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들의 쇼핑몰' 서현우가 찾은 균형 [인터뷰][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감성적이면서도 이성적으로, 적당히 위트있으면서도 진지한 태도로. 연기에 있어서도, 인생에 있어서도 모자르지도 과하지 않은 최적의 '균형'을 계속해 의식하고 훈련 중인 배우 서현우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디즈니+ '킬러들의 쇼핑몰'은 삼촌 '진만'(이동욱)이 남긴 위험한 유산으로 인해 수상한 킬러들의 표적이 된 조카 '지안'(김혜준)의 생존기를 다룬 스타일리시 뉴웨이브 액션. 서현우는 극 중 지안을 노리는 스나이퍼 '이성조' 역으로 분했다. '킬러들의 쇼핑몰'에서 뜻하지 않게 유행어(?)가 생긴 서현우는 "성불하라는 말을 어느새 습관적으로 하게 되더라"며 웃었다. 이어 "(이성조가) 제 자신에게 하는 말 같기도 했다. 남에게 그 말을 던지면서도 성조는 스스로 본인은 돌아올 수 없다는 강을 건넜다고 생각하는 거 같다. 자긴 '어차피 지옥 간다'라는 말이 이상하게 무섭더라. 내려놓은 느낌? 고독하게도 느껴졌다"고 말했다. '고독'은 스나이퍼인 이성조에게 필연적인 부분이었다. "그래서 초반엔 굉장히 외로웠다. '지안'의 집을 공격할 때도 (스나이퍼라 혼자 멀리서 쏘다보니) 상상으로 하는 장면이 많았다. 총을 쏜 뒤 지안 쪽의 데미지를 상상해서 두 번째 발을 쏘는 식이었다"라고 털어놓았다. 눈동자 하나하나로 표현하는 지점이 어려웠다고 했지만, 한없이 가볍다가도 총구를 바로 잡는 순간 공기마저 달라지는 듯한 그의 표정과 눈빛은 시청자까지 압도했다. 서현우는 "총구의 방향이 1cm만 달라져도 목표물과 100m가 멀어져 버린다. 그렇다고 해서 너무 눈의 시선처리가 정체되면 밋밋하게 느껴질 수 있지 않나"면서 시선처리 하나에도 굉장히 공을 들였음을 밝혔다. <@1> 장발에 롱코트 등 이성조의 스타일링은 임팩트있는 인상을 남겼다. 장발은 원래 대본상에도 있는 설정이었지만 시도하기까지 고민도 많았다. 서현우는 "장발로 캐릭터를 구축해 본 적이 없어서 처음엔 장발한 제 모습이 그려지질 않더라. 그래도 분장팀과 감독님에 대한 믿음으로 여러 가지 시도를 해봤다. 이렇게도 붙여보고 반가발을 써보기도 하면서 이미지 콘셉트에 대한 준비를 했다"면서 "막상 장발을 하니 주변 스태프들이 '좋다' '잘 어울린다' 해줘서 그때부턴 제 자신에게 익숙해지려 했다"고 설명했다. '금니'도 이성조 캐릭터를 보여주는 인상적인 포인트였다. 입 안쪽 정말 작은 포인트였지만, 이것 역시 연기자인 그에겐 고민지점이었다. 그는 "다른 작품에서 금니 캐릭터가 있어서 기시감을 느꼈다. '이 설정 괜찮을까?' 의구심이 있었는데 제작하러 가서 마지막까지 고민하다 아랫니에 금니를 씌우는 걸로 바꾸었다. 그게 좀 더 야만적인 느낌이 들 거 같더라"고 비화를 밝혔다. 다만 원래 치아 위에 씌우면서 윗니 아랫니 사이 틈이 생겨 발음이 제대로 되지 않는 문제가 생겼다. 서현우는 "발음이냐 이미지적 비주얼이냐 감독님과 고민했다"고 했지만 이상하게 발음이 세는 듯하면서 묘한 질감을 살리기 위해 착용하게 됐다고. 스나이퍼 성조의 무기인 총에도 스티커 등을 붙여 성조의 캐릭터를 보여주고자 시도하기도 했지만, 서현우는 "총기전문가들이 '총에 빛이 반사되거나 멀리서 보일 수 있는 특징적인 것을 하지 않는 게 프로다'라고 하셔서 바로 아무것도 안 하고 프로스럽게 보이려 했다"고 밝혔다. 전라도 사투리를 사용하는 캐릭터였는데, 서현우는 "제 베이스가 경상도라 감독님도 벅차면 경상도 사투리를 써도 된다고 하셨다. 또 용병과 소통적인 문제어 표준어도 고민했다"고 말했다. 그러나 모험하고 도전하는 걸 좋아하는 그는 일부러 전라도 사투리를 연습했다. 