심으로 변화하고 있는 소비 시장과 소유에서 공유의 영역으로 확장되고 있는 모빌리티 시장의 추세에 따라 ‘라이드 헤일링’과 ‘라스트마일 배송’ 서비스의 중요도가 높아지면서 등장했다. 라이드 헤일링은 사용자가 목적지를 설정하고 차량 호출 시 플랫폼에서 원하는 위치까지 이동 가능한 차량을 매칭하는 서비스며 라스트마일은 유통산업에서 주문한 물품이 고객에게 배송되는 마지막 단계를 일컫는 용어다.

PBV는 한 차종으로 고객 운송용 ‘패신저 모델’ 또는 짐 운반용 ‘카고’, 휠체어를 실을 수 있는 ‘WAV(Wheelchair Accessible Vehicle)’ 등 고객의 요구에 따라 운전석 후방을 다양한 형태로 제작할 수 있는 것이 특징이다.

이러한 제작이 가능한 이유는 모듈러 방식에 있다. 용도에 따라 외장 패널과 차체를 새로 금형하는 기존 방식과 달리 PBV는 전방 운전석을 공유하고 후방은 용도에 따라 모듈화된 차체를 탑재하는 방식으로 제작된다. 예컨대 승객 운송용은 승객석 모듈을, 짐 운반용은 카고 모듈을 적용하는 등 용도에 따른 차량을 완성할 수 있다.

현대차의 비즈니스 플랫폼 ST1. / 현대차
현대차의 비즈니스 플랫폼 ST1. / 현대차

소형 상용차 시장에서 PBV의 수요가 크게 늘 것으로 보인다. 특장 설치 비용, 개조에 따른 승인 절차에서 자유롭기 때문이다. 불법적인 개조도 미연에 방지할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제조사 역시 별도의 금형 과정이 필요하지 않기 때문에 제작 비용 측면에서 이점을 얻을 수 있다는 점도 장점이다.

실제로 글로벌 조사기관인 모도 인텔리전스(Mordor Intelligence)는 라이드 헤일링 서비스의 글로벌 시장 규모가 2024년 1856억달러(271조873억원)에서 2029년 2941억달러(429조5624억원)으로 확대될 것으로 예측했다. 포춘 비즈니스 인사이트(Fortune Business Insight)는 라스트마일 배송 시장이 2025년 205억달러(29조9423억원)에서 2023년 1349억달러(197조349억원)로 급성장할 것으로 내다봤다.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E-GMP.S 플랫폼은 스케이드보드 형태를 띄고 있다. / 기아
현대차그룹이 개발한 E-GMP.S 플랫폼은 스케이드보드 형태를 띄고 있다. / 기아

PBV 시장 성장이 예상되는 가운데 현대자동차그룹은 PBV 전용 플랫폼인 ‘E-GMP.S(Electric-Global Modular Platform for Service)’를 세계 최초로 공개했다. 해당 플랫폼으로 PBV 시장 선점에 속도를 낸다는 계획이다. 현대차그룹은 E-GMP.S 플랫폼을 통해 폭넓은 비즈니스에 활용 가능한 범용성과 공간 유연성을 확보해 PBV 비즈니스에 최적화된 모델을 선보일 것이라고 설명했다.

현대차그룹의 E-GMP.S 플랫폼은 배터리를 차체 하단에 배치하는 스케이트보드 형태를 기반으로 한다. 구동에 필요한 전기모터와 인버터, 감속기를 통합한 PE(Power Electric) 모듈 등의 부품은 최대한 앞쪽으로 배치했다. 운전석 위치를 최대한 전방으로 당겨 후방 공간 효율성을 높인 것이다. 또 배터리를 하단에 배치해 실내 바닥이 평평하고 낮아 승객이 승·하차 시 편리하고 적재 용량을 늘릴 수 있다는 게 회사의 설명이다.

E-GMP.S 플랫폼에는 차세대 배터리 기술인 ‘셀투팩(Cell to Pack, CTP)’도 적용된다. 해당 기술은 기존 ‘셀투모듈(Cell to Module, CTM)’과 달리 배터리 셀을 팩 형태로 제작된다. 이로 인해 모듈 케이스가 차지하는 공간을 배터리 셀로 채울 수 있어 더 긴 1회 충전 주행가능거리를 확보할 수 있다. 현대차그룹은 충전의 효율성을 높이기 위해 400V 고전압 충전시스템을 우선 탑재하고 향후 800V 시스템까지 확장할 예정이다.

휠체어 탑승용으로 제작된 기아 PV5. / 기아
휠체어 탑승용으로 제작된 기아 PV5. / 기아

PBV의 등장에 다양한 업계에서 서둘러 PBV를 도입하고 있다. 페덱스코리아는 지난달 14일 현대자동차의 첫 PBV인 ST1 6대를 도입했다. 당시 박원빈 페덱스코리아 지사장은 성장하고 있는 e-커머스와 그에 따른 지속 가능한 라스트마일 배송 요구가 커짐에 따라 PBV 도입을 결정했다고 도입 배경을 밝혔다.

DHL 코리아도 PBV 도입을 위해 기아와 손을 잡았다. DHL 코리아는 기아와 ‘친환경 물류 운송 혁신 프로젝트 추진을 위해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에 따라 기아는 차량 운영 관련 특성에 최적화된 PBV 제작하고 DHL 코리아는 이를 물류 현장에 배치한다는 계획이다.

업계 관계자는 “소비와 모빌리티 이용 환경이 변화함에 따라 PBV의 수요가 빠르게 늘 것으로 예상된다”며 “PBV는 카고, 승객 운송, 청소차, 전기 작업 차량 등 다양한 형태와 크기로 제작이 가능하기 때문에 여러 산업군에 투입돼 상용차 시장의 새로운 기준으로 자리 잡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허인학 기자

ih.heo@chosunbiz.com

IT조선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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