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인희의 우문현답] ‘완벽한 엄마’라는 환상유유자적 엄마역할 즐기는 佛여성 한국에선 출산·양육·교육에 짓눌려 육아·자기삶 병행하는 환경 갖춰야 ‘엄마는 미친 짓이다’는 미국의 저널리스트 주디스 워너의 작품으로, 원제 ‘완벽한 광기(perfect madness)’의 한국어 번역본 제목이다. 다소 과격하게 느껴지는 제목에도 불구하고, 엄마의 적나라한 일상을 생생히 담아낸 덕분에 독자들로부터 열렬한 반향을 불러일으킨 바 있다. 책의 앞부분에는 3년간 프랑스 특파원으로 근무하는 동안, 필자가 가까이서 지켜본 프랑스 엄마와 미국 엄마에 대한 흥미로운 비교가 등장한다. 돌이켜보니 프
[논현광장] 모두가 접근할 수 있는 정보얼마 전 부산에서 강연을 하며 청중에게 서울 지하철을 타봤는지, 그 경험이 어땠는지 물어봤다. 그중 한 사람이 이렇게 말했다. “서울에 사는 친척이 지하철이 편리하다고 해서 저는 처음 탔더니 복잡하더라고요. 갈아타기가 생각보다 쉽지가 않았어요.” 서울에서 지하철을 자주 타는 사람들에게는 이해가 어려울 수도 있는 말이다. 세계에서 가장 편리하다는 서울 지하철 타는 게 어렵다고? 1년에 한국을 2~3번 오는 외국인 친구는 지하철이 편리하다며 한국에 올 때마다 지하철을 애용한다. 그런데 얼마 전 처음으로 불편한 경험을 했다. 그 전에
[진료실 풍경] 오래된 상처“내 눈을 막 찔렀어. 나가라고, 당장 나가라고 소리도 질렀어. 아들 못 낳는 며느리 필요 없다고. 아들 못 나아서 날 내쫓았겠어? 내가 싫었던 거지. 곰보라고 대놓고 흉봤어. 시어미가 날 그렇게 못살게 구는데 신랑이란 작자는 아무 말도 안 하고 멀뚱멀뚱 천장만 보고 있었어. 짐도 못 챙기고 신도 못 신고 뛰쳐나왔어. 그 길로 시외버스를 타고 한참을 가서 내린 곳이 경기도 이천이야. 내 꼬락서니가 불쌍했던지 어느 밥집에서 잠자리를 마련해 줬어. 식당 일을 도우며 가게 쪽방에서 한 달인가 보냈어. 그때는 오일장이라고 있었는데
[시론] ‘불법파견’ 경고한 아리셀 참사무려 31명의 안타까운 사상자가 발생한 경기 화성 아리셀 공장 화재참사는 불법 인력파견이 사고 피해를 키웠다는 정황이 짙어지고 있다. 여러 언론에서 보도된 내용을 종합해보면, 아리셀은 인력공급업체인 메이셀과 구두로 도급계약을 체결한 후 메이셀에서 적법하게 작업자에게 업무지시를 했다는 입장이고, 메이셀은 아리셀이 요청하는 인력만 공급했을 뿐 아리셀에서 직접 작업지시 및 교육을 했다는 것으로 파악된다. 최악의 참사를 앞에 두고 피해자들을 고용한 업체인 아리셀과 메이셀이 자신의 법적 책임을 회피하고자 서로 상대방 측이 진짜 고용주임을 떠
[논현로] 도요타의 위기 반면교사 삼아야대규모 부정 적발에 기업문화 추락 효율 우선주의가 품질소홀 초래해 반사익 기대말고 소통점검 계기로 세계 1위의 완성차기업인 도요타 자동차의 도요다 아키오(豊田章男) 회장이 지난 1월 말에 이어 반년도 되지 않아 또다시 90도로 허리를 굽혀 사과하는 일이 생겼다. 품질인증과 관련한 대규모 부정이 적발됐기 때문이다. 일본의 재계는 자동차 생태계는 물론 부활의 조짐을 보이고 있는 일본 경제에도 불똥이 튀지 않을까 우려를 감추지 못하고 있다. 도요타의 부정행위는 이번이 처음은 아니다. 2022년에는 상용차 자회사인 히노 자동차가 20년
