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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탈주', 역경을 헤치고 내일을 향해 [무비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삶을 향한 '탈주'가 시작된다. 이념과 체제가 아닌, 오로지 '내일'을 위함이다. 3일 개봉하는 영화 '탈주'(연출 이종필·제작 더램프)는 내일을 위한 탈주를 시작한 북한병사 규남(이제훈)과 오늘을 지키기 위해 규남을 쫓는 보위부 장교 현상(구교환)의 목숨 건 추격전을 그린다. 영화는 더 나은 내일을 위해 탈주를 준비하는 규남의 모습으로 시작된다. 모두가 잠든 밤, 홀로 최전방을 향해 달려 한 땀 한 땀 지뢰를 표시하며 탈주 루트를 찾아낸 규남에겐 딱 한걸음만이 남아있다. 그러나 이를 눈치챈 규남의 부대원 동혁(홍사빈)이 먼저 탈북을 시도하지만 이내 붙잡히고 만다. 규남은 동혁이 소지하고 있던 지도로 덜미가 잡히며 함께 탈영병으로 사형될 위기에 처한다. 위기의 순간, 규남과 어린 시절을 함께 보냈던 현상이 탈영병 사건 조사를 위해 규남의 부대를 찾는다. 현상은 사건을 조작해 규남을 탈영병이 아닌, 부대원의 탈주를 막는 인민 영웅으로 둔갑시킨다. 덕분에 규남에겐 더 나은 자리가 주어졌지만, 그는 오로지 자신의 내일을 위해 탈주를 감행한다. 그리고 현상은 그런 그의 뒤를 바짝 추격한다. <@1> '탈주'는 단순하다. 규남이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달려가는 과정은 큰 개연성 없이도 관객들을 설득시킬 수 있다. 인물이 북한에 있다고 할지라도, 관객들 모두가 '더 나은 내일'을 위해 발버둥 쳐 본 경험이 있기 때문이다. 어찌할 수 없는 운명일지라도, '그래도 한 번쯤은' 내지르고 싶다는 규남의 절실함은 관객들의 마음에 와 박힌다. 그런 규남의 앞을 막아서는 현상 역시 지금의 자리에 오기 위해 소중한 것을 포기한 인물이다. 다만 그가 규남처럼 탈주하지 않은 것은, 포기하지 않음으로써 닥쳐올 미래에 대한 두려움이 더 컸기 때문이다. 규남을 쫓는 현상의 모습은 애착을 넘어 집착에 가까워지지만, 어쩌면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을 향한 마지막 발버둥처럼 보인다. 다른 위치, 다른 신념의 두 캐릭터는 처음부터 끝까지 부딪힌다. 관객들은 규남의 탈주를 응원하다가도, 현상이 포기한 것들에 대해 공감하게 된다. 어느 순간 규남이 됐다가도, 어느 순간 현상이 되는 것이 '탈주'만이 가진 매력이다. 이제훈은 까맣게 마른 얼굴로 치열하게 달려가는 규남의 얼굴을 그려냈다. '탈주' 속 이제훈의 얼굴을 단어로 표현하자면 '간절함'이다. 스코프를 통해 보이는 형형한 눈빛은 배우 이제훈이 아닌 규남 그 자체다. 구교환은 양면의 얼굴을 모두 담아냈다. 규남을 쫓는 살벌한 현상의 얼굴부터, 자신이 놓고 온 것들에 대한 그리움까지 모두 한 얼굴로 담아냈다. 유쾌하면서도, 살벌한 자신만의 매력도 가감 없이 드러낸다. '탈주'는 북한을 배경으로 펼쳐지지만, 이 시대를 살아가고 있는 이들이라면 모두 공감할 수밖에 없는 메시지를 담고 있다. 놓치고 온 꿈, 놓치고 싶지 않은 꿈, 지금 이 순간에도 치열하게 고민하는 이들에게 추천한다. 러닝 타임 94분. 12세 이상 관람가. ◆ 기자 한줄평 : 그럼에도 불구하고, 우리는 모두 자신만의 '탈주'를 꿈꾸니까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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