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WTV 스포츠W 노이슬 기자] SF 장르도 봉준호 감독이 만들면 남다르다. 어디서도 본 적 없는 가장 지질하지만, 모두가 공감할 수밖에 없는 SF 영화의 탄생이다. 전 세계를 홀린 봉준호 감독의 여덟 번째 영화 ‘미키 17’이 오늘(28일) 개봉했다.
‘미키 17’은 위험한 일에 투입되는 소모품(익스펜더블)으로, 죽으면 다시 프린트되는 ‘미키’(로버트 패틴슨)가 17번째 죽음의 위기를 겪던 중, 그가 죽은 줄 알고 ‘미키 18’이 프린트되면서 벌어지는 예측불허의 이야기를 그리는 영화로, 런던 프리미어와 제75회 베를린국제영화제를 통해 영화를 먼저 선보이며 해외 언론과 관객들의 극찬이 쏟아지고 있다. 개봉을 하루 앞둔 27일 오후 8시 기준, ‘미키 17’은 68.8%를 기록, 예비 관객수 28만 5770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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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첫 SF 로맨스 “뮤지컬 장르 빼고는 다 해 보고싶어”/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개봉을 앞두고 스포츠W가 봉준호 감독과 만났다. 전 세계가 주목하는 ‘거장’ 타이틀을 거머쥔 봉준호 감독도 개봉을 앞둔 긴장감은 떨칠 수 없었다. “런던에서 월드 프리미어를 하고 베를린, 프랑스 등에서 상영을 했다. 지금 미키랑 비슷한 심정이다. 그렇게 여러 번 죽어도 죽을 때마다 무섭고 피하고 싶다고 한다. ”미키 17’은 제 8번째 장편 영화다. 저는 봉8이다. 봉8인데도 매번 개봉은 무섭고 두렵고 걱정도 되고, 신나기도 하고 복합적이다.”
‘미키 17’은 봉준호 감독의 ‘괴물’, ‘설국열차’, ‘옥자’에 이은 4번째 SF 장르 영화다. 복제인간을 소재로 한 에드워드 애슈턴의 SF 소설 ‘미키7’을 원작으로 한다. ‘OOO도 일해야지’ 시리즈 포스터를 제작할 만큼, 미키는 어떤 고난과 역경, 어려움 속에서도 일하는 노동자의 모습이다. 거기에 더해 일하다 죽으면, 새롭게 프린팅 되는 인간이다. 제목에 왜 7이 아닌 17이 붙었을까 궁금했다. “‘미키 17’에서 우리가 아는 그 청년은 착하다. 억울한 일은 맞지만 답답하리만큼 착하다. 마샬(마크 러팔로 분)이 경렬과 혐오를 퍼부으면서 인간 취급을 안 해준다. 그리고 ‘프린트 잡’이라는 대사를 쓴다. 키미가 있어야 할 자리는, 프린터에서 다시 출력해서 채우면 된다는 것이다. 미키는 자존감이 없다. 그랬던 미키가 굴레를 딛고, 자존감을 회복하고 성장하는 것이다. 그래서 17과 18이다. 어른이 되는 숫자다. 이 영화는 미키의 성장 영화로도 볼 수 있다. 미키가 쳇 바퀴를 돌다가 마침내 자아를 찾는 이야기이다.”
