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터뷰①] ‘에밀’ 김소라 작가 “작품의 시작점은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이었죠”[스포츠W 임가을 기자] 창작 뮤지컬 ‘에밀’은 지식인이자 작가인 ‘에밀 졸라’와 그를 동경하는 가상의 소년 ‘클로드’의 하루 동안의 만남을 그린 2인극으로, 지난 6월 초연의 막을 올렸다. 창작진으로는 이대웅 연출, 김소라 작가, 황예슬 작곡가가 참여했다. 지난 18일 스포츠W는 서울 종로구 소재의 카페에서 뮤지컬 ‘에밀’의 김소라 작가, 황예슬 작곡가와 작품에 대해 이야기하는 시간을 가졌다. ▲ (왼쪽부터) 김소라 작가, 황예슬 작곡가 [사진=프로스랩] ‘에밀’은 2022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공연예술창작산실의 대본공모 당선작으로, 지난해 2월 진행된 대본공모 유통 프로모션 ‘대본의 발견’ 쇼케이스를 통해 제작사 프로스랩과 의기투합하게 됐다. 김소라 작가는 “황예슬 작곡가와는 한국예술종합학교 뮤지컬 아카데미 4기 동기다. 아카데미 내에서 작가와 작곡가들을 매칭해서 작품을 많이 하는데 그때 창작산실 준비를 같이 해보자고 제의했다”고 협업의 시작을 밝혔다. 두 창작진의 작업 과정은 어땠을까. 김소라 작가는 “워낙 작곡가님이 곡을 잘 쓴다는 소문이 있었다”며 “작업이 편했다. 소재에 대해 고민할 시간들은 많았지만 본격적인 창작 기간이 매우 짧았었는데 효율적으로 빠르게 작업이 됐던 것 같다. 곡 분위기나 장면에 대한 해석을 잘하셔서 알맞게 곡을 잘 써주셨다”고 만족을 표했다. 이번 ‘에밀’은 작가와 작곡가의 긴밀한 소통 아래에 완성된 작품이다. 황예슬 작곡가는 “대본 작업 이전 프리 프로덕션에서 둘이서 긴밀하게 대본이 가진 이야기와 우리가 어떤 메시지를 전달하고 싶은지에 대한 이야기를 충분히 나눴다. 넘버가 들어갈 만한 타이밍도 같이 잡고, 어떤 음악이 잘 어울릴지에 대해서도 많이 상의했다”고 전했다. 김소라 작가도 “아카데미에서도 원래 뮤지컬은 유기적이고 긴밀하게 작업해야 작품 안에 잘 담긴다고 배웠다. 그래서 작곡가님이랑 캐릭터에 관련해 매일 통화했다. 저 때문에 많이 힘드셨다. 맨날 새벽에 잠 못자고 전화해서 이야기를 많이 했다”며 웃음을 보였다. ▲ 박유덕 [사진=프로스랩] 대본뿐만 아니라 음악에 있어서도 많은 의견이 오갔다. 황예슬 작곡가는 “한 곡 한 곡 다 협의를 거쳤다”면서 곡의 스케일과 섬세함, 감정선 등을 주제로 김소라 작가와 작업을 이어나갔다고 말했다. (황예슬) “음악의 스케일, 톤 앤 매너 같은 것도 많이 이야기를 나눴고, 이 캐릭터가 이 넘버를 왜 부르며 어떤 감정으로 어디까지 깊이 있게 스케치가 되어야 하는지에 대해 많이 이야기를 나눴다. 긴밀하게 소통하면서 작업을 했던 것 같다.” (김소라) “넘버에 대한 최종 결정은 작곡가님이 내리지만(웃음) 레퍼런스 같은 것들을 많이 찾아서 보내줬다. 그 과정에서 서로 ‘이건 아닌 것 같다’,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맞는 것 같은데’ 같이 말하면서 ‘밀당’ 과정을 겪었다. 