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인트경제] 이와테현 오후나도시에서 지난 2월 26일에 발생한 대규모 산불이 일주일째 이어지면서, 피해가 갈수록 커지고 있다. 현지 소방 당국과 자위대가 총력을 기울여 진화에 나섰지만, 4일 오전까지도 불길이 약해지지 않아 주민들은 계속해서 대피 생활을 이어가고 있다.

일본 언론 보도에 따르면, 3일 오전 6시 기준 산불로 인한 소실 면적은 약 2100헥타르에 달한다. 이는 1989년 이래 일본 국내에서 발생한 산불 중 최대 규모로, 기존 1992년 홋카이도 쿠시로시 산불 때의 1030헥타르를 훌쩍 넘어섰다. 현지 관계자는 “이 정도 규모의 화재는 최근 30년간 유례가 없었다”며 우려를 표했다.
이번 산불로 적어도 84채의 건물이 소실되거나 큰 피해를 입었고, 사망자도 1명 발생했다. 2일 기준으로 1896가구 4596명에게 피난 지시가 내려졌으며, 약 1200명이 여전히 대피소에서 불안한 나날을 보내고 있다. 특히 오후나도시 산리쿠초 아야사토(綾里) 지역 등 17개 지구에는 대규모로 불길이 번질 수 있어, 시 당국이 사전 대피를 권고했다.
현지 주민들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당시에도 큰 피해를 겪은 터라, 이번 산불에 대한 불안감이 더욱 크다. 한 주민은 “대지진 때는 앞에서 밀려오는 쓰나미의 공포가 컸다면, 산불은 뒤쪽에서 불길이 다가오고 있어 두려움의 결이 다르다”고 전하며 “하루빨리 불이 꺼져 일상이 회복되기를 간절히 바란다”고 말했다.

산불 진압 작업에는 자위대 헬기를 포함해 10여 대 이상의 항공기가 동원됐고, 지상에서는 소방대원들이 산비탈을 직접 오르며 불길이 주택가로 번지는 것을 막기 위해 사투를 벌이고 있다. 하지만 계속되는 건조주의보와 강한 바람이 진화를 어렵게 만드는 상황이다. 3일에도 최대 초속 10m 이상의 강풍이 관측됐고, 4일까지 건조한 날씨가 이어질 것으로 예보돼 불길 확산이 더욱 우려된다.
이와테현 교육위원회는 이번 산불 사태로 인해 고등학교 입학시험에 응시하지 못한 학생들을 위해 별도 시험 일정을 마련하겠다고 밝혔다. 이미 일부 지역 학생들이 대피소나 친인척 집에 머무르는 사례가 보고된 만큼, 수험생들이 피해를 최소화할 수 있도록 지원책을 마련한다는 취지다.
일본 기상 당국은 5일 낮부터 비가 내릴 가능성이 있다고 전망했다. 5일부터 6일 사이 최대 50㎜의 강수량이 예보된 만큼, 이는 진화 작업에 긍정적으로 작용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비가 충분하지 않을 경우 불길이 다시 살아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어, 현장 관계자들은 기상 상황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오후나도시 당국은 2일 밤 개최한 기자회견에서 “아직 산불이 언제쯤 진압될지 가늠하기 어렵다”며 시민들에게 지속적인 경계를 당부했다. 현재까지 파악된 인적·물적 피해 규모도 계속 증가하는 추세라, 정확한 피해 집계까지는 시간이 더 걸릴 전망이다. 화재 현장에서 자원봉사와 구조 지원에 참여하고 있는 한 소방대원은 “산악지대 특성상 경사가 심하고 낙엽이나 마른 가지 등이 많아 불길이 빠르게 번진다”고 전했다.
한편 주민들은 2011년 동일본대지진 직후 겪었던 대규모 쓰나미 피해의 기억이 채 가시기도 전에 다시 한번 대형 재해를 맞닥뜨린 상황이다. “오랫동안 재해 복구에 힘써 왔는데 또다시 이런 큰 산불을 겪게 되어 안타깝다”는 지역 시민의 목소리는 현장 곳곳에서 나오고 있다. 가옥 전소로 삶의 터전을 잃은 이재민들도 적지 않아, 지자체 차원의 주거 지원 대책과 심리 상담 지원이 시급하다는 지적이 제기된다.
이번 대형 산불은 일본 전역에 다시금 기후변화와 재난 대비의 중요성을 일깨워주고 있다. 매년 건조한 계절이 되면 크고 작은 산불이 발생하고 있지만, 기후 변화로 인해 건조 및 강풍이 잦아지며 대형 화재 발생 확률이 높아졌다는 분석도 제기된다. 일본 기상청 관계자는 “이와테현 일대의 강수량은 예년에 비해 적은 추세”라면서 “봄철 건조와 바람이 맞물리면 불길은 급속도로 확산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관계 당국은 주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두면서 산불 진압에 총력을 기울이겠다는 입장이다. 대규모 재해 경험이 있던 지방자치단체들로부터 인력과 장비 지원이 잇따르고 있으며, 시민 자원봉사자들 역시 피해 지역 이재민들을 돕기 위해 적극 나서는 분위기다. 그러나 당분간 강풍과 건조 상태가 유지될 전망이므로, 화재 진압과 피해 최소화를 위한 긴장감은 며칠 더 지속될 것으로 보인다.
[포인트경제 도쿄 특파원 박진우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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