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헌동 SH공사 사장,집값 거품빼기·서민 주거안정에 진심[한국금융신문 장호성 기자] “천만 서울시민을 위한 주거복지 전문기관으로서 사명을 다할 수 있도록 공사의 역할을 재정립하겠다.” 김헌동 서울주택도시공사(SH) 사장이 지난 2021년 취임 일성으로 전한 포부다. 취임 이후 어느덧 마지막 해를 보내고 있는 김헌동 사장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 본부장을 지내던 시절에도 추구하던 공약을 SH공사에서 모두 이행하며 서민주거복지에 진심을 보였다. 임기 전부터 ‘아파트값 거품이 심하다’며 원가 공개의 필요성을 역설했던 그는 취임 이후 분양원가 공개 확대를 비롯한 혁신을 이행하는 등 가시적인 성과를 냈다. 여기에 행복주택·장기전세주택 등 서울시의 주거복지정책에도 적극적으로 보조를 맞추는 등 다방면에서 활약하며 임기 말년을 보내고 있다. ◇ 기존 관행 깬 공공주택 분양원가 공개, 서울 주택가격 거품 제거 앞장 김헌동 사장 체제 SH공사가 단행한 가장 상징적인 움직임은 공공주택의 분양원가 공개다. 김헌동 사장은 후보 시절부터 아파트값 거품을 빼기 위해서는 분양원가 공개가 필수적이라고 공언해왔다. 주택법(제57조)에 근거한 현행 분양가 공시제도는 준공 시점의 실제 투입금액에 기반한 분양원가를 공개하는 것이 아닌 입주자모집공고 시점의 분양가격 내역을 공개하는 것으로, SH공사, LH 등 공공주택사업자가 공급하는 주택조차 분양원가를 알 수 없다. 분양원가를 투명하게 공개하면 수분양자가 사업자별, 아파트별 분양 수익률이나 분양가격의 적정성 등을 합리적으로 비교 및 판단할 수 있으나, 현재 수분양자들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는 정확한 정보를 획득할 수 있는 경로는 없다. 때문에 보다 투명한 분양시장을 조성하기 위해 공공주택사업자가 앞장설 필요가 있다. SH공사는 2007년부터 당시 오세훈 서울시장 지시로 분양원가 공개를 시작해, 김 사장 취임 후인 2021년 12월부터는 실제투입비용을 기준으로 한 분양원가(준공원가)와 수익률을 전면 공개하고 있다. 이 같은 정보를 공개하는 공공주택사업자는 SH공사가 유일하다. 올해 SH공사는 LH가 비슷한 위치 혹은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공공주택단지 간 수익률을 비교한 결과, LH와 SH공사 간 수익률이 많으면 24%p 가량의 차이가 났다고 밝혔다. SH공사는 먼저 위치가 비슷한 ▲세곡지구 2-3·4단지(SH)와 수서역세권 A3블록(LH)을 ▲내곡지구(SH)와 성남고등지구(LH)를 각각 비교했다. LH가 분양한 수서역세권 A3블록의 분양 수익률은 34.8%, SH공사가 분양한 세곡지구 2-3단지는 20.7%로, LH의 수익률이 14%p 가량 높게 나타났다. 1㎡당 분양수익도 수서역세권 A3블록이 228만 원, 세곡 2-3단지가 85만 원으로 LH가 143만 원 가량 높았다. LH 성남고등 S3블록의 분양 수익률은 26%로 나타났다. SH 내곡지구는 1단지가 31%, 7단지가 2%로 단지 간 수익률 격차가 크게 나타났다. 비슷한 시기에 분양한 사례로는 2020년 하반기 분양한 고덕강일 8단지(SH)와 과천지식정보타운 S3,S7(LH)의 수익률을 비교했다. 이처럼 비슷한 위치나 시기에 분양한 아파트라고 하더라도 단지별로 수익률 차이는 컸다. 이와 관련 SH공사는 수분양자들이 분양사업자의 분양수익이나 원가대비 분양가 비율 등을 비교해 합리적으로 판단할 수 있도록 공공주택사업자가 솔선해 분양원가를 공개해야 하며, 관련 제도를 의무화할 필요가 있다고 판단했다. 