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어 아너' 박우영이 그리는 저만의 길 [인터뷰]박우영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20대 초반의 나이에 배우가 된지도 이제 막 4년째, 아직 경험한 것보단 모르는 게 더 많을 때이지만 그가 그려가고 있는 길만큼은 선명했다. 앞으로 수많은 갈림길을 맞이하겠지만 앞으로도 '좋은 배우가 되겠다'는 종착지만 바라보며 우직하게 나아가겠다는 배우 박우영이다. 최근 종영한 지니TV 오리지널 '유어 아너'(극본 김재환·연출 유종선)는 자식을 위해 괴물이 되기로 한 두 아버지의 부성 본능 대치극. 극 중 박우영은 피해자 이상택(안병식)의 아들이자 살인 사건의 결정적 목격자 이청강 역을 맡아 신스틸러 역할을 톡톡히 해냈다. 부여된 신이 많진 않았지만 극의 한 가운데에서 긴장감을 불러일으키는 결정적 역할을 제대로 해낸 박우영은 "아직 종영한 게 실감이 안 난다. 드라마에서 이 정도의 롤을 맡아본 게 처음이라 아직은 얼떨떨한 마음이다. 그동안엔 나만의 캐릭터에 쭉 이입해서 할 수 있는 기회가 없었는데, 이번 기회를 통해 쭉 이입해서 연기하고 작품을 볼 수 있어 신기한 마음이었다"라는 종영 소감을 전하며, "가족들이나 친구들에게서도 많은 연락이 왔다. 주변에서 반응을 많이 해주셔서 큰 힘이 됐고, 이번 작품을 하며 달리는 댓글들을 다 봤는데 '연기 살벌하게 한다'는 등의 시청자분들의 칭찬도 기분이 좋고 뿌듯했다"라고 말했다. 이청강과의 첫 만남은 어땠을까. "첫 오디션을 지난해 8월에 봤는데, 이후 연락이 없으셔서 떨어진 줄 알았다. 그러다 올해 2월 오디션 연락이 다시 왔고, 두 감독님께 평가를 받은 뒤 합류하게 됐다. 내가 가장 늦게 합류한 걸로 알고 있다"라고 합류 과정을 회상한 박우영은 "감독님이 '넌 어깨가 내려가 있어서 연민이 있어 보인다' '청강이랑 어울린다'라고 말씀해 주셨고, 조금 더 연민 있어 보이기 위해 체중 감량을 좀 했다. 촬영이 2주 밖에 안 남았을 때라 소금이랑 물을 많이 마시면서 12kg 정도를 감량했다"라고 해 놀라움을 자아냈다. 이어 그는 "목소리 톤도 원래는 다소 낮은 편인데 조금 더 어린아이 같은 모습이 보였으면 하는 마음에 발음이나 어투를 조금 다르게 해봤다. 최대한 본연의 목소리를 감추려 했다"라며 이청강이 되기 위해 기울인 노력에 대해 들려줬다. 외형과 목소리를 이청강과 가깝게 만들었다고 한들, 감정적인 영역은 완전히 다른 부분. 더욱이 이청강은 유년 시절 어머니를 여읜 것을 시작으로 사랑하는 동생과 할머니를 폭파 사고로 떠나 보내고, 아버지마저 김상혁에 의해 살해되는 등 복잡하고 어두운 서사를 지닌 인물인 만큼 그를 제대로 연기하는 건 쉬운 일은 아니었다. 박우영은 "가족은 아니지만 19살 때 친구를 잃어본 경험이 있다"라고 조심스레 운을 뗀 뒤, "그 경험을 기억해 보려 했고, 그때의 감정을 토대로 관련된 다큐멘터리도 여럿 찾아봤다. 또 일본 애니메이션 '나의 히어로 아카데미아'에서 감정을 좀 따와봤다. 해당 애니메이션에 가족을 모두 잃은 캐릭터가 하나 등장하는데, 분노에 휩싸여 점점 스스로 붕괴해 가는 모습을 보여준다. 그런 모습이 청강이와 비슷하다 느껴져 참고하며 연기했다"라고 밝혔다. 몰입을 하다 감정에 매몰된 순간은 없었냐 묻자 "데뷔부터 지금까지 어두운 역할을 주로 해오다 보니 감정의 켬과 끔이 비교적 수월한 편이다. 물론 과거엔 그 감정에 휘몰려 정말 우울해진 적도 있었는데, 그대로 두면 안 될 것 같았다. 계속 경험하다 보니 머릿속 어딘가에 '우울감'을 저장해놓고 있다 쓰는 노하우가 생기게 됐고, 아무래도 눈물을 흘리는 것에 있어서도 엄청난 에너지가 필요로 하다 보니 틈이 날 때마다 에너지를 스스로 충전해놓는 습관을 기르게 됐다"라고 답했다. 섬세하게 캐릭터를 연구한 덕분일까. 