저희도 두 사람이지 않나. 에밀과 클로드처럼 엄청난 심리 게임을 했다.” 작품은 프로이센-프랑스 전쟁 이후 19세기 말 프랑스에서 발생한 ‘드레퓌스 사건’을 모티브로 한다. 드레퓌스 사건은 유대인이었던 드레퓌스 대위가 프랑스의 기밀 문서를 빼돌린 편지의 필체가 닮았다는 이유만으로 독일군의 스파이라는 누명을 써 억울하게 투옥된 사건을 말하며, 이를 통해 당시 프랑스에서는 극심한 정치적, 사회적 논란이 일었다. 김소라 작가는 “원래 근현대사에 관심이 많았고, 그 중에서도 자신의 의견을 냈다가 큰 대가를 치르거나 묻혀진 사람들의 목소리들을 복원해서 관객들에게 다시 전달하는 작업에 관심과 애정이 있다. 또 이러한 사람들의 사건 이후가 어땠을지에 대한 궁금증도 있었던 것 같다”며 평소 작품을 구상할 때 관심을 두고 있던 부분에 대해 밝혔다. 하지만 의외로 ‘에밀’을 제작하게 된 결정적 계기는 다름아닌 한국에 있었다. 김소라 작가는 1991년 발생한 강기훈 유서대필 조작 사건을 언급하며 이번 작품의 시작점을 설명했다. (김소라) “단순히 ‘한국판 드레퓌스 사건’으로만 인식하고 있던 사건의 피해자가 14년 만에 대법원 무죄를 받았는데도 아직도 사과하는 사람이 아무도 없다는 걸 알게 됐다. 그 이야기를 뮤지컬을 통해 하고 싶었는데 우리나라 근현대사는 아직 거리를 두고 바라보는게 쉽지 않기 때문에 아예 드레퓌스 사건을 통해 좀 더 보편적인 이야기를 전달하면 효과적이겠다는 판단이 들었다.” ▲ 박영수 [사진=프로스랩] 에밀 졸라는 이러한 드레퓌스 사건에 지대한 영향력을 미친 인물이다. 프랑스 문화예술계 최고의 명예인 ‘레지옹 도뇌르’ 훈장을 수여받은 작가였던 그는 드레퓌스 대위가 억울하게 겪게 된 고초와 사건의 부당성을 고발하기 위해 1989년 1월 ‘로로르’지에 선언문을 발표했고, 이 선언문이 우리가 잘 알고 있는 ‘나는 고발한다’다. 이후 에밀 졸라는 매국노로 낙인 찍히게 된다. 김소라 작가는 사건의 당사자인 드레퓌스가 아닌, 에밀 졸라의 시선으로 작품을 다룬 이유에 대한 질문에 “에밀 졸라는 사실 드레퓌스랑 전혀 상관이 없는 인물인데도 왜 그랬을까라는 질문이 첫 번째로 있었고, 나라면 에밀 졸라처럼 할 수 있었을 지에 대해 두 번째로 생각했다”며 “목숨까지 위협받을 수 있는 큰 일이었는데도 불구하고 그렇게 나설 수 있었던 원동력은 뭐였을까라는 궁금증으로부터 작품을 시작했던 것 같다”고 답했다. 드레퓌스 사건은 전 세계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킨 역사적 사건이지만, 한국의 역사와는 연관되어있지 않기 때문에 생소하고 낯설게 느껴질 수도 있다. 김소라 작가 또한 이 사실을 잘 알고 있었기 때문에 드레퓌스 사건을 전면에 내세우지 않았다. (김소라) “그 사건을 전면적으로 내세우면 굉장한 설명을 해야하고 사건의 초반인 8년 전부터 전개에 담았어야 하기 때문에 드레퓌스 사건을 배경으로 깔아두고, 그 속에 있던 인물들의 이야기를 담는 쪽으로 방향성을 잡았다. 