이에 김헌동 사장은 “공공주택사업자만이라도 분양원가와 수익률을 공개해 수분양자들이 적정 가격을 판단할 수 있는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며 “공공주택사업자가 분양원가를 의무적으로 공개하도록 정책 혁신은 물론 투명경영에 앞장설 것”이라고 밝혔다. ◇ 행복주택·장기전세주택 등 서울시 주거복지정책 보조…반지하 문제 해결까지 SH공사는 설립 취지에 걸맞게 서울시가 진행하는 주거복지 정책에 있어서도 핵심적인 역할을 하고 있다. 대표적인 것이 행복주택이다. 행복주택은 청년과 신혼부부, 고령자 등을 대상으로 주변시세의 60~80% 금액으로 공급하는 공공임대주택으로, 대학생‧청년의 경우 6년, 자녀가 있는 신혼부부의 경우 10년, 고령자의 경우 20년까지 거주할 수 있다. 올해 6월에도 공사는 고덕강일 2블록 행복주택 포함 신규단지 795세대와 기존 입주자 퇴거, 계약 취소 등으로 발생한 잔여 공가 331세대, 예비입주자 900세대 대상 공급에 나섰다. 면적별 평균 보증금 및 임대료는 ▲전용 29㎡ 이하 보증금 5,682만 원에 임대료 23만 원 ▲전용 39㎡ 이하 보증금 1억360만 원에 임대료 40만 원 ▲전용 49㎡ 이하 보증금 1억4440만 원에 임대료 55만 원 ▲전용 59㎡ 이하 보증금 1억7,200만 원에 임대료 67만 원이다. 오세훈 서울시장의 대표적인 주거복지 정책 중 하나인 장기전세주택 ‘시프트(SHift)’ 역시 김헌동 사장 체제에서 활발하게 이어지고 있다. 시프트는 대표 브랜드로 이사 걱정 없이 최장 20년까지 살 수 있는 시민 만족도가 높은 주거 지원 사업이다. 올해 역시 SH공사는 올림픽파크 포레온 신규 공급을 포함한 총 853세대의 입주자 및 예비입주자를 모집한 바 있다. 그 결과 ‘장기전세주택2(SHift2)’는 평균 5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하며 성황리에 청약 접수를 마쳤다. SH공사는 장기전세주택2 올림픽파크포레온 300호 입주자 모집에 1만7,929명이 신청해 평균 59.8대 1의 경쟁률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유형별로 살펴보면 49㎡(무자녀) 우선공급이 45세대 모집에 9591명이 몰리며 최고(213.1대 1) 경쟁률을 기록했다. 또한 ▲49㎡(무자녀) 일반공급은 105세대 모집에 2325명(22.1대 1) ▲ 59㎡(유자녀) 우선공급은 45세대 모집에 5479명(121.8대 1) ▲59㎡(유자녀) 일반공급은 105세대 모집에 534명(5.1대 1)이 신청했다. 무엇보다 SH공사는 지난 2022년 이후 화두로 떠오른 서울 내 반지하 가구의 주거상향에도 힘을 쏟았다. 7월 초 기준 SH공사 소유 반지하 가구에 대한 주거상향(지상층 이주)이 91.6% 수준이며, 정부의 반지하 소멸정책에 참여하고 있다. 보유 중인 반지하 713호중 425호를 비주거 조치했고, 잔여 288호에 대해 맞춤형 주거상향으로 2021년부터 현재까지 총 228호가 지상이주를 완료했다. 공사 소유 전체 반지하 가구의 비거주율은 91.6%(멸실 653호/보유량 713호)에 달한다. 현재 지상이주 진행 중인 26호를 제외한 34호에 대해 지상이주를 지속적으로 독려하고, 방범창 및 차수판 설치 등 여름철 우기 침수예방에 노력 중이다. 2023년 한 해 동안 110호를 주거상향하여 직전 2개년 실적인 104호를 상회하는 반지하 지상이주를 추진했다. SH공사는 반지하 가구 침수 예방을 위해 거주 중인 반지하 가구의 시설상태조사를 통해 개폐형 방범창과 차수판을 설치했으며, 최근 매입한 반지하 거주가구에 대해서도 시설상태조사를 실시하고 침수우려가 있는 가구에 재해예방시설을 설치 중에 있다. 이와 관련 재해예방시설 설치와 함께 해당 매입 반지하 입주민의 지상층 주거이동을 추진하고 있다. 나아가 SH공사는 재해예방을 위해, 재해예방시설 설치 가구를 대상으로 지역별 주거안심종합센터를 통해 장마가 시작되기 전 시설 정상작동 여부를 이미 점검 완료했다. 