젊은 나잇대의 전라도 사투리 선생님을 모셨다는 그는 "요즘엔 지역말도 많이 순화되지 않았나. 사투리 표현을 쓰되 억양 자체를 순화해서 섞인 듯 구사했다. 또한 어린 지안을 만났을 때는 친근하게 아이를 다루 듯, 부드러운 척하는 묘한 말씨를 쓰는 등 상대배우에 맞춰서도 연구했다. 엄포를 놓거나 협박할 때는 좀 더 걸쭉하게 하려고 노력했다"고 설명했다. 연기에 있어 정말 작은 디테일 하나하나도 놓치지 않는 서현우의 노력이 엿보인 준비 과정이었다. '이성조'는 유머러스한 듯하면서도 잔인한 이중적 면모를 지닌 캐릭터였다. 그런 캐릭터를 연기하며 서현우가 가장 신경 쓴 것은 밸런스였다. 그는 "감독님이 '왔다갔다'를 잘해야 한다고 하시더라. 무지막지하게 살육할 때도 있는 반면, 유머러스한 듯 위트있는 캐릭터인데 한쪽이 과해지면 반대편으로 돌아가지 못하기 때문에 너무 멀어지지 않도록 간극의 밸런스를 맞추는 것에 신경썼다"고 밝혔다. <@2> 굉장히 어려운 작업이었지만 서현우는 오히려 즐겼다. "개인적으로 공존하는 걸 좋아해요. 선과 악, 지지함과 위트 등 지금까지 맡게 되는 역할에 그런 모습이 스며잇는 거 같은데.(웃음) 난도가 있는 게 사실이에요. 정도를 지나치면 돌아오지 못하는 캐릭터가 돼 간극조절이 어렵지만 배우로선 재미있는 작업이죠." 캐릭터를 구상하는 모든 포인트 하나하나를 치밀하게 연구했듯, 서현우는 '슛' 들어가는 순간부터 자기객관화를 위해 노력하는 편이었다. 그는 "너무 감정적으로 충만해지면 보시는 분이 느낄 게 없다는 생각이다. 저는 정확한 연기를 보여주고, 보는 분들은 저와 연기를 통해 많은 걸 느끼고 가져갔으면 하는 지론을 갖고 있다"고 말했다. 촬영 전까지는 캐릭터에게 감정적으로 다가가더라도 녹화가 시작되면 이성적인 연기를 한다는 건 오랜 훈련을 통해 가능한 것이었다. 서현우는 "작품이 끝나고 빠져나오기 위한 시간을 따로 갖지 않는다. '컷' 하는 순간 캐릭터에서 빠져 나온다. 개인적으로 '몰입'이란 단어를 선택하지 않고 '집중'이란 단어를 쓴다. 몰입은 너무 큰 영역이다. 과몰입을 하면 사고가 날 수 있다. 실제로 분노 연기를 하다 격해져 사고가 벌어질 수 있다. 액션이나 감적이 격할수록 더욱 객관화하려 한다"고 했다. "연극을 할 때는 과몰입하는 스타일이었어요. 제 목소리로 더이상 올라갈 옥타브가 없을 정도로 샤우팅을 하기도 했어요. 저는 그게 폭발적인 감정을 보여준다 생각했는데 피드백을 받아보면 '너의 감정과 세계는 이해하지만 보는 사람은 불편하게 느낄 수 있다'고 하더군요. 거기서 저에게 과제가 생겼어요. 어떻게 하면 연출가의 세계관 속에서 절묘하게 표현할 수 있을까. 여태껏 생각하며 산 거 같아요. 그리고 그 고민이 지금의 연기로 나오게 된 거 같아요." 서현우의 연기 인생은 어느 단계에 있을까. "제가 어느 단계인지는 정확히 모르겠지만, 연기인생 그래프를 그린다면 아주 조금씩 상향 그래프를 그리고 있지 않을까 생각한다"고 말한 서현우는 급상승하지도 급하강하지도 않는, 천천히 위를 향한 평정심을 강조했다. "계속 나아가는 게 제 장점이라고 할까, 작품이 공개될 때면 느닷이 없이 찾아오는 과한 설렘과 기대가 작용해요. 그걸 컨트롤하려 하는 편이에요. 멀리 보려요. 철없던 시절엔 연기하다 갑자기 심정지해 툭 쓰러지고 싶다 얘기할 때도 있었어요. 그 정도로 죽는 순간까지 연기를 하고 싶어요. 그렇기 때문에 나중엔 촘촘하게 잘 쌓은 탑처럼 쌓여있으면 좋겠다란 생각에 감정적으로 동요되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스포츠투데이 송오정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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