그래서 에밀 졸라가 죽기 하루 전을 배경으로 시점을 잡았고, 두 사람의 심리와 관계를 통해 이 사건을 빗대서 얘기를 하기로 했다. 이 방식이 친절하게 느껴질 수도 있지만, 배경으로 깔리다보니 오히려 어려울 수도 있었겠다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에밀 졸라의 신념은 넘버의 가사에도 녹아들어가있다. 그의 명언 중 하나인 ‘진실이 전진하고 있고, 그 무엇도 그 발걸음을 멈추게 하지 못하리라’는 작품을 관통하는 문장이기도 한다. 김소라 작가는 “원래 출판본은 ‘진실은 전진한다’이지만 조금씩 저희의 언어로 바꿔서 ‘진실은 행진한다’로 작품에 넣었다. 에밀 졸라가 가장 핵심으로 말하고 싶었던 말이 무엇일지 고민해서 가져오게 됐다”며 에밀 졸라의 글귀 이외에 차용한 다른 창작물에 대해서도 설명했다. (김소라) “‘1902년 9월 29일’ 넘버는 시편 구절에서 따왔다. 다윗이 억울하게 쫓겨다녔을 때의 심정과 에밀 졸라의 심정이 비슷할 것 같다고 생각해서 ‘나는 물같이 쏟아졌고 뼈는 어그러졌으며’라고 가사에 넣었다. 같은 넘버의 ‘외롭고 높고 쓸쓸한 밤’도 백석의 시 ‘흰 바람벽이 있어’에서 차용한 표현이다. 백석 시인은 말년에 북한에서 자아비판을 당하고 시를 못쓰면서 유배생활을 하다시피 힘들게 살았던 인물이다. 같은 문학인으로서 어려움을 당했다는 유사점이 있기도 하고 제가 좋아하기도 해서 참고하게 됐다.” ▲ 박유덕 [사진=프로스랩] 이렇듯 김소라 작가가 에밀 졸라와 유사점이 있는 인물들의 기록에 주목한 이유에 대해서도 들어볼 수 있었다. (김소라) “에밀 졸라는 오래 전에 돌아가신 분이라 제가 직접 만날 수가 없다. 그래서 그분의 책과 자료도 많이 봤지만 비슷한 상황에 처한 다른 인물들을 많이 떠올렸던 것 같다. 시대 속에서 자신의 목소리를 냈다가 억울한 상황에 처하고, 말년이 힘들었던 사람들이 했던 말들과 기록된 언어들을 보면서 에밀 졸라와 같은 상황을 유추할 수 있었다.” 작품의 배경은 18세기 말 프랑스이지만 공연이 올려지는 건 21세기의 한국이였기에 동시대성, 공감대에 대한 고민 역시 존재했다. 하지만 지금 이 시대에도 여전히 존재하는 질문을 던지는 작품이었기에 관객들의 공감을 이끌 수 있었다. (김소라) “동시대성에 대한 부분이 공연을 올리기 전까지 불안하고 두려웠던 부분이었던 것 같다. 근데 지금 공연을 보신 관객분들이 공감하신 것 자체가 전 이미 동시대성을 가진 작품이라는 생각이 들고, 어떤 특정한 일의 특수성이 아니라 우리의 진실과 정의, 선택에 따른 문제들에 대한 질문의 답을 가지고 있는 작품이라 여기에 대한 관객들의 반응 자체가 공감을 일으키는 것 같다. 우리가 침묵하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게 아니라 악이 성행한다는 메시지는 지금도 여전히 필요한 메시지고, 그래서 전 세계 어디서든 통할 것 같다.” (황예슬) “진실을 마주하고 말을 할 수 있는 용기에 대한 이야기라고 처음부터 생각을 했다. 극에서 얘기하고 싶은 메시지는 어디에서나 다 통용되는 진리이지 않나. 결과적으로 저희가 하고 싶었던 말이 분명하게 전달된 것 같아서 관객분들께 감사하다.” 