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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봉 Archives - 뉴스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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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인터뷰②] 음악극 ‘섬’ 백은혜 “우리는 관객과 같은 입장…같이 이야기 나누고 싶어”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우리가 먼저 알고 있는 걸 관객들에게 가르치는 뉘앙스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우리는 관객과 같은 입장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거다. 저도 작품에 참여하기 전에는 이 이야기에 대해 몰랐다. 배우라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뿐이다.” 이번 ‘섬’의 마리안느와 고지선은 백은혜와 함께 정연이 같은 역을 연기한다. 백은혜는 초연을 원캐스트로 진행했기 때문에 ‘섬’이라는 공연 자체를 정연 배우를 통해 처음 볼 수 있었고, 자기자신을 되돌아볼 수 있는 계기가 됐다고 말한다. “저도 5년 만에 만난 작품이기 때문에 ‘이런 내용이랑 노래가 있었어?’ 하고 생소해지는 지점이 있었다. 그래서 같은 역할을 맡은 정연 언니가 작품에 대해 물어볼 때면 ‘언니 나도 기억이 하나도 안나’라고 말하기도 했다.(웃음) 5년 전 3주 가량 했던 짧은 공연이었기 때문에 많이 잊혀져 있었는데 같이 작업하면서 의외의 질문을 받기도 하고 생각지도 못한 부분에서 새로운 걸 깨닫게 될 때도 있었다. 합류 여부를 떠나서 모든 배우들이 아는 것을 수행하기보다는 이 공연을 사랑스럽게 보고, 모든 것에 감탄하는 마음으로 다가갔다. 이 작업을 소중히 생각한다는 걸 느꼈다.” ▲ 음악극 ‘섬: 1933~2019’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 한센인 차별에 대한 정보는 국내에 많이 알려져 있지 않다. 백은혜 역시 “한센병이라는 병에 대해 알고 있었고, 소록도에 대해서도 알고 있었지만 정말 정보가 없었다”고 작품에 참여하게 되며 한센인과 발달 장애인을 비롯한 소외 집단에 대해 갖게 된 새로운 시선에 대해 말했다. “솔직히 말하자면 장애에 대한 인지가 없었어서 저만의 시선도, 견해도 없었다. 저조차도 그 지하철에 있는 사람이었다면 어떻게 해야 될지 몰랐을 거다. 이제는 그렇지 않다는 점이 제게 미친 가장 큰 영향이지 않을까 싶다. 목소리 프로젝트 자체가 제게는 그런 의미다. ‘태일’, ‘태영’도 마찬가지로 제가 조금씩 뉴스레터도 들여다볼 수 있도록 만드는 계기가 됐고, 내가 뭘 할 수 있는지 생각할 수 있는 시간이 됐다.” 실제로 ‘섬’의 창작진과 배우진은 직접 소록도를 찾기도 했다. 이들은 단종대, ‘죽어도 놓고’ 바위 등 많은 장소를 직접 방문했고, 초연을 준비할 때는 마리안느 슈퇴거, 마가렛 피사렉 간호사의 생가와 성당도 방문했다. “원래 자연 풍경을 많이 즐기고 힘을 많이 얻는다. 소록도의 풍경은 정말 아름답고 고요한데, 소록도에 갈때마다 ‘이분들은 썩어가는 몸으로 매일매일 노된 노동을 하며 비탄을 느끼고 사셨는데, 그런데도 풀이 아름답고 꽃이 예쁘다고 생각하셨을까?’ 라는 질문이 늘 생각났고, 그러셨을 것 같다는 답변이 제 스스로 돌아왔다.” 소록도에 방문했을 당시 백은혜와 장우성 작가의 마음이 말 한마디 없이 하나로 통했던 순간의 에피소드도 들어볼 수 있었다. ▲ 음악극 ‘섬: 1933~2019’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 “환자 분들이 생활하셨던 곳에서 다 같이 걸어나오는데 돌길 사이사이에 자란 잡초들이 눈에 띄었다. 풀 색깔도 굉장히 강렬하게 느껴졌던 기억이 난다. 그 모습을 보면서 ‘안 밟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 걸었다. 그러던 중에 옆에 같이 있던 장우성 작가님이 ‘풀 하나도 안 밟고 싶다, 그렇지?’라고 말하셨다. 동시에 같은 생각을 해서 공감을 했던 순간이 있었다.” 소록도의 풍경은 극 중에도 영향을 미쳤다. 백은혜는 “극중 한센인들이 소록도가 어떤 곳인지 아무것도 모르고, 희망을 품은 채 트럭을 타고 섬에 들어갈 때 다같이 멈춰서 새 소리를 듣는 부분이 있다. 소록도에 들어가면 그 때 들리는 새소리가 똑같이 들린다. 새가 날아들면서 노래하듯 우는 그 풍경이 잊혀지지가 않는다. 우리 작품을 보고 소록도에 가신 분들이 있다는 걸 친구들을 통해서 들었다. 아마 그분들도 저와 같은 걸 느끼시지 않았을까 싶다”고 말했다. 신선한 형식으로 가슴 따뜻한 이야기를 전하는 ‘섬’의 이야기도 호평받았지만, 풍성한 음악 역시 많은 이들의 사랑을 받았다. 보편적으로 뮤지컬에서 볼 수 있는 솔로 넘버가 전혀 등장하지 않는 ‘섬’의 음악에 대해 백은혜는 작품에서 ‘합창’이 대두된 이유를 설명했다. “마리안느, 마가렛 두 분이 본인들이 드러나는 걸 굉장히 원치 않으셨다. 