‘미키 17’은 우주에서 먼 얼음행성 ‘니플하임’을 배경으로 한다. ‘옥자’를 함께 촬영한 다리우스 콘지 촬영감독과 또 한번 호흡을 맞췄다. “설원을 찍는게 되게 어렵다고 하더라. 눈밭에 나갔을 때 힘들어하는 촬영감독도 많다고 하더라. 영화의 주 배경이 얼음행성이다. 같은 하나의 흰색 설원이어도 집요하게 컬러에 대해 집착하는 분이다. ‘옥자’ 이후 한편 더 하자고 했었다. 인물을 찍는 방식에 있어서 빛과 그림자를 다루는 것도 독특하다. 인물의 얼굴을 향해서 강하고 일반적인 빛을 때리는 걸 싫어한다. 첫 장면부터 미키가 떨어져 있는데 빛이 닿을락 말락 감질나게 한다. 그 장면은 런던의 버려진 경락고에 수천톤의 소금을 깔아서 찍은 것이다. 감독님과 하게 된 것은 제 입장에서는 마음이 편안해지는 부분이 있었다. ‘다리 형’이라고 부른다. 인간적으로도 되게 상냥하고 좋은 분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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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첫 SF 로맨스 “뮤지컬 장르 빼고는 다 해 보고싶어”/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제목을 제외, 원작 소설과 영화는 어떤 차이점이 있을까. “‘테세우스의 배’는 원작에서 중요한 포인트다. 반복되서 프린트 되는 미키가 어떤 정체성을 가질 것이냐에 많이 집중돼 있다. 원작 소설은 내용이 방대하다. 거의 한 챕터 걸러서 과학적인 스토리의 근간이 되는 이론이나 배경을 작정하고 해설한다. 그 동안은 인물들의 사건이나 전개가 안 된다. 골수 SF 팬들에게는 아주 매력적인 부분이라 생각한다. 저는 청개구리 기질이 있는 것 같다. 크게 4편이 SF였다. 항상 SF 같지 않은 SF다. 휴먼 프린트가 나오지만 인간들은 지질하고, 같은 실수를 반복한다는 것이 저의 초점이었다. 원작에서는 미키가 역사 학자다. 저는 훨씬 더 찐따같고 불쌍한, 착하고 손해를 많이 보게 생킨 캐릭터를 만들었다. 그 반대되는 캐릭터가 티모(스티븐 연)다. 사기꾼 같고 묘하기도 하다. 우리 주변에 흔히 볼 수 있을 것 같은 청년으로 만들고 싶었다. 또 원작에는 마샬의 와이프가 캐릭터가 없다. 독재자가 커플로 등장하는 시너지와 효과가 있다. 옛날 필리핀에 독재자 부부 마르코스가 있지 않나. 기괴한 뉴스들을 많이 봤다. 요즘 이야기스럽고 현실적이게, 우리 주변에서 벌어지고 공감할 수 있는 미키의 입장이 돼 체험하는 것에 초점을 맞췄다. 많은 분들이 ‘발냄새 나는 SF 영화’라고 하시더라. 그래서 그런 부분들은 자연스럽게 영화에서 빠지게 됐다.”
소포품, 미키 반스로는 배우 로버트 패틴슨이 열연했다. 로버트 패틴슨은 지질하고 안쓰럽고 답답한 ‘순한 맛’ 미키 17과 전혀 상반대는 ‘마라 맛’ 미키 18로 1인 2역을 선보여 화제다. 박찬욱 감독은 “아카데미 위원회는 로버트 패틴슨에게 주연상과 조연상 두 개를 주어라!”라는 리뷰를 남기기도 했다. 그런 미키를 유일하게 응원하고 그의 안위를 걱정해주는 나샤 에자야(나오미 애키 분) 캐릭터는 단순한 로맨스 여주, 그 이상의 의미로 호평받고 있다.
