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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김도영도 2022년엔 그랬다.
KIA 타이거즈 간판스타 김도영(22)은 입단 첫 시즌이던 2022년엔 백업 내야수였다. 주로 주전 3루수 류지혁(삼성 라이온즈)의 뒤를 받쳤다. 시즌 초반 주전 유격수 박찬호가 잔부상으로 쉬자 유격수를 보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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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103경기서 254타석을 받았다. 고졸 신인타자가 1년 내내 1군에 있으면서 이 정도의 기회를 받는 것도 쉬운 일은 아니다. 당시에도 김도영을 퓨처스리그에서 꾸준히 주전으로 쓰면서 경기력을 올리는 게 낫다는 외부의 시선도 있었다. 그러나 전임감독은 김도영의 자질을 높게 평가하고 1군 붙박이 백업으로 썼다.
그리고 전임감독은 김도영을 2년차이던 2023년에 주전 3루수로 낙점했다. 류지혁이 건재하지만 두 사람의 역할을 맞바꿨다. 김도영이 시즌 두 번째 경기서 중족골 골절로 이탈했지만, 6월 복귀하자 다시 주전으로 썼다. 심재학 단장은 활용도가 애매해진 류지혁을 삼성에 보내고 김태군을 영입, 포수 보강에 성공했다.
전임감독은 떠났고, 이범호 감독이 2024년에 마침내 ‘풀타임 주전’ 김도영을 지원하면서 센세이션한 새 역사를 썼다. 외부에선 김도영을 유격수로 써야 한다는 시선이 여전히 있지만, 이범호 감독은 김도영은 3루수가 맞는 옷이라고 못 박는다. 지금보다 수비에 큰 부담을 주면 공격력에 지장을 줄 수 있다는 생각이다.
이처럼 김도영에 대한 구단의 플랜은 체계적이었다. 그리고 이제 그 플랜을 김도영의 중~고교 라이벌이었던 윤도현(22)애게도 적응하는 듯하다. 이범호 감독은 최근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에서 윤도현은 결국 주전으로 올라서야 하며, 올 시즌엔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맡길 것이라고 했다.
쉽게 말해 2024시즌 홍종표의 롤을 윤도현이 수행한다고 보면 된다. 2022년에 김도영의 했던 롤을 무난히 수행하면, 훗날 풀타임 주전의 길이 열릴 수 있다. 김도영도 2022년엔 103경기서 타율 0.237 3홈런 19타점 OPS 0.674였다. 그러나 103경기, 254타석을 통해 가능성을 선명하게 확인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해 윤도현을 2루수, 유격수, 3루수 백업으로 쓰면서 좀 더 디테일하게 지켜볼 전망이다.
KIA는 빠르면 당장 내년에 내야진 재편 가능성이 있다. 박찬호가 올 시즌을 마치면 FA가 되기 때문이다. FA 7인방 중에서도 가장 중요한 선수다. KIA로선 무조건 잡아야 한다. 그러나 FA 시장은 생물과 같아서 언제 무슨 일이 벌어질지 모른다. 박찬호가 타 구단으로 이적하면 KIA는 새로운 주전 유격수를 찾아야 한다.
김선빈은 건재하다. 여전히 2루에서 타격과 수비 모두 리그 최정상급이다. 그런 김선빈도 올해 36세다. FA 계약은 37세 시즌인 내년까지다. 후계자를 찾을 시기가 되긴 했다. 즉, KIA는 수년 내에 키스톤이 통째로 바뀔 가능성이 있다. 일정 부분 혼란의 시기가 찾아올 수 있다.
윤도현은 바로 그 시기를 슬기롭게 헤쳐 나갈 수 있게 할 최적의 카드다. 그래서 지금부터 1군에서 유의미한 경험을 최대한 쌓고 실적을 올리는 게 중요하다. 지금 시행착오와 부작용을 겪어야 1~2년 뒤, 2~3년 뒤 주전으로 도약할 길이 열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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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도현이 내야 전 포지션 백업을 보기로 한 건, 이미 이범호 감독으로부터 타격과 수비 모두 남다르다는 걸 인정받은 셈이다. 그러나 거기서 멈추면 안 된다. 이범호 감독은 어쩌면 윤도현에 대한 큰 그림을 그렸을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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