박우영의 진심 어린 연기는 많은 시청자들의 몰입을 이끌어내는 데 성공했다. 특히 화제를 모은 건 첫 번째 증언 신. 사건 장소에서 김상혁(허남준)을 목격한 게 확실하다며 쌓여있던 원망과 울분을 터트리는 그의 모습엔 많은 이들의 호평이 잇따르기도 했다. 박우영은 해당 장면이 본인에게도 만족스러운 장면 중 하나라며 "치밀하게 준비하기보단, 그 순간에 청강이가 되어보자는 마음으로 연기에 임했는데 생각보다 괜찮게 나왔더라. 시청자분들의 반응도 좋아 기뻤다. 해당 신을 찍고 변심된 증언을 하는 신을 바로 촬영하기도 했는데, 당시 촬영장이 밀폐되어 있다 보니 꽤나 더운 환경이었다. 나 때문에 촬영장에 있는 100여 분을 기다리게 할 순 없기에 '최대한 대비되어 보이는 데 집중하자'는 마음으로 빠르게 찍었다"라는 비하인드 스토리도 함께 들려줬다. 반대로 아쉬움이 느껴진 순간은 언제였냐는 질문엔 "대부분의 장면이 아쉬웠지만 특히나 할머니와 동생 청아가 죽었을 때, 화장실에서 홀로 우는 신이 아쉬웠다. 당시 피부약을 먹고 있었는데 약의 부작용 중 눈물샘이 마르는 증상이 있었다. 미리 알고 촬영 들어가기 전엔 약을 끊었는데 약효가 남아있다 보니 눈물이 나오지 않아 당황스러웠다. 눈물을 쏟는 건 물론 공황장애처럼 호흡이 가빠져오는 모습으로 연이어 찾아온 시련에 무너져 내리는 청강이를 보여드렸어야 했는데 그러지 못해 아쉬움이 느껴진다"라고 솔직히 털어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종합적으로 볼 때 '유어 아너'는 내게 '희망의 끈' 같은 작품"이라는 박우영은 "영화에선 '다음 소희'가 내게 가장 큰 희망이자 언제든 붙잡을 수 있는 끈이었는데, 드라마 쪽에서도 희망의 끈이 생긴 것 같아 기쁜 마음이다. 연기의 길을 걷는 게 맞나 싶을 때 '다음 소희'와 '유어 아너'라는 끈을 잡아볼 계획"이라고 설명했다. "'다음 소희'를 찍을 땐 하늘이 무너져 내리는 기분이었어요. 연기에 대해 너무 모르는 상황이었고, 스스로 연기를 너무 못했다고 생각했기에 난 연기를 하면 안 되는 사람이라 생각됐어요. 그 와중에 영화가 칸 영화제를 가니 큰일 났다 싶었죠. 그런데 1년 뒤에 다시 작품을 보니 '감독님의 선택이 옳았구나' '내가 연기에 대해 정말 몰랐고, 내가 정답으로 생각한 게 정답이 아니구나'라는 생각을 하게 됐어요. 연기에 대해 큰 깨달음을 얻는 계기였죠. 인생에서 가장 힘들었던 순간이 전화위복처럼 다가오니, 제게 찾아오는 절망도 더 이상 절망처럼 보이지 않게 됐어요. '유어 아너'도 마찬가지예요. 방송되는 내내 너무 많은 응원을 받았기에 스스로 좀 힘들어질 때면 '유어 아너'를 희망의 끈처럼 다시 되돌아보려 해요." '블랙독'을 시작으로 '다음 소희'와 '조폭인 내가 고등학생이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번 '유어 아너'까지. 본인만의 속도로 차근차근 영역을 넓혀가고 있는 박우영. 그의 다음 목표는 무엇일까. 박우영은 "작품 속 캐릭터로 매 순간 기억되고 싶고, 될 수 있다면 좋은 평가를 계속해 받고 싶다. 연기에 정답은 없지만 정답의 확률을 키워가고 싶다"면서 "내가 생각하는 인생의 길이 있는데 지금까진 80% 정도 이루며 달려온 것 같다. 앞으로도 그 길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고 쭉쭉 갔으면 좋겠다. 물론 유명해지면 좋겠지만 지금은 계속 도전하며, 내가 세운 길을 따라 목표를 하나씩만이라도 이루며 조금씩 나아가고 싶은 마음이다"라고 답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메타코미디클럽, 지니TV]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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