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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퍼블릭=김영일 기자] 대통령 직선제 개헌 등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가 거셌던 1987년 4월 13일, 당시 전두환 대통령은 모든 개헌 논의를 금지하는 ‘호헌(護憲-현행 헌법 수호) 조치’를 발표한다.
이는 당시 일체의 개헌 논의를 중단하고 5공화국 헌법을 바꾸지 않겠다는 것이었는데, 핵심은 선거제도(대통령 간선제 및 7년 단임제)를 유지한 채 후임 대통령을 뽑겠다는 것이었다. 당시 대통령 선거는 현행 미국과 같이 선거인단이 대통령을 뽑는 ‘대통령 간선제’였다. 선거인단에는 전두환 전 대통령의 측근들이 상당수였다고 한다.
전두환 당시 대통령의 4‧13 호헌 조치 발표는 역풍을 불러왔다. 대통령 직선제 등 민주주의를 요구했던 국민들의 분노는 걷잡을 수 없이 타올랐고, 이는 6월 항쟁으로 이어지는 등 정국은 격랑 속으로 빠져들었다.
그러자 당시 집권여당(민주정의당) 대선후보였던 노태우 대표위원은 1987년 6월 29일 국민들의 민주화 요구와 대통령 직선제 개헌을 받아들이는 ‘6‧29 선언’을 발표한다. 노태우 전 대통령의 6‧29 선언으로 인해, 그해 10월 29일 ‘대통령 직선제 및 5년 단임제’를 골자로 하는 제6공화국 헌법으로 개정(9차 개헌)됐다.
1987년 9차 개헌이 이뤄짐에 따라 6공화국 헌법은 ‘87체제’로 불리는데, 이 87체제는 지금까지도 이어지는 등 대한민국 헌정사상 가장 오래 유지되고 있다.
87체제가 오랜 기간 지속되다 보니, 그간 87체제를 종식하고 제7공화국의 시작을 여는 헌법 개정에 착수해야 한다는 논의는 여러 차례 있어 왔으나 실현은 되지 못했다.
이런 가운데, 윤석열 대통령이 지난 25일 헌법재판소에서 진행된 탄핵심판 최후 변론에서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하여,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할 것”이라고 밝혔다. 이 때문에 7공화국 출범의 시발점이 될 10차 개헌이 실현될 수 있을지 주목되고 있다.
다만, 10차 개헌의 키를 쥐고 있는 거대 야당의 우두머리는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호헌’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를 연출하고 있어 개헌의 장애물로 지목되고 있다. 이에 「더퍼블릭」이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의 호헌과 윤석열 대통령의 개헌 승부수에 대해 짚어봤다.
극좌 성향 마은혁, 尹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참여할 수 있나?…8인 체제에서 결론 내릴 듯
좌파 성향 법관 모임인 ‘우리법연구회’ 출신 헌법재판관들이 장악했다는 비판을 받는 헌법재판소(헌재)는, 지난 27일 최상목 대통령 권한대행 부총리 겸 기획재정부 장관이 마은혁 재판관 후보자 임명을 보류한 것은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다.
이로써 극좌 성향으로 알려진 마은혁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에 참여할 길이 열리게 됐다.
윤 대통령 탄핵심판 변론기일에 한 번도 참석한 바 없는 마 후보자가 선고에 참여하려면 ‘변론절차 갱신’이라는 과정을 거쳐야 하는데, 쉽게 말해 새로 임명된 재판관이 과거 변론을 확인하기 위해 첫 변론부터 마지막 변론까지의 녹음 파일을 법정에서 다시 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이렇게 되면, 3월 중순경으로 관측되는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한 달여 뒤로 미뤄질 공산이 커지게 되는데, 문형배‧이미선 재판관 퇴임 시점(4월 18일) 전에 선고가 내려질지 장담할 수 없다.
다만, 공판절차 갱신을 간소화하는 내용이 담긴 형사소송규칙이 지난 28일부터 시행됐다.
