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애나엑스’ 최연우 “어느 순간부터 변질된 SNS, 내가 아닌 허울처럼 느껴졌어요”[SWTV 스포츠W 임가을 기자] ‘애나엑스’는 자신을 프랑스의 부유한 상속녀로 소개하며 상류층 사회에 발을 들인 ‘애나’가 기술 스타트업의 창업자인 ‘아리엘’을 만나며 벌어지는 일을 그린 연극. 2021년 웨스트엔드에서 초연되었고 올해 1월 한국 공연 초연을 올렸다. SWTV는 최근 서울 종로구 소재의 한 카페에서 연극 ‘애나엑스’의 ‘애나’ 역으로 활약 중인 최연우와 작품에 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 본 인터뷰는 작품에 대한 스포일러가 포함되어 있습니다. 최연우는 2007년 데뷔해 ‘여신님이 보고 계셔’, ‘사의찬미’, ‘이토록 보통의’ 등 주로 뮤지컬계에서 활약하는 배우로 연극 무대는 2016년 ‘안녕, 여름’ 이후 9년 만이다. 그가 오랜만에 연극 무대를 선택한 건 다름 아닌 갈증 때문이었다. “싸우듯이 치열하게 작품을 만들어 가는 모습이 줄어들었다”면서 스스로를 돌아본 최연우는 이번 작품을 선택하게 된 가장 큰 이유를 밝혔다. “예전에는 무대를 잘 해내고 싶다는 마음이 너무 커서 공연이 잘 안 만들어졌을 때 오는 상실감이 저를 고통스럽게 만들었었는데 한 2년 전부터는 모든 게 편해지더라고요. 그냥 무대 위에서 행복하고 싶은 게 전부가 된 것 같았어요. 이 변화에 대해 좋고 나쁜 걸 따질 수는 없지만 제 안에서는 갈증이 생기는 것 같았죠. 그래서 저를 다시 불타오르게 할 수 있는 게 뭐가 있을까 싶었고 올해부터는 그동안 안 해보던 걸 하면서 새로운 사람들과 환경에 둘러싸여 있으면 또 다른 걸 느낄 수 있지 않을까 어렴풋이 생각했던 것 같아요.” 그가 출연하는 연극 ‘애나엑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로도 잘 알려진 애나 소로킨의 실화를 소재로 한다. 애나 소로킨은 2013년부터 2017년까지 상류층과 패션·예술·IT 업계 유명 인사와 친분을 쌓으려 자신을 엄청난 자산을 지닌 독일 상속녀라고 사칭했다. 인스타그램에 호화로운 생활을 전시하며 SNS를 적극적으로 활용한 그는 인플루언서로 등극해 돈을 빌려 생활했고, 재단을 창립하기 위해 조작된 자산 증명서를 가지고 대출을 시도하는 등 다양한 사기 행각을 벌였다.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이러한 실존 인물을 모티브로 삼은 연극의 주인공 ‘애나’를 연기한 최연우는 “애나와 닮은 점이 하나도 없다”고 말하며 그중에서도 SNS는 ‘눈팅’ 수준으로 활용한다고 밝혔다. “처음에 SNS라는 게 생겼을 때는 정말 잘 활용해 보려고 했던 것 같아요. 근데 어느 순간부터 변질된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니까 SNS가 나를 포장하는 것 같고, 진짜 내가 아닌 허울과 같이 느껴졌어요. 저랑 달리 애나는 그런 성질을 명확하게 이용했다고 생각해요.” 그러면서 그는 작품이 비추고 있는 핵심 문제이기도 한 SNS상의 과도한 자기 포장에 대해 언급하기도 했다. “인스타그램은 좋은 사진만 올리게 되잖아요. 저희 작품에 나오는 ‘진실이란 뭘까, 그런 게 존재하긴 할까’라는 대사가 정말 인스타그램에 딱 들어맞는 말이라고 생각해요. 