쿠팡(Coupang, Inc.)은 미국 증권거래위원회(SEC.gov) 사이트에 연결 기준 매출액 302억6800만 달러를 공시(2025.2.25) 공시했다. 미국에 본사를 둔 쿠팡은 뉴욕 거래소에 상장되어 있고, 한국 쿠팡이 100% 지분 종속회사인 구조이다. 매출액 90% 이상이 한국에서 발생하기에 저 숫자를 바로 한국 쿠팡의 매출액이라고 보아도 무방하다.

공시가 난 후 국내 언론은 쿠팡의 성과에 칭찬 일색이다. 2023년 30조원 매출액 달성 이후 24% 성장한 매출 41조 원은 백화점, 마트 등의 견제 속에서도 쿠팡이 한국 전자상거래에서 독보적인 시장 지위에 올라섰다는 증거다.
2024년 실적 공시와 동시에 쿠팡은 2025년 역시 20% 이상 성장의 포부를 밝히기도 했다. 이제 쿠팡은 국내 뿐만 아니라 글로벌 전자상거래 업계에서도 주목받는 기업이다. 쿠팡의 ‘로켓배송’과 ‘로켓프레시’ 등 차별화된 물류 서비스가 소비자들에게 높은 만족도를 제공하면서 매출 증가를 견인했으며, 쿠팡잇츠, 쿠팡플레이 등 다양한 영역으로 진출해 사업확장을 성공시키고 있다.
하지만 이러한 놀라운 성과에도 불구하고, 쿠팡이 여전히 해결해야 할 과제가 남아 있다. 2년째 흑자로 돌아섰지만 누적된 결손금을 해소해야 하며, 1% 전후 이익률은 아직 내세울만한 수치가 아니다.

쿠팡은 2010년 창립 이후 공격적인 투자와 시장 점유율 확대 전략을 펼쳐왔다. 미국 뉴욕 증시 상장 이후에도 물류 인프라 구축과 서비스 확장을 위한 투자를 지속하며, 단기간 내에 폭발적인 성장을 이루어냈다. 그 결과 단순한 E-Commerce 플랫폼을 넘어, 풀필먼트(물류 일괄 대행 서비스), 신선식품(쿠팡잇츠), 스트리밍 서비스(쿠팡플레이) 등 다방면에서 사업을 전개하고 있다.
그러나 문제는 이 과정에서 발생한 누적 결손금이다. 쿠팡은 창립 이래 적자 기조를 유지해 왔으며, 2022년까지 누적 결손금은 약 5조 원에 달했다. 2023년부터 영업이익 흑자를 기록하기 시작했지만, 손익 구조가 완전히 개선되었다고 보기에는 무리다. 이익률은 미미한 수준이고, 사업 확장을 위한 지출이 여전히 크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쿠팡은 왜 이익률이 낮은가? E-Commerce 산업의 초기 성장 과정을 안다면 이 질문의 의미를 좀 다르게 생각해 보아야 한다. 2010년대 티몬, 위메프, 쿠팡 등의 인터넷 쇼핑몰, E-Commerce 플랫폼 사업자가 등장했을 때, 점포 없이 온라인으로 상품을 팔 수 있다는 점에서 높은 이익률을 보였다. 당시 30~40%에 불과한 원가율은 시장점유율 싸움(치킨게임)을 불러 일으켰다. 높은 할인율과 인지도를 위한 광고전 등 출혈 경쟁이 한동안 지속되었다.
그런데 이 시장을 평정한 차별화 요소는 가격이 아니라 ‘빠른’ 배송 서비스이다. 1일 배송, 새벽 배송 등 물류 서비스가 승부를 결정짓는 요소로 변했고, ‘로켓배송’을 구현한 쿠팡이 경쟁자를 모두 압살했다.

