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ROE 쪼개기'로 본 하나∙SK∙다올증권...이유 있는 신용도 하락[한국금융신문 이성규 기자] 부동산 프로젝트파이낸싱(PF) 부실 우려가 지속되는 가운에 일부 국내 증권사들의 신용등급 및 등급전망이 강등됐다. 업황 부진이 가장 큰 원인이지만 각 증권사들의 근본적인 문제점도 간과하긴 어려운 상황이다. 18일 금융투자업계에 따르면 나이스신용평가는 지난 4월 하나증권의 신용등급(AA0) 전망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한단계 낮췄다. 부정적 등급전망이 달릴 경우 6개월내 신용등급이 하향 조정될 수 있다. 다만 한국기업평가와 한국신용평가는 ‘안정적’ 전망을 유지하고 있다. 등급 스플릿(불일치)가 우량등급(AA급 이상)에서 발생하는 경우는 드물다. ‘부정적’ 등급전망이 실제 등급 강등으로 이어질지는 확신할 수 없는 상황이다. 나신평의 평정요지 핵심은 대체투자 및 기업금융(IB) 부문 불확실성이다. 등급하락 트리거(trigger)는 총자산이익률(ROA) 0.5% 이하 지속, IB부문 약화에 따른 수익구조 안전성 저하다. IB 부문 수익력 약화는 단연 ROA 하락으로 이어진다. 하나증권은 지난 2018년 이후 현재까지 누적 기준 3조원 규모 유상증자를 통해 자본을 확충했다. 이를 기반으로 IB부문을 강화해 2017년 0.7% 수준이었던 ROA(별도기준)를 2021년에 1.7%까지 끌어올렸다. 작년에는 시장금리 상승 영향으로 대부분의 사업부가 부진을 겪었다. 당기순손실을 기록하면서 ROA도 -0.7%로 하락했다. 근본적으로는 경쟁력 약화가 문제다. 사업부문별 시장점유율이 축소되면서 총자산회전율(2023년 말 기준 매출액/총자산)은 0.009배에 그쳤다. 금융지주 계열사인 NH투자증권(0.03배)과 KB증권(0.026배)의 총자산회전율과 비교해도 현저히 떨어지는 수치다. 하나증권은 지난해 6년 만기, 2100억원 규모 후순위채를 발행했다. 후순위채는 보완자본 성격을 갖고 있어 자본으로 인정받는다. 이를 통해 재정건전성을 확보할 수 있다. 하지만 후순위채는 잔존만기가 5년 이하일 경우 매년 20%씩 자본인식 규모가 축소된다. 올해부터 자기자본비율이 일부 줄어든다는 뜻이다. 자기자본이 줄고 실적이 개선될 경우 ROA는 상승할 수 있다. 문제는 앞서 언급한 경쟁력 저하다. 증권사들의 IB부문 경쟁이 날로 심화되는 상황에서 시장점유율 제고는 쉽지 않다. 단순히 재무건전성 확보를 목적으로 자본을 확충하면 자기자본이익률(ROE)와 ROA가 낮아진다. 후순위채나 신종자본증권 등 발행을 섣불리 결정하기도 어렵다는 얘기다. 현재 하나증권 입장에서는 초대형IB 인가가 더욱 절실하다고 볼 수 있다. 발행어음 사업을 통해 자금조달 창구를 확대하는 한편, 대형 프로젝트 혹은 인수합병(M&A) 자문서비스 등을 수행할 수 있기 때문이다. 새 먹거리 확보를 통해 수익성을 개선할 가능성이 높아지는 것이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하나증권은 금융지주 계열사인 만큼 재무건전정 우려는 크지 않다”면서도 “수익성 제고를 위해 결국 덩치에 맞은 비즈니스를 해야 하는 만큼 초대형IB 인가 여부가 중요한 시기”라고 평가했다. 다올투자증권의 신용등급(A0) 전망도 ‘안정적’에서 ‘부정적’으로 하향 조정됐다. 부동산금융을 중심으로 확대된 IB부문이 오히려 독이 된 것이다. 지난 2022년 말 기준 IB부문은 전체 수수료수익 중 80%를 차지했다. 위축된 부동산PF 환경을 고려하면 올해도 실적 회복은 묘연해 보인다. 특히 과도한 레버리지는 수익성 하락 국면에 취약하다. 다올투자증권의 레버리지비율(2023년 말 기준 총자산/총자본)은 11.09배다. 금융지주 계열 증권사 대비 일반 증권사는 레버리지비율이 높은 경향이 있다. 그중에서도 다올투자증권은 높은 편이다. 초대형IB인 미래에셋증권과 한국금융지주에 버금가는 수준이다. 총자산회전율(2023년말 기준 0.022배)은 평균수준이지만 비용통제가 되지 않으면서 지난해 당기순이익은 적자를 기록했다. 현 상황을 고려하면 다올투자증권은 자본확충을 포함한 외부조달 등이 어려운 상황이다. 지분투자 비중이 상당한 만큼 다올인베스트먼트 매각 사례와 같이 자산 재편을 통한 재무구조 개선에 나설 것으로 관측된다. 한편, SK증권 신용등급은 기존 ‘A0’에서 ‘A-‘로 한단계 강등됐다. 높은 고정비 부담이 지속되는 가운데 시장 지위가 약화된 탓이다. 부동산금융 영향도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비용통제 문제라고 할 수 있다. SK증권의 총자산회전율(2023년말 기준 0.04배)로 업계 내 상당히 높은 수준이다. 여기서 다소 아쉬운 대목이 발견된다. 현재 SK증권은 자회사 지분투자 등으로 영업용순자본비율에 부담이 되고 있다. 추가 자기자본 확충이 필요하지만 2018년 사모펀드가 최대주주로 오르면서 출자 등이 쉽지 않았다. 자본확충을 통해 레버리지비율(2023년 말 기준 9.96배)을 낮추고 영업력 확대를 통해 총자산회전율을 유지하기만 해도 수익성은 제고될 수 있었다. 자본확충이 쉽지 않다면 보유지분 매각을 통해 재무건전성을 확보해야 한다. 혹은 대규모 구조조정이나 최악의 경우 SK증권이 시장에 매물로 나올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투자은행(IB) 관계자는 “SK증권은 이전부터 M&A 매물로 꾸준히 거론돼 왔다”며 “자본확충도 쉽지 않고 배당성향도 높아 이익을 쌓는 것도 쉽지 않은 상황”이라며 “업황이 나아지면 실적도 개선되겠지만 과거 DCM 강자 입지에서도 서서히 밀리는 모습”이라고 말했다. 이성규 한국금융신문 기자 lsk0603@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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