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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보통의 가족' 수현의 첫 스텝 [인터뷰]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배우 수현이 첫 한국 영화 데뷔에 나선다. 영화 '보통의 가족'(연출 허진호·제작 하이브미디어코프)은 각자의 신념을 가지고 살아가던 네 사람이 아이들의 범죄현장이 담긴 CCTV를 보게 되면서 모든 것이 무너져가는 모습을 담은 웰메이드 서스펜스 영화다. 헤르만 코흐의 원작 소설 '더 디너'를 원작으로 한다. <@1> 수현은 '보통의 가족'으로 국내 스크린 데뷔에 나선다. 앞서 영화 '어벤져스: 에이지 오브 울트론' '다크타워: 희망의 탑' '신비한 동물들과 그린델왈드의 범죄' 등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활동하던 수현에겐 새삼 찾아오는 설렘이다. 수현은 "제가 허진호 감독님께 '감사해요'라고 하니까 웃으시더라. '일'이라는 것에도 인연이 있는 것 같았다. 여태까지 영화 제안이 없었던 것은 아니지만 인연이 안 됐다. '보통의 가족'은 인연이 됐기 때문에 이렇게 선배들과 재밌게 촬영하지 않았나 싶다"고 참여 소감을 전했다. 이를 통해 수현은 그야말로 '성덕'(성공한 팬)이 됐다. 수현은 "주변 친구들한테 '내 버킷리스트는 허진호 감독님 작품에 출연하는 거야'라고 해왔다. 감독님 작품에 나오는 여자 배우들이 항상 임팩트가 있었다. 감독님도 마침 저를 궁금해하셨다더라. 그 점도 너무 좋았다"며 "캐릭터 자체를 봤을 땐 저와 너무 멀리 떨어져 있는 인물이 아니라 일상적인 사람이었다. 그런 인물을 연기한다는 것도 처음이었다"고 만족감을 드러냈다. 수현이 맡은 지수는 재완(설경구)의 두 번째 아내다. 재완이 사별 후 지수와 재혼했고, 두 사람 사이엔 전처와 낳은 딸 혜윤(홍예지)과 갓 태어난 둘째 사랑이가 있다. 지수에 대해 수현은 "감독님이 '화이트'라고 강조하셨다. 지수는 컬러로 따졌을 때 화이트라는 의미다. 중립적이라는 표현이면서, 동시에 가장 때 묻지 않은 순수함이 있다. 강한 주장으로 물들어있지 않은 인물이라 '화이트'로 가는 것이 좋겠다는 말씀을 하셨다. 어쩔 땐 빈틈이 많아 보이는 인물이기도 하다"고 해석했다. 재완과 지수의 관계를 떠올렸을 때 흔히 사람들은 '트로피 와이프'라는 선입견을 갖는다. 이는 재완의 동생 재규(장동건)와 동서 연경(김희애)도 마찬가지다. 재완-재규 형제와 동서 연경의 사이에서 지수는 연신 애매한 위치에 놓인다. 이에 대해 수현은 "지수는 어쩌면 제일 생각이 없을 것 같고, 부모로서 전혀 공감하지 못할 것 같은 인물이다. 그런 부분들이 의외성을 만들어주는 장치인 것 같다. 철부지까진 아니지만, 어른들의 대화에 묶이는 듯한 느낌을 주는 것 같아서 재밌는 요소였다"며 "다만 애매한 느낌이 있었다. 혹시나 캐릭터를 보는데 답답함이 있지 않을까 걱정했다. 그렇다고 너무 도전적으로 세게 어필할 수도 없는 캐릭터라고 생각했다"고 설명했다. <@2> 특히 지수의 애매한 위치는 이들의 저녁 식사 장면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네 사람이 참석한 가족회의 시간이지만, 지수는 음식에 집중하거나 갓 태어난 아들을 돌보느라 홀로 외딴섬 같은 존재가 된다. 이어 사건이 전개되며 지수도 차츰 목소리를 내기 시작하지만, 팽팽한 이들의 관계에 끼어들기 쉽지 않다. 수현은 "끼어들기 쉽지 않았다는 것이 포인트였다. 선배들이 너무 '대'선배들이라 에너지가 팽팽하지 않냐. 그래도 지수는 제가 제일 잘해야 되고, 제가 제일 잘 아는 인물이었다. 처음엔 정적을 깨고 대사를 하는 게 너무 어려웠다. 제가 지수로서 존재감을 드러낼 수 있을 것인가가 가장 큰 숙제였다"며 "저 혼자 따로 생각도 많이 했고, 감독님과 현장에서 이야기를 나눴다. 연경을 의식하지만, 대들지 않는 정서들을 잘 정했던 것 같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수현은 "디너 장면에서 선배들이 칼을 갈고 왔구나 싶었다. 