“SF영화이고 근본적인 인간 드라마이다보니 미키가 불쌍하기도 하고 허술하기도 하다. 어떻게든 살려고 발버둥친다. 기본적으로 미키와 냐샤를 응원하는 마음이다. 원작에서 저를 눈물 짓게 만든 챕터가 있었다. 나샤가 옆에서 지켜주는 모습이 눈물겨운 대목이었다. 이 장면 만큼은 원작에서 그대로 살려와서 좋은 남녀배우로 찍고 싶었다. 런던 시사회 때 원작자도 영화 보고 가서 좋아했다. 본인 SNS에 나샤 미키 스틸 사진을 올려놨더라. 원작자도 그 부분을 되게 중요하게 여긴 것 같다. 저도 그런 맥락을 갖고 영화에 접근했다. 나샤가 단순히 애인 보조적인 역할이 아니다. 크리퍼에 대한 결정적인 인식을 180도 전환 시켜주는게 나샤다. 얼굴 표정이 밝아지는 미키. 그런 통찰을 주는 게 나샤다. 나샤가 경멸 받아야야 하는 사람은 당신이라면서 마샬에게 일갈한다. 그 장면에서 영국 관객들이 소리 지르더라. 단순히 로맨스에 국한된 인물은 아니다. 독재자와 강력한 대결의 중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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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첫 SF 로맨스 “뮤지컬 장르 빼고는 다 해 보고싶어”/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미키를 괴롭히는 악역 마샬로는 마크 러팔로가 필모사상 첫 악역에 도전했다. 봉준호 감독은 “마크 러팔로가 캐스팅 제안 후 화상 채팅할 때 첫 한 마디가 ‘봉 와이 미?(Why me?)’ 였다”며 웃었다. “처음에 악당 독재자 캐릭터 쓰고 여러가지 생각하다가 마크 러팔로가 떠올랐다. 본인이 실제 NGO 시민 단체 활동도 하고, 사회 운동가 측면도 있다. 본인이 가장 혐오하는 캐릭터를 해야한다. ‘봉 와이 미?’ 실제 너무 슬퍼하더라. 나한테 이런 면이 있냐고(하하). 실제로 슬퍼했다. 너무 귀엽더라. 막상 촬영하니까 본인도 재밌어했다. 정의로운 캐릭터 많이 했었으니까 주변 분들이 이걸 꼭 해야한다고 푸시했다고 하더라. ‘와이? 와이?’ 했지만 막상 찍을 때는 명배우답게 신나게 촬영하셨다. 실존하는 정치인들 이야기도 많이 했다. 옛날에 미국 어느 주의 주지사의 사진도 보여주고, 저도 한국의 과거 정치인 이야기도 하면서 만들었다.”
사실 마샬 캐릭터는 우리가 역사속에서 흔히 봐왔던, 현재에도 실존하는 듯한 흔한 독재자의 모습이다. 미국의 대통령 트럼프를 연상 시킨다는 반응도 존재한다. 이에 각국의 언론들은 자신의 나라 독재자를 언급하며 염두하고 쓴 것이 아니냐는 질문을 많이 했다고. 봉준호 감독은 “이탈리아의 한 기자가 무쏠리니 같다고 질문하더라. 파시트스의 대표적인 독재자의 모습 같다고 공감하더라. 저랑 마크는 여러가지 정치적인 악몽이라던지, 우스꽝스러운 모습들을 떠올렸다. 독재에는 블랙 코미디가 따라온다. 복합적인 모습을 녹여내고 싶었다. 다 투사가 되나보더라. 그래서 질문하면 그냥 다 맞다고 했다(웃음). 촬영은 22년에 했다. 시나리오는 21년 9월에 베니스 영화제 심사 하러 가면서 출국 하루 전날 완성해서 워너 쪽에 넘기고 베니스에 갔다.”
독재자 부부에는 숨은 의미도 담겼다. 영화에는 세대가 극단적으로 나뉘었다는 점이다. 인간으로서 최악의 모습을 한 독재자 부부가 부모 세대로, 그들과 함께 얼음행성으로 이주하는 젊은 세대를 자녀 세대로 나눴다. “실제 저랑 분장, 의상 팀이 영화 준비할 때부터 의도적으로 세대를 극단적으로 나눴다. 이 젋은 세대들이 가서 행성에 가서 새 세대를 만드는 것이다. 결혼해서 아이를 낳게 될 세대를 추린 것 같다. 유일한 부모 세대로 나오는게 독재자 부부다. 최악의 인간의 모습이다. 나샤가 연단에 서기까지의 과정이 영화가 말하는 바다. 퇴장할 것이라면, 곱게 퇴장하라는 의미다. 물론, 좋은 기성 세대의 모습도 있다. 스티브 박이 연기한 지크가 있다. 그리고 마마 크리터는 좋은 부모 세대의 모습을 보여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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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터뷰] ‘미키 17’ 봉준호 감독의 첫 SF 로맨스 “뮤지컬 장르 빼고는 다 해 보고싶어”/워너브러더스 코리아㈜ |
