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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크로와의 전쟁’ 나선 철도 공기업… 취소 수수료 상향, 구입·취소 반복 시 ‘이용 제한’ 까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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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롬 브라우저에 설치해 이용할 수 있는 코레일(KTX) 차표 구매 '매크로 프로그램'. 일반 화면에 없는 '매크로 조회' 기능을 통해 취소표가 나올 때까지 구매시도를 할 수 있다. /구글 크롬 캡처
크롬 브라우저에 설치해 이용할 수 있는 코레일(KTX) 차표 구매 ‘매크로 프로그램’. 일반 화면에 없는 ‘매크로 조회’ 기능을 통해 취소표가 나올 때까지 구매시도를 할 수 있다. /구글 크롬 캡처

네이버와 구글 등 인터넷 포털 사이트에서 ‘KTX 매크로(Macro)’를 검색하면, 크롬 브라우저 확장 프로그램이 하나 나온다. 크롬 브라우저의 부가 기능처럼 사용할 수 있는 이 프로그램은 자동 입력 방식으로 KTX 티켓 예매를 도와 준다.

사용법은 매우 간편하다. 설치 후 프로그램을 구동한 뒤, ‘자동 예매 시작’ 버튼을 누르면 프로그램은 새로고침과 구매 시도를 될 때까지 무한 반복한다. 만약 원하는 차편에 취소표가 나오면 ‘빠밤’ 소리와 함께 차표 예약이 된다. 예약 티켓을 20분 이내 결제하면, 예약은 완료된다.

구하기 힘든 티켓을 빠르게 잡을 수 있도록 도와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이라 생각하기 쉽지만, 함부로 썼다간 코레일과 에스알에 ‘불량 회원’으로 낙인이 찍히고 서비스 이용이 막힐 수 있다.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KTX에 탑승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서울역에서 시민들이 KTX에 탑승하기 위해 발걸음을 옮기고 있다. /뉴스1

1일 철도업계에 따르면 KTX를 운영하는 한국철도공사(코레일)와 SRT를 운영하는 에스알(SR)은 최근 매크로 프로그램과의 전쟁을 벌이고 있다. SR은 올해 설 명절 승차권 예매기간에 매크로 프로그램을 사용한 것으로 의심되는 회원 9명을 업무방해 혐의로 경찰에 수사 의뢰했다.

이들 9명은 매크로 프로그램을 활용해 6400만회의 구매 시도를 한 것으로 나타났다. 가장 많이 시도한 사람은 혼자서 무려 3100만회를 시도했다. 시도 1번당 1초가 걸린다고 하면 3100만초, 359일 즉 1년이 걸리는 구매 시도 횟수다. 사람이 직접 물리적으로 하는 것은 불가능한 시도 횟수다. 다수의 장비로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린 것이라고 에스알은 추정하고 있다.

해당 고객이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린 목적은 아직까지 확인이 되지 않은 상태다. 에스알 관계자는 “신고된 혐의자가 구매한 티켓을 암표로 팔았는지, 아니면 개인 목적으로 썼는지는 경찰 조사를 통해 밝혀질 전망”이라고 했다.

고속열차 이용이 절실한 상황에서 취소표 확보를 도와주는 매크로 프로그램을 쓰는 것은 왜 문제가 될까. “예매시스템 과부하를 초래하고 정당한 고객의 예매기회를 제한하는 명백한 업무방해”라는 게 철도 공기업 두 곳의 공통된 설명이다.

문제는 일반 고객의 매크로 프로그램 활용을 막을만한 묘수가 없다는 점이다. 지난해 철도 공기업에 대한 국회 국정감사에서도 ‘매크로 프로그램에 대한 방관’ 문제는 도마 위에 올랐다.

전용기 더불어민주당의 의원은 당시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국정감사에서 “2020년에 2000명이 (매크로 프로그램으로) 10만건을 산 후 9만9000건을 반환했다. 2024년에는 4000명이 20만건을 사고, 20만건 가까이 반환했다”며 대책 강구를 촉구했다. 전 의원은 “몇명이 대량으로 티켓을 샀다가 대량으로 환불하고 있다. 그런데 환불 반환 금액도 (구매가격과) 별차이가 없다”며 “코레일이나 에스알 모두 많은 사람들이 피해를 보고 있는데 대책을 하나도 세우지 않고 있다”고 꼬집었다.

코레일과 에스알은 매크로 차단 프로그램 등을 통해 매크로 사용을 막으려고 하고 있지만, 효과는 크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월간 매크로 프로그램을 통한 구매 건수가 15만건에 달하지만, 차단 프로그램으로 방어한 건 6000건 수준, 적발률이 5%도 안 된다.

에스알은 우선 취소표 확보 경쟁을 완화하기 위해 최근 ‘티켓 취소 수수료’ 정책을 개선했다.

종전까진 출발 당일부터 출발 1시간전까지 취소하면 최저위약금(400원)만 물었다. 출발 1시간 전부터 출발 직전까진 운임의 10%를 취소 수수료로 부과했다. 이러한 취소 수수료 정책 때문에 SRT는 출발 1시간 직전에 취소 열차표가 쏟아지는 현상이 발생했다.

지난달부터는 출발 당일부터 출발 3시간 전까지 취소하면 월~목요일에는 수수료를 받지 않지만, 금요일부터 일요일까진 운임의 5%를 수수료로 부과한다. 출발 3시간 전부터 출발 직전까진 월~목요일은 운임의 5%, 금~일요일엔 운임의 10%를 취소 수수료로 부과한다.

에스알 관계자는 “여객운송약관을 개정해 평상시 위약금 기준을 강화했다”며 “출발 3시간 전에는 취소 여부를 결정하도록 해 다른 사람이 구매할 수 있도록 했다. 매크로 프로그램을 돌려 표를 여러장 확보하려는 사람 입장에선 수수료 부담이 커질 것”이라고 말했다.

코레일은 매크로 프로그램 사용 등 비정상적 승차권 예매에 대한 모니터링을 강화하고 있다. 이달부터는 개인 고객은 1인당 승차권 구매 매수를 열차당 최대 10석, 하루 20석으로 제한한다. 아울러 승차권 결제금액 대비 반환율을 분석해 상습 다량 구매‧취소 고객에 대해선 ‘결제 차단’부터 ‘탈퇴’ 등 강력 조치할 예정이다. 코레일 관계자는 “실수요자가 열차를 편리하게 이용할 수 있도록 제도를 정비하겠다”고 했다.

조선비즈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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