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금부자’ SK텔레콤, 이사회에 ‘재무통’ 전진 배치한 이유 [2024 이사회톺아보기][한국금융신문 김재훈 기자] SK텔레콤은 지난해 ‘AI 컴퍼니’ 비전을 선언하며 AI(인공지능)와 기술 전문가를 대거 이사회에 포함시켰다. 그런데 올 들어 미묘한 변화가 보인다. 이사회 멤버로 재무·리스크 관리 전문가를 이사회 멤버로 불러들였다. 업계 관계자는 “SK텔레콤이 AI 투자 효율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라며 “이는 SK그룹 전반에 퍼진 비용과 투자 효율화 기조가 반영된 것으로 풀이된다”고 말했다. SK텔레콤은 앞서 지난 3월 정기 주주총회에서 유영상 대표 재선임과 함께 김양섭 전 SK이노베이션 부사장을 CFO(최고재무책임자) 및 신규 사내이사로 선임했다. 또 이성형 SK㈜ CFO 사장 겸 재무부문장을 기타비상무이사로, 노미경 HSBC 최고리스크관리자(CRO)를 사외이사로 신규 선임했다. 이중 가장 눈에 띄는 건 김양섭 CFO 선임이다. 통상 SK그룹 계열사들은 CFO를 이사회에 포함하지 않았다. 김양섭 CFO 경우는 역대 두 번째 CFO 및 사내이사다. 그 전에 유영상 SK텔레콤 대표가 CFO 시절 사내이사를 역임했다. 고금리 등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높아지면서 그룹 전반 비용 효율화 중요성이 높아졌기 때문으로 풀이된다. 기타비상무이사로 선임된 이성형 CFO 합류도 이런 분위기를 반영한다. SK텔레콤은 SK그룹 계열사 중 거의 유일하게 안정적 수익을 내는 회사다. 그룹 내 위상도 매우 높다. 이 때문에 업계에서는 SK그룹 차원에서 알짜 계열사 SK텔레콤 비용 및 투자 효율화 관리 차원에서 이성형 CFO가 합류했을 것으로 보고 있다. 최태원 SK그룹 회장도 올해 여러 공식석상에서 파이낸셜, 투자 및 자금 관리 중요성을 강조했다. 특히 과거 이뤄졌던 11조원 규모 낸드 투자를 최근 지적하는 등 강도 높은 재무 관리를 주문하고 있다. SK텔레콤은 올해부터 AI 관련 투자 비중을 향후 5년간 약 3배 확대하는 등 오는 2028년까지 AI 컴퍼니 전환과 함께 연간 매출 25조원을 달성하겠다는 목표를 제시했다. 다만 통신사업 수익 감소, 유동성 확보를 위한 재무구조 개선 등 과제가 놓인 상황이다. SK텔레콤 올해 1분기 ARPU(가입자당평균매출)는 2만9239원으로 전분기 대비 1.1% 하락하며 감소세가 지속됐다. 통신사업이 여전히 SK텔레콤 확실한 현금창구이지만, 줄어드는 수익성은 장기적으로 불안한 요소다. SK텔레콤도 올해 2월 투자설명서를 통해 “통신사업은 경쟁상황 지속으로 과도한 마케팅 비용 지출과 가격 경쟁으로 수익성이 악화할 여지가 있다”며 “과거와 같은 과징금 혹은 영업정지 등 제재를 받을 가능성도 있다”고 밝혔다. SK텔레콤 사업보고서 등에 따르면 최근 4년간 총자산은 2020년 47조9069억원에서 지난해 30조1192억원으로 줄었다. 반면 부채비율은 같은 기간 96.4%에서 146.3%로 소폭 증가했다. 문제는 회사채로 인한 차입금 규모다. SK텔레콤은 주된 외부자금 유치 방안으로 높은 신용등급을 통한 회사채 발행을 이용했다. SK텔레콤 지난해 기준 총차입금은 10조원 수준으로 이 중 약 7조원이 회사채다. 총차입금에서 현금성자산을 뺀 순차입금도 이미 몇 년간 플러스(+) 상태다. 김양섭 CFO는 올해 1분기 컨퍼런스콜에서 투자재원 마련을 위한 유동성 확보를 강조하기도 했다. 그는 “SK텔레콤은 통상 연결기준 5조원 수준 에비타를 창출하는데 이를 CAPEX로 3조원, 주파수와 이자 비율로 1조원을 사용하면 약 1조원 캐시 플로가 남는다”며 “1조원이 큰 규모이긴 하지만 7000억원 현금배당을 실행하면 운신의 폭이 넓지 않은 게 사실”이라고 밝혔다. 이어 “좀 더 효율적인 투자 방관 유동성 확보를 위해 다양한 방안을 고심해 보겠다”고 덧붙였다. 김 CFO 발언처럼 SK텔레콤이 새로운 투자 전략을 구상한다면 노미경 사외이사는 투자로 인해 발생할 수 있는 리스크 관리 차원에서 선임된 인사로 보인다. 노미경 사외이사는 2009년부터 유럽 최대 금융 기업 HSBC 서울, 홍콩 지부에서 리스크 관리 업무를 담당해 왔다. SK텔레콤은 노미경 사외이사가 글로벌 금융업계에서 최고 리스크 관리자로서 쌓아온 전문성을 바탕으로 이사회 의사결정 과정에서 다양한 리스크 대응 직무를 수행하게 될 것이라 밝혔다. 김재훈 한국금융신문 기자 rlqm9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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