[문화의 창] 농부의 눈엔 그저 친구였을 뿐올해 제25회 전주국제영화제에서 상영된 다큐멘터리다. “예상치 못한 손님이 평범한 이라크인 농부의 현관문을 두드린다 … 바로 (미군에 쫓기고 있는) 사담 후세인 대통령이었다.” 이런 유혹적인 로그 라인의 영화는 흔치 않다. 안 볼 수 없었다. 영화는 실망을 주지 않았고 다른 관객들의 반응도 좋았던 것으로 안다. 2003년 4월부터 12월에 체포되기까지 그를 숨겨준 이라크 농부 알라 나미크(당시 30대 초)의 이야기다. 영화는 대부분 재연으로 구성되었다. 정확히 하자면 그의 문을 두드린 건 그의 형이었다. 손님이 와있으니 같이 가자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김재홍 국민대 교수 내정김재홍(59) 국민대 교수가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에 내정됐다. 4일 윤석열 대통령은 김재홍 교수를 신임 국립중앙박물관장으로 내정했다. 김 관장은 서울대 국사학과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석ㆍ박사 학위를 받은 한국사 전문가다. 그는 1993년 국립중앙박물관 학예연구직으로 박물관 생활을 시작했다. 2012년에는 국립춘천박물관장을 지낸 바 있다. 이후 국민대 국사학과(현재 글로벌인문ㆍ지역대학 한국역사학과) 교수로 부임해 후학 양성에 힘썼다. 국민대 박물관을 새로 단장한 명원박물관의 관장을 맡기도 했다. 대통령실은 "국가유산 및
[이상미의 예술과 도시] 13. 예술가 열정 녹아든 獨 베를린 벽화예술도시 역사 기록…독특한 경관형성 관광객 끌어들여 지역경제 활성화 역사적 건물·현대적 벽화 어우러져 예술을 통해 도시에 활력불어넣고 낙후된 지역에 숨길…변화 이끌어 최근 도시를 변화시키는 요인 중에 예술의 몫이 꽤 큰 자리를 차지한다. 예술가들의 창의적 활동과 혁신적인 접근 방식이 도시의 공간, 문화, 경제, 사회적 구조에 긍정적인 영향을 미치고 있기 때문이다. 독일 베를린의 벽화 예술 사례를 보면 도시를 변화시킨 예술가들의 여러 면모를 되짚어 볼 수 있다. 그들의 거리 예술과 벽화가 도시의 역사와 문화를 반영하고, 관광객을 끌어들
[황근의 시선] 羊頭狗肉<양두구육>, 야당의 방송법 개정안겉으론 국민 대표성 강화한다지만 실제론 친야단체 내세워 방송장악 공영방송 정치예속 가속화 우려돼 공영방송 거버넌스를 개편하는 야당의 이른바 ‘방송3법’ 개정안이 본회의에서 통과되었다. 야당의 법안 추진 명분은 KBS, MBC, EBS 이사회 구성에 있어 정치권의 지분을 크게 낮추는 대신, 여러 영역의 인사들로 구성해 이른바 시민 대표성을 강화하겠다는 것이다. 개정 법안에 따르면 방송 관련 단체와 학회, 시청자위원회 등에서 추천한 21명으로 이사회를 구성하도록 되어 있다. 외형적으로는 이사 구성이 다양해진 것처럼 보일 수도 있다.