이러한 소재로 작품을 완성할 수 있었던 원동력은 작품이 가진 강한 메시지와 주변의 도움이다. 김소라 작가는 “하고 싶었던 말이 확실했기 때문에 이 주제로 작품을 밀고 나갈 수 있었다. 다만 이 메시지가 과연 통할 수 있을지에 대한 걱정은 했는데 그때마다 연출님께서 안심시켜주시고, 방향성을 잘 잡을 수 있도록 많이 도와주셔서 완성할 수 있었던 것 같다”며 감사를 표했다. ‘에밀’은 개발의 시작부터 2인극으로 출발했다. 캐릭터가 분명하고, 인물 간의 긴장감을 살린 심리 게임과 같은 방향으로 가기에는 2인극이 딱 좋은 형식이라 판단한 것이 이유다. (김소라) “만약 드레퓌스 사건을 전면으로 내세웠으면 군인, 정치인 등 사건에 얽힌 사람들이 너무 많기 때문에 대극장으로 가야했을 거다. 작품의 첫 방향성 자체가 사건 자체를 얘기한다기보다는 사건의 중심에 선 인물에 대해 사건 당시에는 조명하지만, 사건 이후의 잔인한 시간들을 보낼 때는 무관심한 사회에 대해 이야기하고자 했다. 따라서 그 인물의 관계에 대해 집중을 하자고 처음부터 설정했기 때문에 2인극이 된 것 같다.” ▲ (왼쪽부터) 구준모, 박영수 [사진=프로스랩] ‘에밀’은 두 창작진의 첫 2인극이다. 2인극 자체가 밀도가 높아야 하는 형식이기에 고민이 많았다고 전한 창작진은 긴 호흡을 가져가는 작품의 흐름에 대해서도 끝까지 고뇌했다고 밝히기도 했다. (김소라) “두 사람이 어느정도 관계를 맺고 본격적으로 이야기가 시작되는데 둘의 이야기가 단 하룻밤 동안 이어지기 때문에 어느 정도 에밀 졸라와 클로드가 친밀해져야하는 시간이 필요했다. 그래서 본격적으로 드레퓌스 사건에 대해 이야기하는 걸 뒤로 미루고, 서로를 탐색하는 시간을 앞에 배치해서 호흡이 길어질 수 밖에 없었지 않나 하는 생각이 든다. 하지만 필요했던 과정이라고 생각한다. 서로의 시간을 쌓아올리고 빌드업하는 과정이 있어야 뒤에서 본격적으로 이야기를 시작할 수 있다. 본론으로 들어가는 부분을 좀 더 당겨야 하나 싶었지만, 당기게 되면 둘 사이에 관계성이 쌓이지 않았다. 그 부분에서 고민이 많았던 것 같다.” (황예슬) “음악도 점, 선, 면으로 완급 조절이 많이 필요했던 것 같다. 드라마적으로 호흡이 긴 극이기 때문에 음악도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잘 연결 돼야 한다고 생각해서 선형적인 음악과 펼쳐지는 음악의 밸런스를 맞추려 노력했고, 작가님과 상의를 많이했다.” 또 두 창작진은 ‘쓰릴 미’, ‘데미안’ 등 이미 2인극을 많이 연출해 본 이대웅 연출에게 많은 도움을 받았다고 전하기도 했다. 김소라 작가는 “2인극이고 밀폐된 공간을 배경으로 하기 때문에 사건은 안에서 일어날 수 없으니까 외부에서라도 이벤트가 계속 일어나서 환기를 계속 시키고, 두 사람이 긴장감이 떨어지지 않게끔 충격들이 있어야한다는 조언이 많이 와닿았던 것 같다”고 말했다. 황예슬 작곡가는 2인극에 삽입되는 넘버에 있어서 가장 필요한 요소에 대해 “캐릭터가 굉장히 매력적으로 보여아 한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예슬) “음악을 들었을 때 캐릭터에 대해 깊이 있게 들어갈 수 있어야 한다. 