또한 입주민에게 침수시 대피요령과 대피소 안내 알림장을 제작하여 6월말 배포하고, 재해취약가구에 대해 자치구 협조를 얻어 침수피해방지 동행파트너를 구성, 신고접수 시 즉시 출동하여 입주민이 대피할 수 있는 대응체계를 마련했다. 김헌동 사장은 “정부와 서울시의 ‘반지하 점진적 소멸’ 방침에 따라 반지하주택을 지속 매입하는 한편, 반지하 가구의 안전 확보를 위해 더욱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 저출산·초고령화 등 인구위기 해결 카드로 ‘골드시티’ 착수…지방소멸까지 막는다 김헌동 사장의 노력은 서울시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국가적인 위기를 초래하고 있는 유례없는 저출산 및 초고령화와 지방소멸을 막기 위한 ‘골드시티’ 역시 SH공사가 시도하고 있는 정책 중 하나다. ‘골드시티’는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청년이나 유학생, 은퇴자 등 서울시민에게 자연과 도시 인프라를 갖춘 지방 도시 내 주택을 제공하고 이들이 보유한 주택은 청년 또는 신혼부부에게 재공급하는 서울-지방 상생형 순환도시조성사업이다. 현재 우리나라는 세계에서도 유례를 찾아보기 힘든 저출산과 최단기 초고령사회 진입, 인구의 도시집중 등으로 지방 소멸 우려가 확산되고 있다. 또 은퇴자마을 법안이 발의되는 등 은퇴자주거복합단지가 큰 주목을 받고 있는 가운데, ‘골드시티’를 통해 문제를 해소하고 국가균형발전을 이루기 위한 계기를 마련해보자는 구상이다. ‘골드시티’는 지난 2022년 7월 싱가포르에서 오세훈 서울시장이 은평혁신파크에 골드빌리지 검토를 지시한 후 2023년 11월 8일 오세훈 시장, 김진태 강원도지사, 삼척시, 강원개발공사, SH공사 간 협약을 시작으로 강원도 삼척에서 시범사업을 추진 중이다. 최근에는 충남 보령시에서도 두 번째 골드시티 사업이 추진되고 있다. SH공사는 인생2막을 여유롭게 보내고 싶은 은퇴자 및 지방 거주를 희망하는 청장년층을 위해 청정 자연환경과 병원, 대학, 문화·여가 등 의료, 교육 및 문화 접근성이 좋은 지역에 ‘골드시티’를 조성할 계획이다. 이주자가 건강, 취미와 여가생활, 평생교육 등을 누리면서 사회·경제활동이 가능하도록 서울과 유사한 인프라를 갖춘 도시를 구상하고 있다. 베이비부머의 퇴직과 고령층 진입에 따른 맞춤형 공공 주거 대책으로 지방에 일자리, 주거, 교육, 요양, 여가활동이 가능한 도시를 조성해 서울보다 저렴한 주거비로 여유롭게 생활하고자 하는 은퇴자와 지방 이주를 희망하는 청·장년층 등의 이주·정착을 지원한다. 지방에 부족한 고품질 주택 및 도시 인프라를 조성해 기존 지역주민의 삶의 질을 높이고 일자리 조성, 여가·문화·레저시설 확충 등을 통해 인구유입과 지역 활성화 효과를 견인한다는 구상이다. 지방을 대상으로 한 집중 투자로 지방소멸 대응 및 국토 균형발전에도 기여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이주자가 보유한 서울의 기존 주택은 이주자의 선호에 따라 유동화 또는 임대를 통해 노후자금 마련에 활용할 수 있도록 지원방안을 모색 중이며, 이주 후의 기존 주택은 공공에서 매입 또는 임차해 직장인, 신혼부부 등에 재공급하는 공적 활용방안도 검토 중이다. 김헌동 SH공사 사장은 “국토의 균형발전과 효율적인 활용을 위해 서울-지방 동반성장의 필요성이 커지고 있다”며 “인생의 황금기를 맞아 여유있고 풍요로운 삶을 누리고 싶은 서울시민과 지역주민은 물론, 청·장년층이 함께할 수 있도록 지자체 등과 협력해 도시 인프라와 일자리 환경 등을 고루 갖춘 제2, 제3의 서울 같은 도시를 조성해 나갈 것”이라고 밝혔다. 장호성 한국금융신문 기자 hs6776@fntime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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