이는 형사소송규칙 제144조 공판절차 갱신 부분에 ‘녹음 파일을 모두 듣지 않고 녹취서를 열람하거나 양쪽 당사자에게 고지하는 등 간이한 방식으로 증거조사를 할 수 있다’는 단서 조항을 신설한 것이다.
헌재가 이를 근거로 한 차례 기일을 열어 변론 갱신 및 종결 절차를 거친 뒤 곧바로 선고 절차에 착수할 수도 있다는 관측이다.
대법원의 형사소송규칙 개정을 근거로 헌재가 변론절차 갱신 과정을 대폭 간소화할 경우,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탄핵 인용 의견을 낼 것으로 확실시되는 마은혁 후보가 참여한 상태에서 3월 중후반께 내려질 것으로 전망된다.
그러나 최상목 권한대행이 마은혁 후보자 임명 여부를 즉각 결정하지 않고 한덕수 국무총리에 대한 탄핵심판 결과가 나올 때까지 임명을 보류할 가능성이 거론된다.
마은혁 후보자 임명이 지연되면 선고에는 참여하지 못할 가능성이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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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권에 가장 가깝다는 이재명, 당선무효형 선고되면 ‘흔들기’ 본격화…홍준표‧오세훈 겨냥한 덫
마은혁 후보자가 윤석열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 절차에 참여하지 않으면 8인의 헌법재판관들이 탄핵소추안 인용 또는 기각 여부를 결정하게 되는데, 인용될 경우 60일 이내에 대선이 치러진다.
여야를 통틀어 대권에 가장 가깝다고 평가되는 이재명 더불어민주당 대표는 우클릭으로의 정책 전환을 시사하거나, 당내 비명계 인사들을 끌어안는 모양새를 연출하는 등 진즉부터 대선 행보에 나선 상태다.
다만, 내달 26일 예정된 공직선거법 위반 항소심 선고기일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다면 국민의힘의 파상공세는 물론, 당내 외 비명계 세력들이 “사법리스크 등 비호감도가 높은 이재명으로는 정권교체가 어렵다”며, 본격적인 ‘이재명 흔들기’에 나설 것이란 전망이 적지 않다.
지금이야 가장 유력한 대권주자로 꼽히지만, 항소심에서 당선무효형이 선고된다면 내우외환에 직면할 공산이 크다는 것.
국민의힘에선 김문수 고용노동부 장관과 홍준표 대구시장, 오세훈 서울시장, 한동훈 전 대표 등이 대권주자로 꼽히는데, 민주당은 이미 홍준표‧오세훈 시장에 대해선 ‘덫’을 놓아둔 상황이다.
민주당은 지난 27일 이른바 ‘명태균 특검법’을 국회 본회의에서 강행 처리했는데, 이는 표면적으론 윤석열 대통령과 김건희 여사를 겨냥한 것처럼 보이지만, 조기 대선이 열리면 명태균 특검의 칼날은 여권의 유력 대권주자인 홍준표‧오세훈 시장으로 향할 것으로 보인다.
김문수 장관은 보수우파 지지층으로부터 열렬한 지지를 받고 있어, 조기 대선에 선을 긋고 있음에도 여권 대선주자 가운데 가장 높은 지지율을 기록중이다. 그러나 중도 확장에는 한계가 있지 않겠냐는 평가다.
한동훈 전 대표는 최근 책을 발간하는 등 조기 대선에 뛰어들 채비를 마쳤다. 문제는 당대표 시절 야당보다 더 대통령을 몰아붙이거나 탄핵에 찬성했던 ‘배신의 정치’ 이미지가 보수우파 지지층 뇌리에 뿌리 깊게 박혀 있다 보니, 여권 대선주자들 중 비토 여론이 가장 높다. 따라서 대선 본선은커녕 경선에서 탈락할 것이란 관측이 상당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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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형식‧김복형‧조한창 재판관이 주목되는 이유…尹 대통령 “복귀하면 트럼프발(發) 위기를 기회로 만들 것”
헌재는 만장일치로 최상목 대행의 마은혁 후보자 임명 보류는 국회의 권한을 침해한 것이라고 판단했는데, 정형식‧김복형‧조한창 헌법재판관은 “우원식 국회의장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거치지 않고 권한쟁의심판 청구를 한 건 잘못됐다”는 취지의 별개 의견을 냈다.
