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성전자와 LG전자가 냉난방 공조(HVAC) 사업 강화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인공지능(AI) 열풍에 데이터센터 수요가 많아지면서 냉난방공조 사업이 미래 먹거리로 떠오르고 있기 때문이다.
시장조사업체 글로벌마켓인사이트(GMI)에 따르면 난방, 환기, 공기조화, 칠러, 냉각탑 등을 아우르는 HVAC 시장 규모는 2023년 기준 2940억달러(433조원)에서 2032년까지 연평균 5.6%의 꾸준한 성장세를 보일 전망이다. GMI는 2032년 HVAC 시장 가치가 4810억달러(708조원)에 이를 것이라 전망했다.
삼성, 현지업체와 합작해 북미시장 공략
삼성전자는 올해 미국 대형 HVAC 설비기업인 레녹스와 손잡고 북미 시장 공략에 집중한다. 현지 전문업체인 레녹스와 합작법인을 설립해 빠르게 현지 업체가 보유한 탄탄한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장에서 주도권을 선점하겠다는 목표다.
레녹스는 가정·상업용 HVAC를 제조, 판매하는 미국 3~4위권 공조기업으로 1985년 설립됐다. 삼성전자가 그간 쌓아온 기술력과 레녹스의 유통망을 결합해 개별 공조 제품 시장을 공략할 계획이다.
삼성전자는 2025년 1월 미국 라스베이거스에서 열리는 세계 최대 전자 전시회 ‘CES 2025’에서 ‘가정용 히트펌프 EHS’도 공개할 예정이다. 히트펌프는 화석연료를 사용하지 않고 전기를 사용하는 고효율 공조 제품이다. 온실가스 발생량 감소 효과가 커 친환경적이며 연료비 절감 효과도 있다.
삼성전자 ‘가정용 히트펌프 EHS’는 현재 유럽 40개 이상 국가에서 판매하고 있다. 삼성전자는 이 제품을 미국 시장으로도 판매한다는 계획이다.
LG, ‘칠러’ 기반 유럽 등 글로벌 시장 선점 속도
LG전자는 2025년 조직개편에서 냉난방공조(HAVC) 사업을 위한 신설 조직 ES(에코 솔루션)사업본부를 만들고 사업 정비에 나섰다. H&A본부가 담당하던 냉난방 공조 사업을 별도로 떼내 B2B(기업간거래) 사업을 중점적으로 수행하도록 하기 위한 조치다.
LG전자는 대형 공조 시스템 기기 ‘칠러’를 앞세워 국내외 HVAC 시장에서 두각을 보이고 있다. 칠러는 차갑게 만든 물을 열교환기를 통해 순환시켜 시원한 바람을 공급하는 원리다. 주로 대형 건물이나 공장과 같은 산업시설에 설치된다. 대표적인 대용량 제품인 터보 칠러 분야에서 LG전자는 국내 1위, 글로벌 5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최근 산업통상자원부의 구애도 받았다. LG전자는 정부와 손잡고 ‘칠러’ 수출 확대를 위해 민관협력을 강화하기로 했다. LG전자는 산업부 지원에 힘입어 AI 데이터센터 냉각시스템을 차세대 수출 주역으로 집중 육성하겠다는 계획이다.
글로벌 시장에서도 북미, 유럽, 남미 등 현지 거점을 확대하며 인지도를 높이고 있다. LG전자는 독일 프랑크푸르트에 7월 유럽 현지 기후에 최적화된 고효율 공조솔루션 연구를 위한 에어솔루션 연구소를 설립했다. 이곳에서 B2B사업의 중요한 축인 냉난방공조 사업 역량을 강화해 유럽 HVAC 시장의 전초기지로 삼는다는 목표다.
9월에는 북미, 유럽, 아시아에 구축한 차세대 히트펌프 기술 개발 컨소시엄의 핵심 연구진을 한국으로 초청해 ‘글로벌 히트펌프 컨소시엄’을 출범해 운영하고 있다.
조주완 LG전자 대표이사 사장은 지난해 7월 LG전자의 2030년 성장 목표를 밝히며 HVAC을 대표 미래 먹기로 낙점해 “가정·상업용 냉난방공조 사업 매출을 두 배 이상 성장시켜 글로벌 탑티어 종합 공조업체로 도약하겠다”고 말했다.
이선율 기자
melody@chosunbiz.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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