[기고] 비 오는 날 환상의 짝궁…파전에 막걸리빗방울이 추적추적 쏟아지는 날이면 사람들은 “오늘 파전에 막걸리 어때?”를 외친다. 빗소리가 마치 전 부치는 소리와 비슷해 비 오는 날이면 자연스럽게 파전을 떠올린다는 말도 있다. 파전의 고소한 향과 바삭바삭한 식감은 사람들의 입맛을 사로잡는다. 이러한 파전 옆에 빼놓을 수 없는 환상의 짝꿍이 있다. 한국 전통주의 한 종류인 막걸리다. 파전과 막걸리는 ‘치맥(치킨+맥주)’, ‘삼쏘(삼겹살+소주)’와 같이 한국 최고의 술안주 조합 중 하나다. 특히 장마철에는 더더욱 파전과 막걸리를 찾기 마련이다. 사실 치맥과 삼쏘는 건강에 그리 좋지
[논현로] 기업을 위한 정부는 없다사드·라인 사태 목소리 못내는 정부 안에선 대기업집단 규제 등 단호해 국내외 고초 겪는 韓 기업 안타까워 주한 미군의 사드(THAAD·고고도 미사일방어체계) 배치로 한국과 중국 간에 갈등이 고조되던 때 베이징을 방문한 적이 있었다. ‘한국경제를 만든 이 한마디’의 중국어판 ‘한국기업인 100人 100言’의 출판기념회에 참석하기 위해서였다. 그때 만난 한 중국 기업인은 사드 부지를 제공한 롯데가 크게 당할 거라고 관측했다. 일본에서 창업했으니 반일 선동도 되고 한국에서 커졌으니 한국에 대한 보복도 된다고 했다. 기업 하나를 두들겨
[노트북 너머] 승자 없는 T커머스 ‘땅따먹기’네모난 사각형 공간 속에 1~8 숫자가 쓰인 구역이 있다. 최종 8단, 꼭대기에 오르면 돌을 던져 내 땅을 확보한다. 어릴 적 한 번쯤 해봤을 추억의 놀이 사방치기다. 사방치기는 흔히 ‘땅따먹기’라 부르기도 한다. 한정된 공간 속에 돌을 던져 내 땅을 확보하는 이 게임이 최근 T커머스업계에서 벌어지고 있다. 중소기업·소상공인 전용 데이터홈쇼핑(T커머스) 채널 신설이 초읽기에 들어갔다.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위원회는 지난달 윤석열 대통령 주재로 열린 12차 국민통합위 전체 회의 겸 성과보고회에서 소상공인을 위한 T커머스 채널 신설을
[오정근 칼럼] 중국 직구 플랫폼이 진짜 두려운 까닭단순한 시장잠식·위해성 차원넘어 빅데이터 활용 플랫폼금융 다가와 국내 규제완화로 적극대응 절실해 온라인 구매가 국경을 넘어 가능해지면서 한국의 해외직구가 급증하고 있다. 2021년에 5조1000억 원이었던 해외직구가 2022년 5조5000억 원, 2023년 6조8000억 원으로 급증하고 있다. 해외직구가 급증하면서 경제 사회적으로 여러 가지 문제를 유발하고 있다. 우선 어린이나 가정에서 사용하는 직구품목의 위해성 문제가 대두되면서 정부는 국가인증통합마크(KC)를 받지 않은 유아차와 장난감, 온수매트 등 80개 품목의 해외직구를 제
[시론] 끝 안 보이는 Z세대 대졸 취업난아이비리그 명문 뉴욕 컬럼비아대에서 엔지니어링을 전공한 L모씨는 1년간 취업 재수한 끝에 최근 겨우 한 무역회사에 취업을 했다. 졸업 전에 인턴 자리를 찾지 못해 군 입대를 하려 했으나 여건에 맞지 않아 실패, 1년 동안 수십 군데 원서를 낸 끝에 가까스로 일자리를 찾았다. 대기업이나 첨단 기업도 아닌 이름 모를 중견기업이다. L씨는 그나마 행운아에 속한다. 유타대를 졸업하고 뉴욕대에서 수학 석사 학위까지 받은 J씨는 400여 군데 원서를 냈으나 모두 거절당했다. 첨단 기업이 선호한다는 이른바 스템(STEM: 과학·기술·엔지니어링·
[안재욱 칼럼] 김호중 사건이 드러낸 우리 사회 ‘일그러진 자화상’죄지은 정치인들 죄의식 없이 활보 “연예인은 안되나” 그릇된 인식 퍼져 법과 도덕 규칙 지켜야 사회 존속돼 우리는 동네 식품점에 가서 달걀을 살 때 깨뜨려 보지 않는다. 식품점 주인이 상한 달걀을 팔지 않으리라고 믿기 때문이다. 만약 식품점 주인이 상한 달걀을 팔거나 내가 가짜 돈을 준다면 서로의 신용을 바탕으로 한 거래는 끝난다. 우리가 정직하게 거래하는 이유다. 사회가 지속 가능하고 발전하기 위해서는 구성원 개개인이 도덕적 규칙과 법을 준수하는 것이 중요하다. 구성원들이 도덕적 규칙과 법을 잘 준수하는 사회는 평화롭고, 번영을
