완공된 아파트 팔리지 않는 ‘악성 미분양’ 위기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 2만3천가구 육박
수도권 미분양만 한 달 새 2천가구 이상 증가

새 아파트가 넘쳐나는 상황에서도 미분양이 속출하고 있다.
지방을 중심으로 악성 미분양이 급증하며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고 있는 것이다. 특히 경기도 평택에서는 수요보다 과잉 공급된 아파트들이 팔리지 않으며 건설사들이 위기를 맞고 있다.
악성 미분양, 11년 만에 최대치 기록

지난 1월 기준, 전국 미분양 주택이 7만2천624가구에 달했다. 국토교통부가 28일 발표한 내용에 따르면, 수도권에서만 한 달 새 2천751가구가 증가하며 수도권 미분양 규모는 1만9천748가구로 집계됐다.
반면 지방에서는 미분양 물량이 소폭 감소했지만, 여전히 5만2천876가구가 팔리지 않은 상태다.
특히, 준공 후에도 팔리지 않은 ‘악성 미분양’ 주택은 2만2천872가구로 2013년 10월 이후 11년 3개월 만에 최대치를 기록했다. 이 중 86%가 지방에서 발생했으며, 대구와 부산에서 미분양 물량이 크게 증가했다.

정부는 현재 한국토지주택공사(LH)를 통해 지방 미분양 주택 3천 가구를 매입하고, 기업구조조정 부동산투자회사(CR리츠)를 출시할 계획을 발표했지만, 시장의 반응은 냉담하다.
세제 혜택이 빠져 있어 실효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정치권이 탄핵 정국으로 혼란을 겪으면서 추가적인 세법 개정도 쉽지 않을 전망이다.
공급 과잉, 지방 미분양 사태 심화

특히, 평택에서는 과잉 공급이 미분양 사태를 부채질하고 있다. 부동산 빅데이터 플랫폼 ‘아실’이 발표한 지난해 자료에 따르면, 평택의 연간 적정 주택 수요는 3천 가구에 불과하다.
다만 실제 공급량은 이를 훨씬 초과하고 있으며, 지난 5년간 매년 6천~7천 가구가 공급되면서 수요 대비 2배 이상의 물량이 쏟아졌다.
특히 지난해 4분기에는 6개 단지에서 5,900세대가 한꺼번에 분양되면서 일시적인 미분양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해 상반기에만 평택에서 4,924가구가 분양되었는데, 이는 경기 전체 분양 물량의 16.4%를 차지하는 수준이다.
이는 반도체 클러스터 조성과 GTX A·C 노선 연장 등 개발 호재를 기대한 건설사들이 무리하게 물량을 쏟아낸 것이 미분양 증가의 원인으로 지목된다.
삼성전자 실적 부진, 부동산 시장에도 영향

삼성전자의 실적 악화도 평택 부동산 시장에 직접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다. 삼성전자는 2030년까지 평택 캠퍼스에 3개의 반도체 공장을 추가 건설할 예정이었다.
그러나 일부 공장의 기초공사가 중단되고 설비 투자가 지연되면서 지역 경제에 타격을 주고 있다. 여기에 가동 중이던 P2와 P3 일부 생산라인도 운영을 중단하는 ‘콜드 셧다운’ 상태에 들어갔다.
이에 따라 과거 ‘반세권’(반도체 산업이 활성화된 지역)으로 인기를 끌던 평택의 부동산 시장이 급격히 위축되었고 결국 미분양 사태가 심화된 것이다.
건설사들, 법정관리 신청 속출

이 같은 상황에서 중견 건설사들의 위기가 현실화되고 있다. 올해 들어 삼부토건, 인강건설 등 다수의 건설사들이 법정관리를 신청했으며, 업계에서는 상반기 중 추가적인 부도 및 파산 사례가 나올 가능성이 높다고 보고 있다.
한 건설업계 관계자는 “공사비가 증가한 데다 미분양이 쌓이면서 은행 이자조차 갚지 못하는 건설사들이 늘어나고 있다”며 “정부가 미분양 해소를 위한 대책을 내놨지만, 실질적인 효과를 기대하기는 어렵다”고 우려를 표했다.
한편 부동산 시장이 얼어붙으며 지방뿐 아니라 수도권에서도 미분양 문제가 심화되고 있다. 부동산 업계에서는 추가적인 대책이 나오지 않는 한, 악성 미분양 물량이 당분간 줄어들기 어려울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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