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서브스턴스’ 피 칠갑한 데미 무어가 꼬집은 기괴한 아름다움[스포츠W 임가을 기자]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유명 배우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신세다. 50살이 되는 생일날 그는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후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정체 모를 약물을 권유 받는다. ‘서브스턴스’라는 이름의 주사 한 방은 엘리자베스에게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를 탄생시킨다. ▲ 사진=찬란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스릴러 영화로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수상했다. 연출은 ‘리벤지’의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맡았고,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가 주연으로 활약한다. 영화는 간단한 패턴을 반복하며 진행된다. 서브스턴스라는 약물로 더 나은 버전의 나를 활성화하고, 원래의 내 몸으로부터 추출한 체액을 새로 탄생한 나에게 하루 한 번 주입해 안정시킨다. 비활성화된 원래의 나는 링거를 통해 먹이를 공급받게 되며, 7일이라는 약속된 주기가 끝나면 다시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비활성화되는 방식이다. 핵심은 엘리자베스와 수가 각자에게 주어진 7일이라는 시간을 예외 없이 지켜야 한다는 규칙에 있다.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만들어내는 달콤함에 중독된 수는 이 규칙을 깨게 되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모체인 엘리자베스에게 돌아가며 나와 나의 대립이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 사진=찬란 비교라는 행위에서 오는 열등감과 불만족은 우리에게도 깊게 퍼져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서브스턴스’는 극중 엘리자베스와 수의 관계성을 통해 이러한 감정의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를 좀먹는 자기혐오와 노화에 대한 공포를 함께 이야기한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배우들의 전신 노출은 에로티시즘을 위한 것이 아닌, 엘리자베스와 수의 대비를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장치로 쓰인다. 극중 전라로 화장실 거울 앞에 선 데미 무어는 세월이 몸에 남긴 흔적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인물이 지닌 결핍을 시각적으로 전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집착은 바디 호러로 표현된다. 영화는 엘리자베스의 등을 찢고 탄생하는 수를 시작으로 썩은 손가락, 진물이 나는 보라색 종기 등 신체에서 벌어지는 온갖 기괴한 변화와 살점과 장기가 뭉개지고 부서지는 폭력적인 이미지를 밀착해서 촬영한다. 또 영화는 기괴한 미디어 산업과 이러한 산업에 소비되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련하게 젊음과 아름다움, 인기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엘리자베스 등 뒤에는 그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사회가 있었다. ▲ 사진=찬란 극중 오디션장에서 참가자를 부위별로 뜯어보는 심사위원과 선정적인 앵글로 수를 촬영하는 스태프들, 그리고 그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사장과 주주들은 모두 남성이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더 어리고 섹시할 것을 요구하며 품평을 서슴치 않고, 쓸모가 없어진 나이 든 여성들을 가차없이 갈아끼운다. 이러한 미디어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경각심 하나 없이 흠모하는 대중들은 새로 등장한 얼굴에 열광하는 것과 동시에 뒤쳐진 이들을 조롱하기 일쑤다. 영화 내내 엘리자베스와 수가 벌이는 역겹고도 힘겨운 싸움에서 멀리 떨어져 팔짱만 끼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풍자처럼 느껴지며, 기형적인 산업에 대한 분노는 영화의 후반부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피날레 신에서 확실하게 표출시킨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와 비명 소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장면은 끔찍하지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데미 무어는 캐릭터와 구분 짓기 힘들 정도로 엘리자베스와 물아일체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구보다 이 산업에 오래 종사한 인물로서 솔직하고 용기 있는 열연을 펼친 그는 나이가 든 자기 자신을 영화의 장작으로 사용하며, 타인에게 쉽사리 보여주기 힘든 밑바닥까지 연기로 승화시켜 놀라움을 선사했다. 한편 ‘서브스턴스’는 오는 12월 11일 개봉한다.