또 드레퓌스 사건이 극 중 배경에서 굉장히 큰 사건인데 이것에 대해 음악부터 구체적으로 제시를 해줘야한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초반부의 ‘에밀 졸라를 찾아라’ 같은 넘버에서 굉장히 볼륨을 크게 가져갔다. 이처럼 2인극일수록 구체적인 디자인을 하고 좀 더 섬세하게 작업 해야 된다고 생각하면서 접근했다.” 인물을 깊게 파고들 수 있는 만큼 캐릭터의 입체적인 면모를 살펴볼 수 있는 솔로 넘버의 구성도 눈길을 모았다. 황예슬 작곡가는 “솔로 넘버는 캐릭터가 자신의 이야기를 대외적으로 표출하는 넘버와 자신의 내면에 갖고 있는 아픈 정서를 가진 넘버가 미러링된다고 생각한다”며 ‘에밀’ 속 솔로 넘버의 특징을 정리했다. “에밀은 ‘나는 고발한다’ 같은 넘버가 신념을 강하게 어필하고, ‘1902년 9월 29일’에서는 쓸쓸한 내면을 표현한다. 클로드의 경우에는 ‘이 펜은 내게 말을 걸어’로 자신의 정보를 흘리고, ‘선택’을 통해 자신이 고민하고 있는 내면의 갈등에 대해 이야기하게 된다. 이런 넘버들이 대칭을 이루면서 유기적으로 구성이 되어있는 것 같다.” 인터뷰②에서 계속
[인터뷰②] ‘에밀’ 황예슬 작곡 “스터디같은 연습실 분위기…학구열 불타서 좋았죠”[스포츠W 임가을 기자] 극 중 에밀 졸라와 함께 등장하는 가상 인물 ‘클로드’는 빈민굴을 전전하며 사회 모순과 부조리함 속에서도 가난한 현실에 침몰하지 않고 자신의 길을 개척하고자 노력하면서도, 에밀 졸라의 소설을 좋아하고 그를 추종하기도 하는 문학 소년이다. 김소라 작가는 클로드라는 인물을 구축하는 과정에서 많은 변화가 일었다고 밝히기도 했다. ▲ 김인성 [사진=프로스랩] (김소라) “처음에는 관계성을 보여주기 위해 폴 세잔, 군인, 암살자 등이 되는 1인 다역으로 출발을 했다. 이후 제작사와 연출님과 만나고 회의하면서 인물에 좀 더 초점을 맞춰야하고 심리에 집중해야한다는 피드백을 받았고, 수정 과정에서 클로드가 에밀 졸라가 가스 중독으로 죽을 때 그 환각 속에서 만났던 자신의 모습이면 어떠냐는 의견이 나왔다. 최종적으로 소신에 대한 대가를 치르면서 불안하고 외로웠을 에밀 졸라를 온전히 이해하고, 그의 말을 들어줄 수 있는 한 사람을 곁에 두자는 쪽으로 방향성이 잡혀서 지금의 클로드가 탄생했다.” (황예슬) “에밀 졸라의 정신을 이어받고 계승할 수 있는 한 인물, 후대에 그 정신을 이어받을 수 있는 인물이 된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잘 수정했다고 생각하고 만족한다.” 여기에 더해 가상의 인물인 클로드가 어린 소년의 모습으로 구현된 것에 대한 질문에 김소라 작가는 “치기 어리고 감정이 들끓는 이미지”를 떠올렸다고 답했다. (김소라) “사실 젊은이라 해서 감정이 들끓는다는 것도 편견일 수 있지만, 그래도 우리나라에서 여러 사건들이 터지고 감정이 움직일 때마다 젊은이들이 항상 그 앞에 나서고는 했지 않나. 