[논현광장] 장애인 24년 발목잡은 법해석휠체어 타는 아이가 차별받지 않고 교육받을 수 있는 평지 환경을 찾다가 서울 상일동역 근처로 이사 간 게 2011년이다. 서울에서도 보기 드물게 엘리베이터가 단 한 대도 없는 역이란 게 걸렸지만 학교 환경이 더 중요하다고 생각해서 결정했다. 그러나 아이가 크면서 지하철 엘리베이터가 없다 보니 학교 체험학습을 갈 때 친구들과 함께 이동하지 못하는 일이 많아졌다. 그나마 있는 휠체어 리프트는 위험하고 고장이 잦았다. 이에 이사 가자마자 엘리베이터를 지어 달라는 민원을 수차례 냈다. 돌아오는 답변은 이런 요지였다. “상일동역 주변
가깝고도 먼 나라들 [데스크 시각]한일중 3국 정상회의가 서울에서 4년 5개월 만에 열렸다. 협력을 강조한 3국 정상은 27일 만나 정상회의·장관급회의 정례화 등 협력 제도화 노력에 합의했다. FTA 협상 가속화 등 경제·통상 분야에서의 실질적 협력 확대 방안에도 한목소리를 냈다. 공동 선언문에 ‘자유롭고 개방적이며 공정하고 비차별적이며 투명하고 포용적이며 예측 가능한 무역·투자 환경을 조성하기 위해 공평한 글로벌 경쟁 기회를 보장하려는 노력을 지속해 나갈 것’이라고 명시했다. 자유·개방·공정·비차별·투명·포용·예측 가능·공평 등 지금 현실과 정반대되는 추상적 단
[데스크 시각] 김홍영 검사와 채수근 상병검사 김홍영. 그는 피지 못한 꽃이었다. 정의를 바로잡겠다던 새내기 검사의 꿈은 직장상사의 무자비한 폭언과 폭행에 무참히 짓밟혔다. 그가 유명을 달리한 지 지난주로 꼭 8년이 지났다. 상사의 비인격적인 ‘폭력’은 사무실뿐 아니라 회식 자리, 심지어 동료의 결혼식장에서도 이어졌다. 주변 사람들조차 “혼내는 수준이 아니라 화풀이를 했다는 느낌”이라고 진술할 정도였다. 비참한 결말에 이르게 한 장본인 김대현 전 부장검사는 사건 발생 4년여가 지난 2020년 10월 폭행 혐의로 불구속 기소돼 지난해 3월 대법원에서 징역 8개월이 확정됐다.
[조동근 칼럼] 대기업 경쟁력이 진정한 民生이다경쟁국들 반도체 지원 앞장서는데 한국은 시대착오적 재벌특혜 운운 일자리 창출하는 대기업 뛰게해야 민생은 말그대로 국민(백성)의 살림형편을 의미한다. 정부는 국민의 민생고를 덜어줘야 한다. 가장 손쉬운 방법은 국가가 쌈짓돈을 찔러주는 것이다. 하지만 목마르다고 바닷물을 마실 수는 없다. 더불어민주당은 여당이 추가경정예산 편성을 통한 전 국민 25만 원 지급에 반대하자 ‘처분적 법률 방식’으로 이를 돌파하겠다고 압박하고 있다. 처분적 법률은 법문 자체에 구체적인 행정처분을 명시해 집행력을 갖도록 하는 법안이다. 이는 삼권분립에 위배된
[과학세상] ‘수학 없는 물리’의 득과 실이제 학기가 거의 끝나간다. 남을 가르치는 일은 참 오래해도 쉬워지지 않는다. 주제는 물론 세부 내용까지 어는 정도 손바닥 안에 쥐고 있다 자신하는 경우에도 예외는 아니다. 지난 시간에는 열이 전달되는 방식에 대해 한참을 설명했는데, 문득 ‘공기는 열의 전달만 막는 게 아니구나’라는 생각이 들었다. 열은 전도, 대류 그리고 복사 세 방식으로 전달되는데, 앞의 공기 얘기와 관련이 있는 건 전도다. 열을 책에 비유해 설명하면 전도는 앞사람이 뒷사람에게 직접 책을 전해주는 방식이다. 그런데 이 과정이 원활하게 잘 이뤄지지 않는 경우가 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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