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시사위크=박설민 기자 한국이 늙어가고 있다. 출산율은 낮아지고 고령화는 빨라지면서다. 지난해 행정안전부가 발표한 65세 이상 인구는 1,024만4,550명. 전체 인구의 20%를 차지한다. 유엔(UN) 발표 기준 65세 이상 인구 비율이 7% 이상이면 ‘고령화 사회’다. 이보다 3배 가까이 높은 한국은 이제 고령화 사회도 아닌 ‘초고령사회’에 들어선 것이다.
하지만 여전히 해법은 미진하다. 26일 통계청에 따르면 지난해 출생아 수는 23만8,000여명으로 전년 대비 8,000명 가량 늘었다. 하지만 합계 출산율은 여전히 0.75명으로 세계에서 유일하게 1명 아래를 밑도는 실정이다. 전문가들이 미래 한국의 인구 붕괴가 일어날 수 있다고 우려하는 것도 ‘기우(杞憂)’는 아니다.
더 큰 문제는 ‘기후변화’ 역시 가속화되고 있다는 점이다. 최근 과학계에선 기후변화가 가속화될 시 고령 인구에게 치명적일 수 있다고 경고한다. 뿐만 아니라 출산율 저하에도 기후변화의 악영향이 미칠 수 있다는 연구 결과도 속속 등장하고 있다.
◇ 가속화되는 기후변화, 노인 기대수명 급격히 줄었다
초고령 사회, 기후변화가 미칠 대표적인 피해는 고령층의 건강 악화다. ‘열사병’, 혹은 ‘저체온증’뿐만 아니라 ‘호흡기 질환’ 위험성도 높다. 미국 환경보호청(US EPA)가 2012년 발표한 보고서에 따르면 기후변화로 인한 대기오염 물질 증가로 노인 면역체계에 스트레스 민감도가 높아질 수 있다.
US EPA는 “일부 생리적 한계는 정상적인 노화 과정의 기능이지만 기후변화는 이를 손상시킬 수 있다”며 “특히 대기 오염에 대한 고연령층의 호흡기 및 심혈관 질환의 위험을 증가시킬 수 있다”고 설명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이상기온이 고령층의 사망률 증가에 직접적 영향이 된다는 연구 결과도 있다. 이와 관련한 최초 연구는 서울대 보건대학원 연구팀이 2016년 발표한 ‘기후 및 인구 통계학적 변화로 인한 미래 기온 관련 사망률 예측’ 연구다.

연구에 따르면 서울대 연구팀은 4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기반으로 전체 인구 미래 사망률을 계산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가 가속화된 시점인 2090년대 들어선 현재 대비 기온 문제로 인한 사망률이 4~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됐다. 반대로 인구 고령화가 없다 가정할 경우 사망률은 0.5~1.5배 증가했다. 기후변화가 고령 인구 사망률에 크게 관여한다는 방증이다.
서울대 연구진은 “고령층은 다른 인구 집단보다 기후변화에 더 취약한데, 2090년대에는 한국의 기온 관련 사망률이 최대 6배 증가할 것으로 예상된다”며 “인구 고령화를 고려하지 않으면 기후변화로 이한 기온 위험을 상당히 과소평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이와 유사한 최근 연구는 중국 난퉁대 지구과학부 연구팀이 2023년 국제학술지 ‘네이처(Nature)’에 발표한 것이다. 난퉁대 연구진은 1961년부터 수집된 중국 기후 데이터를 기반으로 2100년까지의 4가지 기후변화 시나리오를 만들었다. 그 다음, 유엔의 고령층 기대수명 모델에 따른 연령별 사망자 수 예측을 진행했다.
그 결과, 2040년 이후 80세 이상 노인 사망자 수가 급격히 증가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극심한 기후변화가 일어날 것으로 예상되는 2050~2100년 사이엔 사망률이 크게 증가했다. 고령층 초과 사망률은 현재 대비 최대 17.35%까지 올랐다.
난퉁대 연구진은 “지구 온난화는 최적이 아닌 기온으로 사망하는 사람들의 비율을 계속 증가시킬 것”이라며 “최근엔 지구 온난화 정도가 더욱 높아지면서 순 온도 관련 사망률의 더 큰 증가로 이어지고 있다”고 전했다.