직접적인 인터뷰를 하시지도 않았고, 대외 활동을 하신 흔적도 없다. 그래서 그분들의 다큐멘터리를 보면 주변 분들이 그분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주지, 직접적으로 본인들이 했었던 과업들을 이야기하신 것이 없다. 그렇게 주변인들이 이야기 해주는 걸 작품에 담고 싶어서 합창 위주의 음악이 들어갔다. ‘사랑이 머물던 시간’ 같은 곡을 보면 사람들이 불러주고 있다. 이런 의미가 ‘섬’에서 솔로곡이 없는 이유 중 하나다.” 또, 백은혜는 가장 좋아하는 곡으로 ‘생과 사’를 꼽으며 ‘섬’에 삽입된 가사 없는 음악이 주는 힘에 대해서도 말을 꺼냈다. ▲ 음악극 ‘섬: 1933~2019’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 “‘해봉이는 봄, 니는(따개비) 피끓는 여름, 난 낙엽지는 가을, 우리 최씨 형님은...’이라는 대사가 최씨가 세상을 떠나기 전에 김기복이 치는 대사인데, 이 대사가 '생과 사’라는 곡에 담겨있다고 생각한다. 해봉이 수선에게 신발을 선물해주고, 그 신발을 신은 채 수선이 뛰어가는데 최씨는 세상을 떠나면서 살풀이를 하고, 죽음과 사랑이 교차하는게 우리의 삶이라는 걸 보여준다. 이런 사계절을 보여주는데 가사가 없다. 하지만 움직임과 모든 정서로 이야기하고 있고, 음악도 그 안에서 파도를 치고 있기 때문에 정말 생이라는 사계절을 느낄 수 있다. 그래서 이 작품의 창작진분들이 정말 대단하다고 생각한다.” ‘생과 사’와 같이 가사가 없는 곡 ‘무제’는 허밍을 활용한 곡이다. 지선이 어떤 아이가 공연 중 소리를 질렀을 때 자기자신의 행동을 되돌아보는 장면에서 등장하는 ‘무제’는 특별한 창작 과정을 거치기도 했다. “’무제’에서는 다들 가사 없이 허밍을 한다. 그 ‘무제’라는 곡이 만들어질 때 작가님이 ‘음음음’이라고 허밍을 먼저 썼고, 작곡가님이 공감해서 그 곡을 허밍 곡으로 썼다. 근데 이게 그냥 허밍이 아니라 말로 할 수 없는 것들을 담아 전달하는 허밍이다. ‘생과 사’에서 등장하는 최씨의 살풀이의 구음도 마찬가지다. 만약 가사를 붙였어도 좋았겠지만 한정되는 게 있다. 감정 자체를 전하는 힘이 있다는 점이 ‘섬’이 음악적으로 갖고 있는 가장 큰 힘이라고 생각한다.” 현재 ‘섬’은 지난 21일 추가된 회차를 포함해 남아있는 회차가 모두 전석 매진 됐다. 이처럼 ‘섬’이 관객들에게 사랑받을 수 있었던 이유에 대해 묻자 백은혜는 관객들에게 계속해서 말을 거는 듯한 작품의 특성을 꼽았다. “항상 말을 조심하게 되는 건 제가 ‘우리 공연을 보러 오세요’라고 말할 때 ‘우리 공연이 주는 메시지를 들으세요’라는 입장으로 말하지 않게 됐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있다. 우리가 먼저 알고 있는 걸 관객들에게 가르치는 뉘앙스로 보이지 않았으면 했다. 우리는 관객과 같은 입장이고, 같이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거다. 저도 작품에 참여하기 전에는 이 이야기에 대해 몰랐다. 배우라는 자리에서 이야기를 전달하는 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일이기 때문에 하는 것뿐이다. 관객들을 마주할 때도 ‘저도 마찬가지였어요', ‘우리 이렇게 같이 생각해봐요’라는 마음으로 바라보려 한다.” ▲ 음악극 ‘섬: 1933~2019’ 공연 사진 [사진=국립정동극장, 라이브러리컴퍼니] 장면 전환을 위해 조명이 꺼질 때마다 객석에서는 눈물을 훔치는 소리가 들려온다. 백은혜는 눈물을 흘리는 관객들을 마주하면서 지금 이 시간이 우리만의 시간이 되지 않았으면 좋겠다는 마음이 든다고 말했다. “우리 삶에 어느 정도까지 영향을 끼칠 지는 모르겠지만, 각자의 삶에 좋은 영향과 시간이 됐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려고 노력하고 있다. 공연을 보러 많이 와주셔서 감사하지만, 들뜨지 않으려 노력하고 있다. 그러려고 만든 공연 아니니까.(웃음)” 사랑이 많아진 배우 백은혜는 극중 마리안느의 대사로 앞으로의 방향성을 표현했다. “어린 시절 마리안느가 감동 받은 선교사의 말을 고영자에게 전하면서 인용하는데 ‘너 왜 가만히 보고만 있냐, 세상으로 나가서 사랑을 실천해라’라는 대사가 나온다. 제가 배우로서 작업을 할 때 가지려는 마음이다. 작품을 선택하고 준비하면서 늘 이런 마음을 먹는건 잘 안되지만 내가 이 작품을 통해 전달할 수 있는 것, 내가 할 수 있는 것을 했으면 좋겠다는 마음을 가지고 작품을 만들어나가려 많이 노력 중이다.” 마지막으로 백은혜는 ‘섬’과 함께한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내가 할 수 있는 것에 대해 물어보는 지선이의 대사처럼 우리가 각자 자리에서 할 수 있는 것을 할 수 있었으면 좋겠고, 많은 생각을 남기는 공연이었으면 좋겠다는 마음으로 연기하고 있습니다. 같이 공감해 주시고 사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한편 음악극 ‘섬: 1933~2019’은 7월 7일까지 국립정동극장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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