그것처럼 신념과 가치관이 완벽히 세워지기 직전, 진짜 좋은 어른을 만나고 제대로된 사상가를 만나면 얼마든지 좋은 방향으로 갈 수 있는 사람이어야 된다고 생각해서 어린 나이로 설정했다.” ‘에밀’은 드럼, 베이스, 기타, 피아노로 밴드를 구성하고 스트링 파트에 첼로, 바이올린을 편성했다. 여기에 패드 사운드도 가미가 됐다. 황예슬 작곡가는 이번 ‘에밀’의 음악에 대해 ‘볼륨적으로 완급 조절을 많이 준 음악’이라고 소개했다. (황예슬) “드레퓌스라는 큰 배경이 놓여져있는 것과 동시에 제한된 공간과 시간, 두 인물로 이야기를 펼치기 때문에 음악적인 스케일을 어떻게 가져가야할 지에 대해 작전을 잘 세워서 계획적으로 곡을 구성해 봐야겠다는 생각을 했다. 그 과정에서 음악적으로 크게 펼쳐서 보여줘야하는 부분, 때로는 집중을 시켜서 몰입해야하는 부분을 확실하게 차이를 둬서 구성했던 것 같다.” 특히 김소라 작가는 에밀 졸라의 친구였던 화가 폴 세잔과의 관계성을 통해 그림과의 접점을 찾기도 했는데, 이를 들은 황예슬 작곡가는 굉장한 매력을 느꼈다고 밝혔다. (황예슬) “에밀 졸라와 폴 세잔의 관계성에서 가장 매력을 느꼈다. 그림의 색채감을 줄 수 있는 음악이 어떤 것일지, 내가 색채감이 느껴지는 음악을 어떻게 쓸 수 있을지 고민하는 것부터 흥미를 느꼈다. 그래서 음악을 쓸 때 그 인물의 캐릭터가 보이고, 그 캐릭터가 추구하는 이야기들을 제가 음악적으로 어떻게 표현할 수 있을지에 대해 생각하면서 작업했던 것 같다. ▲ '에밀' 속 '생빅투아르' [사진=프로스랩] ‘에밀’의 무대와 조명은 음악이 지닌 다채로운 색채를 시각적으로 표현한다. 두 창작진은 작품의 완성도 높은 미술에 대해 자신감을 드러냈다. (황예슬) “작품의 무대나 조명이 너무 예쁘다. 또 폴 세잔도 소재로 등장하기 때문에 그의 회화와 음악이 만나는 접점이 있다. 예를 들어 ‘생빅투아르’나 ‘진짜는 뭘까’ 넘버의 경우에는 실제로 영상과 무대 조명이 같이 펼쳐지면서 음악도 공간감을 준다. 그런 부분에 있어서 상호보완적인 넘버로 관객분들의 눈과 귀를 즐겁게 해드리지 않았나 싶다.” (김소라) “가사에서 시각, 촉각, 후각 같은 걸 서술한 공감각적인 가사들이 많았는데 그걸 음악적으로 표현하려고 노력했고, 여기에 조명 감독님께서 디자인을 정말 예쁘게 해주셔서 합이 잘 맞았다. 그 덕분에 무대에서 예쁘게 나올 수 있었던 것 같다.” 관객들의 많은 사랑을 받은 넘버 ‘빠담빠담’도 음악이 지닌 환상적인 분위기가 잘 보이는 넘버다. (황예슬) “에밀이 작가이다 보니까 계속 글을 쓰거나 의자에 앉아있는 채로 고립되어있어서 그 캐릭터를 일으켜 세워보자는 얘기에서 출발했던 것 같다. 작가님께서 써주신 가사를 보고 커다란 벨벳 커튼이 떠올랐다. 강렬한 빨간 색의 커튼이 걷히면서 음악이 시작되는 걸로 모티브를 잡고 써내려갔다.” (김소라) “에밀이 마시는 압생트에 환각 성분이 있다는 루머가 있지 않나. 그래서 환각에 취했을 때 아예 판타지 속에 한번 넣어보자는 생각을 했다. 지문에 샹들리에가 내려온다고 썼었는데 구현을 해주셨고 잘 놀 수 있는 바탕을 만들어주셔서 좋았다.” ▲ '에밀' 속 '빠담빠담' [사진=프로스랩] 특히 극의 흐름에 속도감을 더하는 포인트에 배치된 장면인 만큼 단순히 흥겨운 넘버보다는 복합적인 의미를 표현하기 위해 공을 들였다. (황예슬) “관객분들은 굉장히 즐겁고, 잠깐 긴장을 푸는 순간이라고 생각하실 수 있지만 저는 음악적으로 바로 전 장면인 진실게임에서 이어지는 하나의 시퀀스라고 생각했다. 