쿠팡은 대규모 물류 전국망을 갖추고, 쿠팡에 없는 상품이 없을 정도라는 제품 다양성 전략을 통해 시장을 지배하고, 점유율을 확대했다. 소비자에게는 매력적인 요소지만, 이익률을 낮추는 요인이다. 또한 업계 선두를 유지하기 위해서는 지속적인 프로모션과 할인 정책을 유지해 마진율의 희생을 부른다. 쿠팡은 국내에서 가장 강력한 물류 네트워크를 보유하고 있다. 자체 물류센터와 배송망을 운영하며, 빠르고 정확한 배송 서비스가 강점이다.
하지만 강력한 물류 인프라는 동시에 막대한 비용 부담을 수반한다. 특히 인건비, 배송 차량 유지비, 창고 운영비 등 높은 고정비가 발생하는 구조다. 2023년 기준 쿠팡의 ‘유형자산’은 2조8000억원, ‘사용권자산’은 1조8000억원이다. 창고 등의 물류 인프라 가치를 표시한 숫자다. ‘재고자산’ 2조 원 등 물류와 재고를 보관하고 유지하는데 필요한 비용이 든다.
쿠팡은 E-Commerce로 모은 회원을 대상으로 추가적 이익을 만들기 위해 신사업을 확장해 왔다. 쿠팡잇츠(배달 서비스), 쿠팡플레이(OTT), 핀테크(쿠팡페이) 등의 사업이 확대되었다. 신사업은 쿠팡의 새로운 경쟁자 추가를 의미하고, 각 서비스의 손익분기점을 넘기 위해서는 투자와 마케팅 비용이 필수다. 결국 단기적으로 전체 수익성을 떨어뜨리는 요인이다. 영업이익은 흑자지만 2024년 당기순이익이 급감한 이유는 투자 비용의 상승 탓이다.

쿠팡의 ‘매출 41조 원’에는 짚어 볼 점이 많다. 2023~2024년 연속 흑자 기조는 고무적인 일이나 매출 증가만큼 비례적인 이익 상승이 아니라는 점, 특히 매우 낮은 이익률은 혹시 문제점이 없는지 따져봐야 한다.
지난 2023년 쿠팡은 2조1000억원의 당기순이익을 기록했다. 그간 쌓인 누적 적자 덕분(?)에 법인세 조정 등 결손금을 약 6조원에서 3조8000억원으로 낮추는 효과를 가져왔다. 그런데 2024년 당기순이익(6600만 달러)은 매우 미미하다. 10조 원 단위로 뛰는 매출액 상승만큼 현금(Cash)가 들어오는 이익률 증가를 보여야 한다.
더욱이 쿠팡은 주가 상승이 필요한 상태다. 50달러로 출발한 쿠팡의 주가는 현재 절반 수준인데 쿠팡 주식발생초과금 6조2000억원을 댄 투자자의 엑시트(EXIT·이익실현) 요구가 슬슬 거론될 시점이 다가오고 있기 때문이다. 재무제표의 누적 결손금을 해소하려면 큰 숫자의 당기순이익이 절실하다. 아니면 일시적인 흑자가 아니라, 지속적인 이익 상승을 약속할 수 있는 구조를 보여줘야 한다.
쿠팡은 아마존처럼 계획된 적자를 이해하고, 대규모 투자를 받기 위해 미국 증시 상장을 선택했다. 글로벌 투자자들의 기대에 부응해, 이익률의 시장 지배력을 보여야 주가 상승의 모멘텀을 만들 수 있을 것이다.

그런데 국내 E-Commerce 시장 환경은 성장의 한계가 보인다. 성숙 단계에 접어 든 시장에서 쿠팡의 매출액 상승세가 지속될 수 있을지 의문이 제기되며, 국내외 경쟁자들이 상황 역시 녹록치 않다. 예를 들면 신선 식품의 강자로 꼽히는 컬리의 원가율이 70%를 넘는다는 숫자를 보면 달라진 E-Commerce를 엿볼 수 있다. 어쩌면 더 이상 E-Commerce가 높은 이익률의 비즈니스가 아닐 수 있다는 얘기이기 때문이다.
공격적인 시장 확장 전략이 가능했던 건 E-Commerce가 고성장과 높은 이익률을 예상했기 때문이다. 쿠팡의 41조 원 매출 달성은 매우 인상적인 성과지만 장기적인 성공을 위해서는 충분하지 않다. 앞으론 결손금을 줄이고, 수익성을 보여주는 게 핵심 과제다. 쿠팡이 ‘매출은 크지만 이익은 없는 기업’에서 벗어나 ‘매출과 수익이 함께 성장하는 기업’으로 도약할 수 있을지 2025년 특히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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