별개 의견을 낸 정형식 재판관은 윤석열 대통령이 지명한 재판관이고, 김복형 재판관은 조희대 대법원장이 추천, 조한창 재판관은 국민의힘이 추천하는 등 보수우파 성향 재판관으로 분류된다.
우파 성향으로 분류되는 3명의 헌법재판관이 윤석열 대통령 탄핵소추안에 기각 의견을 낼 경우, 인용5 대 기각3 의견으로 탄핵안 인용 정족수 6인을 채우지 못함에 따라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
물론 서울중앙지방법원이 윤석열 대통령 측이 청구한 구속취소를 인용하지 않는다면, 헌재에서 탄핵안이 기각되더라도 윤 대통령이 즉시 직무에 복귀하지 못할 수도 있으나, 이렇게 되면 윤 대통령 측은 보석을 청구할 가능성이 높고, 탄핵이 기각됨에 따라 법원도 보석 청구를 수용할 것으로 보인다.
윤석열 대통령은 지난 25일 헌재에서 진행된 탄핵심판 최후 변론에서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임기 후반에 해야 할 일들에 대해 밝힌 바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대통령은 대외관계에 치중하고, 국내 문제는 총리에게 권한을 대폭 넘길 생각”이라며 “우리 경제는 다른 어느 나라보다 대외의존도가 매우 높은데, 특히 미국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질서의 급변과 글로벌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에 크게 영향을 받을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윤 대통령은 이어 “지금 우리가 국가 노선을 어떻게 선택하느냐에 따라, 위기가 기회가 될 수도 있고 돌이킬 수 없는 재앙을 맞을 수도 있다”며 “글로벌 중추 외교 기조로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을 구축하고 한미일 협력을 이끌어냈던 경험으로, 대외관계에서 국익을 지키는 일에 매진하겠다”고 밝혔다.
이는 국내 문제는 국무총리에게 일임하고, 역대 가장 강력한 한미동맹 및 한미일 협력을 이끌었던 경험을 토대로, 트럼프 행정부 출범 이후 국제질서 급변과 글로벌 경제‧안보의 불확실성이 커진 작금의 위기 상황을 기회로 만드는 일에 매진하겠다는 취지로 읽혀진다.
‘개헌 대통령’ 천명한 尹 대통령 “잔여 임기 연연할 이유 없고, 오히려 크나큰 영광”
이와 더불어 윤석열 대통령은 87체제를 종식하고 제7공화국 출범을 여는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는 입장도 밝혔다.
윤 대통령은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87체제를 우리 몸에 맞추고 미래 세대에게 제대로 된 나라를 물려주기 위한 개헌과 정치개혁 추진에 임기 후반부를 집중하려고 한다”며 “저는 이미 대통령직을 시작할 때부터 임기 중반 이후에는 개헌과 선거제 등 정치개혁을 추진하겠다는 계획을 가지고 있었다. 현직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없이는 헌법 개정과 정치개혁을 할 수 없으니, 내가 이를 해내자고 생각했던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저는 여러 전직 대통령들이 후보 시절 공약하고도 이행하지 못한 청와대 국민 반환도 당선 직후 바로 추진하고 이행한 바 있다”면서 “잔여 임기에 연연해하지 않고, 개헌과 정치개혁을 마지막 사명으로 생각해서 87체제 개선에 최선을 다하겠다. 국민의 뜻을 모아 조속히 개헌을 추진해서 우리 사회 변화에 잘 맞는 헌법과 정치구조를 탄생시키는데 신명을 다하겠다”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또 “개헌과 정치개혁 과정에서 국민통합을 이루는 데도 노력을 다하겠다. 결국 국민통합은 헌법과 헌법 가치를 통해 이뤄지는 만큼, 개헌과 정치개혁이 올바르게 추진되면 그 과정에서 갈라지고 분열된 국민들이 통합될 것이라고 믿는다”고 했다.