사실 클로드는 에밀을 속이기 위한 목적이 있었고, 에밀은 그걸 알면서 속아주는 순간이지 않나. 그래서 알 수 없는 긴장감이 곡과 무대에서 드러났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오묘하고 멜랑콜리한 분위기를 주기 위해 반음계적으로 선율을 디자인했다. 여러 매력이 그 안에 잘 들어가 있던 것 같다.” 직접 장면을 만든 창작진들에게 있어서 가장 인상적인 넘버는 무엇일까. 김소라 작가는 클로드의 솔로 넘버 ‘선택’을 최근 가장 와닿는 넘버로 꼽았고, 황예슬 작곡가는 매일 달라진다는 답변을 내놓았다. (김소라) “클로드가 에밀의 집의 문을 열고 나가기 직전 부르는 넘버다. 문을 열고 나가면 클로드는 진실의 편에 서게 되고, 이후 1-2차 세계대전을 맞으며 광기어린 시대를 온몸으로 맞닥뜨리게 된다. 그 속에서 수많은 선택들을 할 때 에밀 졸라가 했던 말과 자신의 마음때문에 쉬운 인생을 안 살게 될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이 넘버를 기점으로 클로드가 확 바뀌는데 ‘선택’을 듣고 있으면 그동안 에밀 졸라에게 찾아왔던 악몽의 밤이 이제 클로드에게도 항상 찾아올 걸 알아서 그의 인생이 앞으로 험난하고 힘들겠다는 생각이 들어 짠하고 안쓰럽다. 배우분들의 연기와 넘버가 만나니까 더욱 크게 와닿는 것 같다.” (황예슬) “그날의 온도와 분위기에 따라서 많이 달라진다. (웃음) 에밀, 클로드 배우 여섯분 모두 해석도 다양하고 다채롭게 연기해주시는 것 같다. 작가님과 회의를 많이 하면서 작업했지만 연습실이나 무대, 극장에서 보면 제가 미처 알지 못했던 부분을 깨닫고 표현해 주셔서 매번 새로운 마음으로 극장에 간다.” 이러한 ‘에밀’의 음악을 탄생시킨 황예슬 작곡가는 작품의 넘버가 가진 강점에 대해 “작품이 하고자 하는 메시지를 음악이라는 그릇 안에 잘 담은 것 같다”며 “음악과 드라마가 따로 노는 게 아니라 맞물리는 톱니바퀴처럼 유기적으로, 하나의 큰 틀 안에서 움직이는 점이 매력이라 생각한다. 또 선율적으로 섬세하고 서정적인 멜로디를 갖고 있는 넘버도 있고, 무게감과 에너지가 있는 넘버가 적절하고 조화롭게 구성되지 않았나하는 생각이 든다”고 말했다. ▲ (왼쪽부터) 정동화, 정지우 [사진=프로스랩] ‘에밀’이 무대에 오른 후 모니터링을 한 창작진은 훌륭히 캐릭터를 완성시켜준 배우들에게 박수를 보냈다. 황예슬 작곡가는 “캐릭터들이 무대 위에서 살아 숨쉬는 느낌을 받았다. 이 이야기를 텍스트, 음악으로도 많이 보고, 연습실에서도 긴 과정을 거쳤는데도 이렇게 긴 호흡의 극과 이야기에 굉장한 힘이 있다는 생각을 또 다시 체감하게 돼서 신선하고 좋은 경험이었다”고 말했고, 김소라 작가는 “진심이 느껴졌던 공연이었던 것 같다. 텍스트에서 하고 싶었던 말이 있었는데 배우분들도 똑같이 공감해주셨고, 그게 관객분들까지도 이어지는 모습이 뭉클했던 것 같다. 