집중력의 싸움이었다. 다들 정말 열심히 준비하셨더라. 그러면서도 스타일은 모두 달랐다"며 "설경구 선배는 항상 빠르게 달려 나가서 모니터를 확인하고, 장동건 선배는 조용히 감독님과 이야기하고, 김희애 선배는 현장을 안 떠나고 스스로 감정을 유지하는 스타일이다. 저 역시 어떻게 하면 제가 다르게 할 수 있고, 현장에서 유연하게 생각할 수 있을지 고민했다"고 이야기했다. 어느덧 데뷔 20년을 넘긴 수현은 할리우드를 기반으로 스크린 경험을 마친 뒤 마침내 한국 영화로 발판을 넓혔다. 수현은 "할리우드나 국내나 편한 현장은 없는 것 같다. 다 장점과 단점이 있다. 개인적으로 어려운 영화를 좋아한다. 이해하기 어렵거나, '뭐가 맞는 거야?'라는 생각을 하게 하는 영화를 좋아한다. 그래서 블록버스터도 좋지만 이렇게 땅에 닿아있는 딜레마를 주는 영화가 너무 매력 있다"며 "모든 한국영화가 이런 건지 모르겠지만, '보통의 가족'은 정말 많은 의논을 했어서 더 재밌고 애정이 많이 갔다. 외국 배우들은 혼자 조용히 집중하려고 하는 사람들도 많다"고 털어놨다. 꽤나 긴 시간 동안 연기를 해 온 수현이지만, '보통의 가족'에선 내로라하는 대선배들 틈에서 존재감을 발산해야 했다. 수현은 "선배들의 연륜은 따라갈 방법이 없더라"고 웃음을 보였다. 이어 "선배들의 경험치나 여유가 있듯이, 저도 지금 제 나이에 할 수 있는 역할이 있는 것 같다. 그게 바로 지수"라며 "제가 연경을 그렇게 표현할 수 없듯이, 연경도 지수를 할 수 없다고 생각한다. 특히 김희애 선배는 정말 많은 의논을 함께 하시고, 체력도 좋으시고, 하다 못해 패션도 전부 소화하시더라. 그게 젊은 마인드 같다. '난 이걸 잘하지'에 머물지 않는 것이 가장 큰 배울 점 같다"고 감탄했다. <@3> 영역을 넓힌 만큼, 배우로서의 목표도 선명해졌다. 수현은 "제가 느끼기에 과거 한국 영화에서 나오는 여성들은 너무 남성들에게 가려진 부분이 있었다. 예쁘거나 키가 크면 너무 야한 역할의 도구 같이 느껴지는 경우가 많았다. 그 시절엔 그렇게 해야만 예술적인 거라고 생각했던 시대가 있었던 것 같다. 지금은 요즘 여성들처럼 목소리를 내고, 생각 있는 캐릭터가 중요한 것 같다"며 "저는 요즘 사람들이 공감할 수 있는 캐릭터를 계속 찾아서 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저에겐 이제 막 시작이다. 제가 일하면서 이 시스템 안에서 여성 차별적인 것들, 혹은 편견에 속한 것들이 많은데 연기를 통해서든, 실제 일하는 현장에서든 저 스스로 '왜요?'라는 질문을 많이 던지려고 노력했던 것 같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경성크리처' 시즌 1을 시작으로 올해 '히어로는 아닙니다만' '경성크리처' 시즌 2, 영화 '보통의 가족'까지 쉴 틈 없이 달려온 수현은 "2년 넘게 달려온 것 같다. 그냥 그 작품과 연기하는 것이 재밌다. 제가 꿈꾸기만 했던 새로운 역할들이 저에게 주어진다는 것이 배우로서 너무 행복하다. 배우들은 스스로 '이걸 해낼 수 있을까'라는 부담감이 있다. 자신감이라면 자신감이고, 용기라고 하면 용기이기도 하겠지만, 저는 그냥 한 스텝씩 하나씩 해나가고 있는 것 같다"고 말했다. 아울러 수현은 "해외는 영화 현장도 물론 그렇지만, 영화가 아닌 곳에서 여전히 인종차별이 너무 많이 존재한다. 제가 어릴 때부터 인종차별에 대해 많이 봐왔기 때문에 그 부분에 대해 생각도 많이 해보고, 글로 써본 적도 있다. 근데 실제로 부딪혀보니까 당황스럽고 무섭더라. 그럼에도 제가 배우로서 가진역량이나 제 스스로의 자신감을 갖고 맞서서 목소리를 낼 수 있어야 한다고 생각한다"며 "제 정체성은 너무나 한국 사람이다. 한국에서 일을 시작했고, 그렇기 때문에 제가 한국 사람들을 이해하고, 한국 사람들도 저를 이해하는 것이 중요하다. 그래야만 제가 해외에 나가서 한국인으로서 프라이드를 가질 수 있다. 작게나마 제가 (아시아인에 대한 인식을) 변화시키고 싶다"고 전했다. <@4> [스포츠투데이 서지현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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