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의 무차별적인 관세 부과 예고와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속에서 우리 정부가 중국·일본산 열연강판에 대한 반덤핑 조사에 착수, 국내 철강산업 보호에 적극 나섰다.
최근 정부가 중국산 철강 후판에 최대 38%의 잠정 덤핑 관세 부과를 결정한 가운데 열연강판에도 반덤핑 관세를 매길지 주목된다.

산업통상자원부 무역위원회는 28일 “일본 및 중국산 탄소강 및 그 밖의 합금강 열간압연 제품에 대한 덤핑 사실 및 국내 산업 피해 유무 조사를 개시하기로 결정했다”고 밝혔다. 무역위는 다음 달 4일 이를 관보에 공고하고 본격적인 조사에 착수한다.
덤핑 조사는 3개월(최대 5개월)간의 예비조사와 이후 3∼5개월간의 본조사로 진행되는데 이르면 6월 예비 판정 결과가 나올 것으로 보인다.
이와 관련, 지난해 12월 현대제철은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이 비정상적으로 싼값에 국내로 유입돼 피해를 보고 있다며 무역위에 반덤핑 제소를 했다.
열연강판은 철강 판재를 고온 가열한 뒤 얇게 펼치는 압연 공정을 거쳐 만든 강판으로 자동차 차체 프레임, 조선·해양 선박의 외판 및 내부 구조물, 건설·건축용 철근과 H빔, 각종 기계 장비 등 산업 전반에 광범위하게 사용된다.
한국철강협회에 따르면 지난해 1∼11월 열연강판 수입량은 약 343만t으로 중국산(153만t)과 일본산(177만t)이 전체 수입량의 96.2%를 차지했다.
철강업계에서는 중국산·일본산 열연강판의 유통가격이 국산 제품보다 최대 30% 정도 낮은 것으로 보고 있다.
특히 세계 최대 철강제품 생산국인 중국은 자국 내 수요 부진에도 불구하고 과잉 생산을 계속하면서 이를 한국과 아시아, 유럽 등에 저가로 밀어내고 있다.
앞서 지난 20일 무역위는 중국산 후판에 대해 국내 산업 피해를 인정하고 27.91∼38.02%의 잠정 덤핑 관세 부과를 기획재정부 장관에게 건의한 바 있다.
한국의 덤핑 방지 관세 부과 체계는 산업부 무역위가 조사를 거쳐 건의하고, 기재부가 이를 집행하는 체계로 되어 있다.
한편 수입 열연강판에 대한 정부의 반덤핑 조사와 별개로 동국씨엠을 비롯한 국내 중견 철강업체들은 건축용 중국산 컬러강판·도금강판에 대해 조만간 반덤핑 제소를 추진키로 했다.
동국제강그룹의 도금·컬러강판회사인 동국씨엠은 세아씨엠, KG스틸 등과 함께 중국산 건축용 컬러강판과 도금강판에 대한 반덤핑 제소를 진행하기로 했다고 27일 밝혔다. 해당 기업들은 상반기 내로 실효적 규제 효과가 발생할 수 있도록 신속하게 제소를 추진할 방침이다.

건축용 도금·컬러강판은 단색 샌드위치 패널이나 지붕·내벽 등 건축 내외장재로 주로 사용된다. 국내 시장 규모는 지난해 물량 기준 연 280만 톤, 금액 기준 3조 원 규모다.
철강업계는 중국산 저가 도금·컬러강판이 무분별하게 국내로 유입돼 국내 내수 시장 가격을 왜곡하고 철강 산업의 발전을 저해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중국산 건축용 도금·컬러강판 수입 물량은 2022년 76만 톤에서 지난해 102만 톤으로 34.2% 증가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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