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뉴스프리존]이정우 기자= 12·3 계엄사태로 빚어진 정국불안과 불확실성이 해소되지 않으면서 우리 경제의 저성장에 대한 대내외 경고음이 날카롭게 울리고 있다.
소비 심리 악화로 내수 경기가 얼어붙고 환율 급등에 물가가 오르는 악순환 속에 1월 기준금리 인하 여부에도 관심이 쏠리고 있다.
7일 국제금융센터에 따르면 글로벌 투자은행(IB) 8곳이 제시한 2025년 우리나라 실질 국내총생산 성장률 전망치는 지난해 11월 말 평균 1.8%에서 12월 말 1.7%로 0.1%포인트(p) 떨어졌다.
지난해 11월28일 한국은행이 제시한 전망치(1.9%)는 물론 지난 2일 정부 전망치(1.8%)에도 못 미치는 수준이다.
IB 평균 전망치는 지난해 9월 말 2.1%에서 3분기 수출 감소가 확인된 10월 말 2.0%로 떨어진 뒤 이번 12월 말까지 석 달 연속 하향조정됐다.
특히 JP모건은 지난 한 달 사이 1.7%에서 1.3%로, HSBC는 1.9%에서 1.7%로 각각 전망치를 조정했다.
IB 8곳 중 가장 낮은 전망치를 제시한 JP모건은 이번 보고서에서 비상계엄 사태 여파로 한층 더 짙어진 내수 불황을 결정적 변수로 지목했다.
보고서를 작성한 박석길 JP모건 본부장은 “지난해 12월 경제심리지수가 전반적으로 꽤 큰 폭으로 하락했고, 올해 1월 들어서도 의미 있게 상향 반전할 것으로 보기에는 아직 이른 것으로 분석된다”고 평가했다.
이어 “지난해 11월까지 데이터를 확인하고 4분기 성장률 전망치를 하향 조정했다”며 “내수 불확실성이 단기에 해소되기는 어려워 보여 올해 1분기 수치까지 낮췄고, 그 결과로 연간 수치도 떨어졌다”고 설명했다.
그는 “올해 수출 증가율도 지난해보다 큰 폭으로 하락할 것”이라며 “대략 2% 선으로 예상한다”고 내다봤다.
실제 계엄사태 뒤 전국 신용카드 이용금액이 지난해 같은 시기보다 줄어드는 등 민간 소비 위축이 확인되고 있다.
투자은행들은 2026년에도 평균 1.8% 수준의 성장률을 예상했다. 우리 경제가 2년 연속 1%대의 저조한 성장률을 기록한 것은 관련 통계가 작성된 1953년 이후 전례가 없다. 우리 경제에 대한 이들의 저성장 전망이 그만큼 심각한 우려를 낳는 이유다.
외환위기를 맞은 1998년은 –4.9%에서 이듬해 기저효과에 힘입어 11.6%로 반등했다. 글로벌 금융위기 때인 2009년에는 0.8%를 기록했다가 이듬해 7.0%로 올랐다. 코로나19 팬데믹 때에도 2020년 -0.7%에서 이듬해 4.6%로 회복세를 보였다.
골드만삭스와 JP모건은 내년 전망치로 각 2.1%, HSBC가 1.9%, 노무라가 1.8%, 씨티가 1.6%, 바클리가 1.5%, UBS가 1.3%를 각각 제시했다.
소비자물가상승률 전망은 JP모건과 HSBC가 지난해 11월 말 각 1.7%와 1.9%에서 12월 말 나란히 2.0%로 올려잡았다. 씨티가 2.0%에서 1.9%로 낮춰잡아 IB 8곳 전체 평균은 1.8%를 유지했다. 환율 급등에 따른 수입 물가 상승 여파가 물가상승률 전망을 끌어올리고 있다.
이런 저성장 전망과 인플레이션 우려에 올해 들어 16일 처음 열리는 한국은행 금융통화위원회에 눈길이 쏠리고 있다.
이창용 한은 총재는 지난 2일 신년사를 통해 “전례 없이 정치·경제적 불확실성이 커진 만큼 통화정책은 상황 변화에 맞춰 유연하고 기민하게 운영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댓글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