그러면서 “그렇게 되면 현행 헌법상 잔여 임기에 연연해 할 이유가 없고, 오히려 제게는 크나큰 영광이라고 생각한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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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헌’ 윤석열 VS ‘호헌’ 이재명…“6공화국 연장? 7공화국 출범? 헌재의 올바른 판단 기대”
이처럼 윤석열 대통령이 최후 진술에서 직무에 복귀하게 되면 대통령은 외치, 내치는 국무총리가 담당하는 ‘이원집정부제’, 그리고 잔여 임기를 단축해서라도 개헌을 추진하겠다는 입장을 강하게 피력하자, 권영세 국민의힘 비상대책위원장은 지난 27일 국회에서 열린 당 비상대책회의에서 “개헌을 향한 대통령의 진정성을 적극 지원하겠다”며, 당 헌법개정특별위원회(개헌특위)를 출범을 알렸다.
개헌특위 위원장은 주호영 의원이 맡고, 성일종·신성범·조은희·최형두·유상범 의원이 위원으로 활동할 예정이라고 한다.
그러나 개헌을 추진하려면 국회 재적 의원 3분의 2(200명) 이상이 찬성해야 하는 만큼 민주당의 협조가 필수적인데, 민주당의 우두머리인 이재명 대표는 “지금은 내란 극복에 집중할 시기”라며, 뜨뜻미지근한 반응을 보이고 있다.
이는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이 그랬던 것처럼 ‘호헌’ 입장을 고수하는 모양새다. 그도 그럴 것이, 이재명 대표가 현 시점에서 개헌을 공약하게 되면 ‘3년짜리 대통령’에 그칠 공산이 크기 때문이다.
가정을 전제로, 조기 대선이 치러져 이재명 대표가 대권을 잡은 후 개헌이 추진되면, 2028년 총선과 대선을 함께 치르는 방식에 유력시되는데, 이 대표 입장에선 임기 3년짜리 대통령이 달가울 리 없다.
물론 이재명 대표가 개헌을 추진한 공로를 인정해서 2028년 총선과 함께 치러지는 대선에 재출마하는 방안도 거론되지만, 헌법 128조 2항은 ‘대통령의 임기연장 또는 중임변경을 위한 헌법 개정은 그 헌법 개정 제안 당시의 대통령에 대하여는 효력이 없다’고 규정하고 있다.
헌법 128조 2항을 개정 또는 삭제한다면 개헌 제안 당시의 대통령도 재출마의 길이 열린 순 있으나, 이렇게 되면 과거와 같이 3선 개헌 및 유신 개헌도 가능해지는 탓에 해당 조항을 개정‧삭제하기란 쉽지 않아 보인다.
이재명 대표가 과거 전두환 전 대통령처럼 ‘호헌’을 고수할 수밖에 없는 이유이지 싶다.
호헌을 고수하는 이재명 대표와 달리, ‘개헌 대통령’이 되겠다고 천명한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하게 된다면 제7공화국을 출범시킬 10차 개헌은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윤 대통령이 직무에 복귀해 10차 개헌을 추진하는 사이, 이재명 대표가 공직선거법 사건 관련 대법원에서 당선무효형을 선고 받으면, 김경수 전 경남도지사와 김부겸 전 국무총리, 김동연 경기도지사 등 민주당 내에서도 개헌에 찬성하는 인사들이 적지 않기 때문에, 87체제는 종식되고 새로운 7공화국이 열릴 가능성이 높다는 것이다.
따라서 윤 대통령 탄핵심판 선고는 단순히 12‧13 비상계엄 선포 행위가 헌법 위반인지 아닌지를 따지는 데 그치는 게 아니라, 제7공화국 출범 여부가 달려있다는 얘기다.
권영세 비상대책위원장은 앞서 거론한 지난 27일 당 비대위 회의에서 이렇게 말했다.
“지금 우리는 대통령을 파면시키고 6공화국 체제의 단말마적 수명을 연장하느냐, 대통령의 희생과 결단 위에 새로운 제7공화국을 출범시키느냐, 그 중대한 기로에 서 있다.”
“이 역사적 갈림길에서 헌법재판소의 올바른 판단을 기대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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