그래서 어느 순간부터 인스타그램은 제가 출연하는 공연 정보나 여행을 다녀온 걸 기록하는 용도로만 쓰게 되지 내가 어떤 삶을 살고 있는지 꼬박꼬박 올리지는 않게 되더라고요.” 흥미로운 실화를 소재로 하고 있지만, 최연우는 대본이 재미있는 한편 이 연극이 무대에 구현이 됐을 때 잘 받아들여질지 걱정이 앞섰다고 말했다. 그 이유는 드라마와는 완전히 다른 ‘애나엑스’의 목적성에 있었다. “이 공연과 넷플릭스 드라마는 전혀 다른 전개 방식을 하고 있어요. 드라마는 애나가 사기를 치러가는 과정과 그가 만나는 사람들을 보여주는데 공연에서는 마치 다른 사람처럼 보이는 애나와 아리엘이 둘 다 어떻게 자신을 만들어 가느냐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거든요.”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따라서 그는 이러한 작품의 결과 같게 캐릭터를 구축해 갔다. 관객들이 타자화할 수 있는 비정상적인 악인이 아닌, 나 자신에 대입해 볼 수 있는 인간적인 인물로 설정한 것. “어떤 관객분들은 애나가 악인이어야만 한다고 생각하실 수도 있겠지만, 저는 그게 애나를 더 정당화시키는 것 같다고 생각했어요. 그저 애나가 이 사회가 부추긴 선택과 삐뚤어진 재능, 욕망으로 이루어진 결과물로 보였으면 좋겠다고 생각했죠. 모든 사람이 갖고 있는 욕망이 극단적으로 표현된 인물 같아서 리플리 증후군, 소시오패스같이 정신적인 결함을 주고 싶지 않았어요. 관객분들이 보면서 ‘나도 한 번쯤은 같은 생각을 해봤지만, 저런 선택을 하지는 않지’ 같은 생각을 하게 만들어야 하지 않나 싶었어요.” 남의 돈을 강탈했다기보다는 사람의 허영심을 이용해 돈을 얻어낸 쪽에 더 가까운 애나의 비현실적인 사기 수법도 다양한 생각이 일게 만드는 지점이기도 하다. 윤리적으로는 당연히 어긋나지만, 작품 속 대사처럼 ‘죽을죄는 아닌’ 애나의 행각에 대해 최연우 역시 “‘미친 거 아니야?’라는 소리가 절로 나오지만, 그 과정을 모두 들어보면 욕이 안 나오더라”라고 말하며 단순한 사기극이 아닌 작품이 전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엮어 말했다. “애나가 상상 그 이상의 짓을 해서 그렇지 저 포함해 모든 사람은 정도를 넘지 않는 선에서 비슷한 행동을 하고 있다고 생각해요. 아리엘도 당당할 수 없어요. 아리엘은 제네시스라는 껍데기밖에 없는 앱을 만들어서 투자를 받았고, 애나는 자신이라는 허상을 만들어서 사람들에게 투자를 받았죠. 만약 재단이 성공했다면 애나는 진짜 사업가가 됐을 거고 제네시스가 망가지지 않았다면 아리엘도 성공한 사업가가 됐을 거예요. 그걸 보면 둘 다 별다를 것 없이 허상을 좇는 사람이었지만, 방법이 달랐을 뿐이라는 걸 알 수 있죠. 그래서 관객분들이 공연을 보고 애나를 이상한 여자라고 생각하면서도 아리엘에 대해 ‘저 사람도 떳떳한가?’라는 의문을 품게 된다면 이 작품은 드라마와는 또 다른 메시지를 줄 수 있다고 생각해요.” ▲ 사진=글림아티스트, 글림컴퍼니 특히 그는 애나와 함께 등장하는 캐릭터인 아리엘도 그저 사기를 당한 피해자로만 보이지 않게끔 경계하면서 작품을 만들어 나갔다고 강조하기도 했다. “애나와 아리엘의 결말이 결국 서로가 원한 욕망 때문에 이루어진 결과여야 된다고 생각했어요. 저 포함 다른 배우들도 아리엘이 단순 피해자로 보이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했고 연습하면서 관련한 대화를 많이 했던 것 같아요.” 