새로운 세대를 만들기 위해서는 ‘출산’이라는 과정이 필요하다. 극 중 마샬은 가임기 여성의 죽음에 분노하고, 최정예 요원 카이 캇츠(아나마리아 바르톨로메이 분)를 ‘순정 인류’라고 일컬으며 자궁으로서의 역할을 강조한다. 이는 카이를 연기한 아나마리아가 주연, 2021년 황금 사자상을 수상한 영화 ‘레벤느망’을 연상시킨다. “제가 2021년 9월에 탈고하고 베니스 영화제 심사위원으로 갔다. 심사위원 만장일치로 ‘레벤느망’이 황금사자상을 수상했다. 1960년대 프랑스에서 실제 벌어졌던 개인의 낙태 권리에 대한 이야기다. 그 영화에서 두 배우가 ‘미키 17’로 왔다. 낙태 전문가를 연기한 아나 무글라리스 배우가 ‘마마 크리퍼’로 왔다. 그분 실제 목소리다. 가공된 것이 아니다. 볼륨만 조절한 것이다. 파리 시사 때 오셨다. 그게 심사위원을 한 보람인 것 같다. 작품에서 좋은 배우를 발견하는 것(웃음). 카이 역할이 가진 묘한 매력이 있다. 되게 실용적인 캐릭터다. ‘나를 자궁으로 보는 것이냐’고 마셜에 분노한다. 최근에도 그런 사건이 있지 않았나. 관계 부처에서 ‘전국 가임기 여성 분포도’ 지도를 만들었다. 너무 황당하고 어이 없는 일이었다. 흑갈치 분포도도 아니고(웃음). 너무 황당하다. 마셜도 그런 관점을 가진 것이다. 사람 면전에서 그런 이야기를 하는 것이다. 그 디너 시퀀스가 되게 중요했다. 그 부부의 실체를 명확히 알게 되는 씬이었던 것 같다. 아나마리아가 그런 역할을 하기에 되게 현대적인 여성이고 똑부러지는 면이 있다. 의외로 권력이나 힘 앞에 순응하기도 한다. 그런 역할을 잘 해줄 수 있다고 생각했다.”
얼음행성의 원주민인 괴생명체 ‘크리퍼’의 디자인은 봉준호 감독과 ‘괴물’, ‘옥자’ 크리처를 담당했던 장희철 감독과 재회했다. “20년을 함께 했다. 크리퍼는 쥐며느리 벌레, 크로아상 빵 이미지로 시작했다. 저는 크로아상이 움직일 것 같은 느낌이다. 아코디언이 수축되는 느낌. 그게 출발점이다. 아르마딜로도 겉의 껍데기가 공처럼 동그랗게 된다.마마, 주니어, 베이비 크리퍼로 3종류가 있다. 베이비는 귀여움. 주니어는 아르마딜로처럼 막 굴러가는 액션을 보여준다. 캐빈 코스틀로 ‘늑대와 춤’의 하이라이트 영상에 영감받았다고 얘기했었다. 미친 듯이 질주하는 버팔로 떼. 지축을 흔드는 사운드가 있다. 그 영화를 얘기하면서 크리퍼들이 몰려갈 때 지축이 흔들리는 압도적인 소리가 나야한다고 했다. 움직임은 순록들에서 따왔다. 순록들이 가운데 제일 연약한 개체를 두고 설원 위에서 도는 모습의 영상이 있다. 어떤 앵글에서 봐도 아름답다. 그걸 보다가 야바위를 하면 좋겠다. 여러 개의 봉우리를 만들어서 혼란을 주는 것. 그걸 하면 재밌겠다는 발상으로 만들어진 것이다. CG팀에 설명할 때 애를 먹었었다. 그래서 3가지 크리퍼가 필요했다.”
봉준호 감독은 ‘미키 17’로 첫 로맨스 장르에 도전하며 한층 더 다층적인 감성으로 공감대를 형성했다. “이번 영화에서는 미키라는 불쌍하기도 하고, 측은하기도 한 제 아들과 비슷한 나이의 청년이 결국은 파괴되지 않았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었다. 그동안 제가 찍은 영화에서 제가 만든 캐릭터들에 가혹했다는 생각이 들더라. 한번쯤은 덜 가혹해도 되지 않을까. 결말만이라도 그렇게 하고 싶었다. 정통 멜로영화도 언젠가는 한번 해보고 싶다. 뮤지컬 장르를 제외하고 언젠가는 다 해보고 싶다. 뮤지컬은 말하다가 노래를 시작하지 않나. 저는 체질적으로 맞지 않는 것 같다. 그래서 제외한 모든 장르를 해보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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