◇ 출산율 감소 → 고령화 → 기후변화 가속화… 끝나지 않는 악순환
고령층 사망률 증가만이 걱정거리가 아니다. 기후변화는 출산율 저하에 직접적 영향을 미치기도 한다. 미국 펜실베니아 주립대·위스콘신 메디슨대 연구진이 공동으로 진행, 2022년 발표한 연구에서는 아프리카 지역 내 인구가 기온 및 강수량의 불규칙적인 변화로 감소할 수 있음이 확인됐다.
공동 연구진은 982년부터 2017년까지 사하라 이남 아프리카 23개국의 출생 기록을 조사했다. 그 결과, 기후변화에 노출될 경우 단기적으로 여성의 출산 가능성이 변화함을 확인했다. 평균 이상의 기온 혹은 평균 이하의 강수량에 노출된 여성의 다음 해 출산율이 크게 감소한 것이다.
연구팀은 “데이터 분석 결과, 기온과 강수량 효과 모두에서 출산율에 대한 실질적으로 의미 있는 차이를 발견했다”며 “환경 변화에 직면한 지금, 온실가스 배출 모델에 대한 기후변화, 출산율 간 상관관계를 통합한 대응 전략 마련이 필요하다”고 조언했다.
기후변화로 인한 출산율 저하는 곧 인구 고령화라는 악순환으로 이어진다. 중국 윈저우의대 연구진은 2024년 발표한 연구 논문에서 “고온 및 극한 기후 등 증가한 기후변화의 위협은 인구 고령화를 상당히 증가시킨다”고 밝혔다. 악화된 생활 환경으로 출산율, 혼인율이 감소하면서 고령 인구만 남게 된다는 것이다.
윈저우의대 연구팀은 “고령화가 빠른 아시아 지역의 인구 통계는 기후변화와 글로벌 스트레스 요인에 타 지역보다 더욱 민감하다”고 설명했다.

더욱 심각한 것은 고령화 사회의 가속이 기후변화를 심화시킬 수 있다는 것이다. 이는 국내 연구진이 처음으로 밝혀냈다. 지난해 한국과학기술원(KAIST)의 문술미래전략대학원 김승겸 교수 연구팀은 고령화 현상과 기후변화 적응 간의 상호작용을 세계 최초로 규명하는데 성공했다.
연구팀은 지난 20년간 동남아시아 10개국의 2만6,885개 커뮤니티에서 기후 적응 정책 변화를 추적했다. 이를 통해 고령 인구와 ‘그린 인프라’의 변화 패턴 관계를 분석했다. 그린 인프라란 공원, 산림, 수역 등의 친환경 사회기반시설을 의미한다. 이 시설이 많다는 것은 그만큼 지역 내 온실가스 배출량 등이 줄어든다는 의미다.
분석 결과, 고령 인구가 많은 지역은 기후변화 취약성이 더욱 컸다. 공원 등 시설을 사용하는 인구가 줄면서 그린 인프라 공급이 줄면서다. 특히 고령화율이 높고 사회·경제적으로 불리한 지역에서 뚜렷하게 나타났다. 반면 주요 대도시에서는 그 정도가 상대적으로 낮았다.
KAIST 연구팀은 “이번 연구는 지역별 경제 상황이 기후 적응 정책 우선순위에 영향을 미침을 보여준다”며 “기후변화 적응 및 도시 계획 정책 수립 시 이러한 요소들을 고려한 맞춤형 접근이 필수적임을 나타낸다”고 전했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