그래서 너무 감사하다”고 전했다. 특히 김소라 작가는 “에밀 역을 맡은 세 분이 각자 텍스트를 다양하게 이해하고 표현을 해 주셔서 좋았다”면서 연습 과정에 있어서 배우들에게 도움을 받았던 에피소드를 공개하기도 했다. (김소라) “처음 오프닝씬은 클로드가 4년 전 드레퓌스 사건이 신문에 실린 걸 맨 처음에 읽고 나서 시작을 했으면 좋겠다고 생각을 했었다. 클라이맥스 때 리프라이즈를 부를 때 강조되어서 보이려면 앞에서 같은 넘버를 에밀이 부르면 안 되지 않을까하는 생각이 들어서 고민을 많이 했는데 배우분들이 앞부분에도 에밀이 확실하게 찍고 가야 뒤에가 더 살 수 있다고 얘기를 해 주셔서 그런 방향으로 갔던 게 좋았던 것 같다. 오히려 배우분들의 의견이 거꾸로 저희에게 도움이 됐다.” (황예슬) “프롤로그 영상에서 플래시가 터뜨려지고 신문 기사들이 쏟아져나온다. 그때 에밀이 신문을 들고 무대에 등장하는데 그 장면을 보자마자 이 넘버는 에밀이 불러야겠다는 생각을 완전히 확신한 것 같다.” ‘에밀’의 연습실 분위기는 굉장히 학구적인 분위기였다고 말하기도 했다. 황예슬 작곡가는 “스터디 그룹처럼 학구열이 불타는 분위기라 너무 좋았다. 연출님께서 잘 이끌어주셨지만 배우분들도 아이디어를 많이 제시해 주시고, 서로 공유하셨다”고 말했다. (황예슬) “사실 넘버가 다 어렵다. 워낙 배우분들이 잘 불러주셔서 듣기에는 편할 수 있지만 음정의 도약도 있고, 선율 쪽으로는 반음을 많이 쓴다. 리듬도 어려워서 그런 부분들이 까다로울 수 있는데 배우마다 자신만의 색깔과 해석으로 잘 표현해 주신 것 같아서 개인적으로 너무 다행이라 생각한다.” ▲ 사진=프로스랩 김소라 작가, 황예슬 작곡가는 차기작도 메시지가 분명하고, 하고 싶은 말을 할 수 있는 작품을 만들고 싶다고 전하며 뮤지컬 ‘에밀’의 관객들에게 인사를 남겼다. (황예슬) “작품이 하나 올라가기까지가 어려움의 연속이고, 창작 초연이라 하면 창작자로서 많은 부담감이 있는데 이번 ‘에밀’을 준비하면서 많은 도움을 받았던 것 같습니다. 항상 감사한 마음으로 열심히 용기 얻고 작업하고 싶고, 뮤지컬 ‘에밀’ 좋은 작품이니까 많이 보러 와주셨으면 좋겠습니다.” (김소라) “초연 작품이 힘들고 어려운데 찾아주신 관객분들이 있어서 정말 감사합니다. 에밀 곁에 클로드가 있었던 것처럼 클로드 곁에 또 다른 누군가가 있고, 그것이 계속 이어지는 것처럼 관객분들이 따뜻한 마음으로 작품을 봐주셨으면 좋겠습니다. 이 작품은 혼자 만든 것이 아닙니다. 함께해 주신 분들께서 각자의 몫을 잘 해주셨기 때문에 무대에 올라갈 수 있었고, 관객분들이 이야기에 공감해 주셔서 완성이 됐습니다. 뮤지컬 ‘에밀’ 많이 찾아주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한편 ‘에밀’은 박영수, 박유덕, 정동화, 구준모, 김인성, 정지우가 출연하고 오는 9월 1일까지 대학로 예스24스테이지 3관에서 공연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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