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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뉴요커’ 표지의 그 작가, 마이라 칼만의 신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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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원에서 꿀을 들고 있는 키키 스미스(kiki)’.
정원에서 꿀을 들고 있는 키키 스미스(kiki)’.

정원에서 꿀을 들고 있는 키키 스미스(kiki)’.

2022년 〈뉴욕 타임스〉 선정 최고의 아트 북이자 국내에 출간된 첫 책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에는 대표작부터 미공개작 그림 86점과 문장이 담겼습니다. 특히 그림 속 여성이 손에 무언가를 든 모습에 시선이 갔어요 저는 일상에서 스치는 것을 사진으로 담습니다. 그 과정에서 무언가를 들고 있는 여성의 이미지에 매료되는 나를 발견했죠. 여성을 존경하는 마음을 품고 살아가고, 그들이 가질 법한 소품을 좋아합니다. 같은 여자로서 여자들은 항상 무언가를 지니고 다니는 것 같지 않나요? 보이는 것이든, 보이지 않는 것이든.

지금 이 인터뷰 답안지를 쓰는 당신 앞에 놓인 것들은 분홍색 장미와 귤, 깃털 달린 모자. 책, 벌꿀 케이크, 바늘과 실, 녹색 스웨터.

‘오기를 데리고 있는 줄리(julie augie)’.
‘오기를 데리고 있는 줄리(julie augie)’.

‘오기를 데리고 있는 줄리(julie augie)’.

그림 속 여성들의 표정에서 감정이 읽히지 않습니다. 무표정의 초상을 그리는 이유는 그림에 등장하는 여자들은 카메라를 향해 굳이 어떤 표정을 지으려 하지 않아요. 무언가를 들고 있다는 것 자체로 이미 자기 몫을 하고 있기 때문이죠. 중립적이면서도 긍정적인 방식으로 그들의 모습을 그대로 보여주고 싶었습니다.

86점의 그림 중 당신의 마음을 강렬하게 사로잡은 것은 무엇입니까 나치 군인들이 총격을 퍼붓는 와중에 아이의 손을 꼭 잡고 있는 여성. 이 이미지는 엄청난 충격을 안겨줬어요. 여자의 모습에서 느껴지는 보살핌과 애정, 슬픔과 비극은 제 가족의 이야기이기도 하죠. ‘바이올린을 든 소녀’도 중요한 이미지입니다. 음악은 제 인생에서 큰 부분을 차지하거든요. 작업할 때도 항상 음악을 듣죠. 그것도 클래식만요. 최근에는 브람스를 자주 들었네요.

‘바이올린을 든 소녀(violin)’.
‘바이올린을 든 소녀(violin)’.

‘바이올린을 든 소녀(violin)’.

당신의 하루는 어떻게 흘러가나요? 만일 자화상을 그린다면 이른 아침 커피 한 잔으로 시작합니다. 노란색 식탁에 앉아 커피를 마시며 편지를 쓰는 모습을 그릴 겁니다. 커피를 마신 후에는 신문의 부고란을 읽는데, 사람들의 삶이 어땠는지 알고 싶어서죠. 그 후에는 산책하거나, 미술관에 가거나, 볼일을 보거나 스튜디오로 향합니다. 제 하루는 소중하고, 그 시간을 사랑해요. 기분이 안 좋을 때도 내 하루만큼은 소중하게 여기죠.

오늘 하루는 금요일, 제가 가장 좋아하는 날이에요. 지금 저는 슈베르트 피아노 소나타를 들으며 커피를 마시고, 인터뷰 답변을 쓰고 있어요. 곧 집을 청소한 후 작업실로 가서 제 다음 책 작업을 시작할 계획입니다. 제목은 〈JOY〉예요.

(왼쪽) ‘시샘하는 마음을 품은 여자들(grudge)’. (오른쪽) ‘커다란 양배추를 든, 짜증이 난 여자(cabbage)’.
(왼쪽) ‘시샘하는 마음을 품은 여자들(grudge)’. (오른쪽) ‘커다란 양배추를 든, 짜증이 난 여자(cabbage)’.

(왼쪽) ‘시샘하는 마음을 품은 여자들(grudge)’. (오른쪽) ‘커다란 양배추를 든, 짜증이 난 여자(cabbage)’.

세상과 사람을 관찰하는 일은 당신에게 얼마나 큰 영감이 되나요 내가 바라본 것을 사람들에게 전하는 일은 정말 멋지죠. 아침에 눈을 떠서 오늘 무엇을 보게 될지 모른다는 사실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처럼 삶은 놀랍고 사랑에 빠지는 순간으로 가득합니다. 세상을 돌아다니며 마주치는 사람들과 개, 길가에 덩그러니 놓인 훼손된 의자, 건물과 나무, 자연을 느끼는 것, 내 호흡대로 시간을 보내고 매 순간에 충실하는 것, 내 경험을 나누는 것. 그것이 제게 큰 의미예요. 그래서 살아가며 반드시 잃지 말아야 할 것이 호기심이에요. 호기심을 품고 세상을 바라보면 지루할 틈이 없거든요. 세상이 내게 정말 많은 보물을 안겨준다는 느낌이 지속됩니다. 그 느낌 때문에 죽을 때까지 이 삶을 유지할 수 있기를 소망하고요.

이 책을 한 마디로 표현하면 감사하는 마음. 삶과 일, 가족과 친구에 대한 감사요.