아리엘은 ‘애나엑스’의 오리지널 캐릭터로 애나의 매력과 자신감에 매료되지만, 점차 진실을 알아가며 혼란을 겪는 인물이다. “아리엘이 애나를 어떻게 바라보느냐에 따라 애나가 완성된다”고 말한 최연우는 보통의 2인극보다도 더 유기적인 두 인물의 관계에 대해 말했다. “연극이라서 더 그런 것 같아요. 이 공연이 전개되는 방식이 어떤 일들이 있었는지 일련의 과정들을 나열해서 설명해 주면서 보여주다 관계가 형성되거나 짙어지고, 깨지는 순간들만 장면으로 구현해 내고 있거든요. 그래서 그때 보이는 둘의 관계성에 더 많이 집중했던 것 같아요.” 이처럼 아리엘이 애나에게 끼치는 영향이 크지만, 그와 별개로 처음에는 둘의 이야기가 사랑 이야기가 아니라 생각했다고. 최연우는 그럼에도 현재의 방향성이 나오게 된 이유를 풀어놓기도 했다. “연습하면서도 사랑을 배제하고 해봤는데 그랬더니 그냥 사기극이 되어버리더라고요. 아리엘이 사기극 속 피해자일 뿐이라면 아리엘이라는 캐릭터로 등장할 필요가 없어요. 그저 애나한테 사기를 당한 무수히 많은 사람 중 하나이면 되죠. 이 관계성이 애나에게 특별해야 아리엘이 존재할 수 있는 이유가 생기는 거예요. 또 아리엘은 끝까지 ‘그게 사랑 아니야?’라고 말하고 있잖아요. 그래서 왜 계속 아리엘이 사랑을 말하는지 마지막 장면을 다양한 감정으로 시도해 가며 연습 막바지까지 생각해 보는 과정을 거쳤어요. 대본을 보면 애나가 아리엘 때문에 큰일 났다고 생각하면서도 잘 만났다고 생각하는데, 아리엘이 그 당시만큼은 애나를 정말 사랑했고 진심으로 바라봐야 애나가 실패하고 흔들리는 과정에 타당성이 생긴다는 결론이 나오게 된 것 같아요.” 인터뷰②에서 계속, 누르면 이동합니다.
이상엽, 첫 연극 '애나엑스' 연습실 비하인드 "운명처럼 만났다"[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애나엑스'로 연극 무대에 오르는 배우 이상엽에 대한 기대가 높아지고 있다. 오는 28일 한국 초연 개막하는 '애나엑스'는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애나 만들기'를 통해 국내에도 잘 알려진 실존 인물 애나 소로킨의 충격적인 실화를 바탕으로 현대 사회의 정체성에 대해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다. 브라운관과 스크린, 예능까지 다양한 행보는 물론 믿고 보는 연기력으로 새로운 인생 캐릭터 탄생을 예감케 하는 이상엽은 '애나엑스'에서 '아리엘' 역을 맡아 열연을 펼친다. <@1> 특히, '애나엑스' 초연을 앞두고 막바지 연습이 한창인 가운데, 연습임에도 불구하고 마치 본공연을 보는 듯한 이상엽의 연습실 현장 비하인드가 이목을 끈다. 공개된 사진 속 이상엽은 애나의 매력에 푹 빠진 인물의 감정부터 이후 그가 겪게 되는 복잡다단 감정을 섬세하게 표현하며 대사와 표정, 몸짓 하나하나에 생동감이 느껴질 정도로 연습에 몰두한 모습이다. 첫 공연을 앞둔 이상엽은 "새로운 자극을 얻고 싶었던 때에 '애나엑스'를 운명처럼 만나게 되었고, 욕심나고 해내고 싶은 작품이 되었다. '애나엑스'와 '아리엘'을 통해 연기에 대한 이해도 넓히고 한 단계 성장하는 배우가 되고 싶다"며 작품에 대한 애정을 전했다. 한편, '애나엑스'는 1월 28일부터 3월16일까지 LG 아트센터 서울, U+ 스테이지에서 공연된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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