[리뷰] ‘서브스턴스’ 피 칠갑한 데미 무어가 꼬집은 기괴한 아름다움[SWTV 임가을 기자] ‘엘리자베스’(데미 무어)는 한때 아카데미상을 수상하고 명예의 거리까지 입성한 유명 배우였지만, 지금은 TV 에어로빅 쇼 진행자로 전락한 신세다. 50살이 되는 생일날 그는 프로듀서 하비(데니스 퀘이드)에게서 어리고 섹시하지 않다는 이유로 해고를 당하고, 돌아가던 길에 차 사고로 병원에 실려간 후 매력적인 남성 간호사로부터 정체 모를 약물을 권유 받는다. ‘서브스턴스’라는 이름의 주사 한 방은 엘리자베스에게서 젊고 아름답고 완벽한 ‘수’(마가렛 퀄리)를 탄생시킨다. ▲ 사진=찬란 ‘서브스턴스’는 나, 그리고 더 나은 버전의 나와의 지독한 대결을 그린 스릴러 영화로 제77회 칸국제영화제 각본상, 제49회 토론토국제영화제 미드나잇 매드니스 관객상을 수상했다. 연출은 ‘리벤지’의 코랄리 파르자 감독이 맡았고, 데미 무어와 마가렛 퀄리가 주연으로 활약한다. 영화는 간단한 패턴을 반복하며 진행된다. 서브스턴스라는 약물로 더 나은 버전의 나를 활성화하고, 원래의 내 몸으로부터 추출한 체액을 새로 탄생한 나에게 하루 한 번 주입해 안정시킨다. 비활성화된 원래의 나는 링거를 통해 먹이를 공급받게 되며, 7일이라는 약속된 주기가 끝나면 다시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비활성화되는 방식이다. 핵심은 엘리자베스와 수가 각자에게 주어진 7일이라는 시간을 예외 없이 지켜야 한다는 규칙에 있다. 더 나은 버전의 내가 만들어내는 달콤함에 중독된 수는 이 규칙을 깨게 되고, 그 대가는 고스란히 모체인 엘리자베스에게 돌아가며 나와 나의 대립이라는 아이러니가 발생하게 된다. ▲ 사진=찬란 비교라는 행위에서 오는 열등감과 불만족은 우리에게도 깊게 퍼져있는 보편적인 감정이다. ‘서브스턴스’는 극중 엘리자베스와 수의 관계성을 통해 이러한 감정의 화살을 자기 자신에게 돌리며, 스스로를 좀먹는 자기혐오와 노화에 대한 공포를 함께 이야기한다. 개봉 전부터 화제가 된 배우들의 전신 노출은 에로티시즘을 위한 것이 아닌, 엘리자베스와 수의 대비를 극단적으로 나타내는 장치로 쓰인다. 극중 전라로 화장실 거울 앞에 선 데미 무어는 세월이 몸에 남긴 흔적들을 적나라하게 드러내며 인물이 지닌 결핍을 시각적으로 전한다. 이러한 아름다운 육체에 대한 집착은 바디 호러로 표현된다. 영화는 엘리자베스의 등을 찢고 탄생하는 수를 시작으로 썩은 손가락, 진물이 나는 보라색 종기 등 신체에서 벌어지는 온갖 기괴한 변화와 살점과 장기가 뭉개지고 부서지는 폭력적인 이미지를 밀착해서 촬영한다. 또 영화는 기괴한 미디어 산업과 이러한 산업에 소비되는 여성들에 관한 이야기이기도 하다. 미련하게 젊음과 아름다움, 인기에 대한 욕심을 놓지 못하는 것처럼 보이는 엘리자베스 등 뒤에는 그를 벼랑 끝까지 몰아붙인 사회가 있었다. ▲ 사진=찬란 극중 오디션장에서 참가자를 부위별로 뜯어보는 심사위원과 선정적인 앵글로 수를 촬영하는 스태프들, 그리고 그를 고용하고 해고하는 사장과 주주들은 모두 남성이다. 이들은 여성들에게 더 어리고 섹시할 것을 요구하며 품평을 서슴치 않고, 쓸모가 없어진 나이 든 여성들을 가차없이 갈아끼운다. 이러한 미디어가 만들어낸 아름다움을 경각심 하나 없이 흠모하는 대중들은 새로 등장한 얼굴에 열광하는 것과 동시에 뒤쳐진 이들을 조롱하기 일쑤다. 영화 내내 엘리자베스와 수가 벌이는 역겹고도 힘겨운 싸움에서 멀리 떨어져 팔짱만 끼고 있는 그들의 모습은 그 자체만으로도 풍자처럼 느껴지며, 기형적인 산업에 대한 분노는 영화의 후반부의 폭발적인 에너지를 지닌 피날레 신에서 확실하게 표출시킨다. 분수처럼 쏟아지는 피와 비명 소리가 적절하게 어우러지는 장면은 끔찍하지만 묘한 카타르시스를 선사한다. 이번 영화에서 주인공으로 활약한 데미 무어는 캐릭터와 구분 짓기 힘들 정도로 엘리자베스와 물아일체 된 모습을 보여주었다. 누구보다 이 산업에 오래 종사한 인물로서 솔직하고 용기 있는 열연을 펼친 그는 나이가 든 자기 자신을 영화의 장작으로 사용하며, 타인에게 쉽사리 보여주기 힘든 밑바닥까지 연기로 승화시켜 놀라움을 선사했다. 한편 ‘서브스턴스’는 오는 12월 11일 개봉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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