‘세면대는 비누를 담을 수 있고(sink soap)’.
‘세면대는 비누를 담을 수 있고(sink soap)’.

‘세면대는 비누를 담을 수 있고(sink soap)’.

처음 그림을 시작했던 때를 기억하나요 그럼요. 스물다섯 살이었어요. 저는 원래 글을 쓰는 사람이었죠. 하지만 재미와 흥미를 좇아 그림을 시작했어요. 당시 어떤 여성이었나요 자신감이 있으면서도 동시에 엄청 불안해했어요. 아마도 그것이 인생을 살아가는 유일한 방식이었던 것 같아요. 지금도 저는 그때와 같은 모습입니다.

당신의 그림은 〈뉴요커〉 표지로도 유명합니다. 1999년부터 그려온 표지 중 개인적으로 가장 애정하는 그림은 〈뉴요커〉의 표지 아트 디렉터인 프랑수아즈 몰리에게 연락을 받고 지금까지 12점의 표지를 그렸는데요. 그중에서도 첫 번째가 가장 마음에 드는 것 같네요. 뉴욕에 사는 많은 사람이 등장하는 그림이었는데, 그게 뉴욕의 정수인 것 같아요. 각양각색의 사람들이 한데 모여 만들어내는 엄청난 에너지 말이죠.

‘현대미술에 의견을 가진 여자(modern art)’.
‘현대미술에 의견을 가진 여자(modern art)’.

‘현대미술에 의견을 가진 여자(modern art)’.

메트로폴리탄 미술관 등 유수의 미술관에서 그림을 전시했고, 뉴욕현대미술관이 디자인 컬렉션 영구 소장을 결정한 세계적인 아티스트입니다. 어른과 아이를 위한 서른 권이 넘는 책도 집필했죠. 그렇게 많은 그림과 글을 창작할 수 있는 힘은 어디서 오나요 오랜 세월 한 사람을 움직이게 하는 동력에 대해 말하기는 어렵습니다만, 한 가지 답이라면 그건 일에 대한 사랑입니다. 저는 항상 일이 구원이라고 생각합니다. 일이 어려운 시기를 버티게 해주고, 삶에 의미를 주니까요. 언제나 나를 지탱해 주는 일을 선택했다는 면에서는 참 운이 좋은 거죠.

따뜻하고 유쾌한 그림을 완성하려면 순수해야 할 것 같다는 생각이 듭니다. 순수함을 잃지 않기 위한 노력은 사실 저는 들쭉날쭉한 사람이에요(웃음). 때로는 착하고, 나쁘며, 똑똑하다가도 어리석죠. 그래서 가끔 스스로를 순수하면서 진실하다고 느끼기도 하죠. 그럴 때가 제일 좋아요. 모든 모순을 안고도 자기 자신임을 느끼는 순간 말입니다. 유머 감각과 부조리에 대한 이해가 큰 도움이 됩니다.

‘나치 군인들에게 피살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엄마(mother)’.
‘나치 군인들에게 피살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엄마(mother)’.

‘나치 군인들에게 피살될 때 아이의 손을 잡고 있는 엄마(mother)’.

아이를 낳은 뒤 처음으로 어린이를 위한 그림책을 그리기 시작했습니다. 여성으로서 당신 삶을 돌아본다면 행복한 유년시절을 보내며 사랑을 많이 받고 자랐어요. 유년기가 일흔다섯 해를 사는 동안 저를 지켜줬다고 생각합니다. 과거에는 마음이 가볍고 유쾌했어요. 지금은 밝은 면과 어두운 면을 동시에 지닌, 여러 색깔이 공존하는 유쾌한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네요. 인간이라면 그럴 수밖에 없고요.

살아가면서 반드시 마음에 품는 것이 있나요 때로는 생각을 멈추고, 그냥 해야 할 일을 하는 것이 중요해요. 그 일이 무엇이든. 설거지를 하든지, 책을 쓰고 그림을 그리든지 간에 말이죠. 뇌가 과로할 때는 이 말을 떠올리세요. ‘너무 많이 생각하지 않기!’

‘앙리 마티스(Henri)’.
‘앙리 마티스(Henri)’.

‘앙리 마티스(Henri)’.

지금 가장 소중한 것은 사랑하는 가족. 우리 아이들은 가장 친한 친구이며, 손자는 가장 큰 기쁨입니다. 그리고 절대 멈추지 않을 나의 일. 일할 수 있는 능력은 말로 표현할 수 없을 만큼 소중하죠.

〈우리가 인생에서 가진 것들〉 독자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우리 주변에 있는 슬픔과 기쁨, 아름다움과 선함 속에서 즐거움을 찾기를 바랍니다.

이 땅의 여성들에게 하고 싶은 말은 참으로 묘하고 신기한 삶을 두고 제가 자주 하는 말이 있습니다. “그럼에도 살아가자!”

엘르
엘르

Maira Kalman

사소한 것들 속에서 아름다움을 발견하는 마이라 칼만은 1949년생 작가이자 일러스트레이터다. 〈뉴욕 타임스〉 〈뉴요커〉 등의 삽화를 그려왔으며, 일상에서 발견한 철학적이고 감성적인 순간을 기록한 〈The Principles of Uncertainty〉 〈And the Pursuit of Happiness〉와 같은 동화와 에세이를 다수 출간했다.

엘르
content@newsbell.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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