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 연극 ‘일리아드’ 전쟁을 노래하는 내레이터…지금도 살아있는 그들의 대사[스포츠W 임가을 기자] 전쟁이 끝나지 않는 한 멈출 수 없는 내레이터와 뮤즈. 그들이 전하는 기원전 13세기, 치열했던 그리스와 트로이의 전쟁. 영웅과 신, 죽어가는 병사들이 한 데 뒤섞이는 장렬한 순간을 노래한다. 연극 ‘일리아드’는 호메로스의 고대 그리스 서사시 ‘일리아스’를 원전으로 하는 작품이다. 2010년 미국에서 초연됐고, 2012년에는 오프 브로드웨이에서 공연을 올렸다. 국내에서는 2021년 초연을 올렸고 올여름 재연으로 다시 대학로 무대를 찾았다. ▲ 사진=더웨이브 원전 ‘일리아스’는 현존하는 고대 그리스 문학의 가장 오래된 서사시다. 트로이 성을 두고 그리스 연합군과 트로이 사이에 벌어진 10년 동안의 트로이 전쟁 중 마지막 약 50일을 다룬 이야기를 담았다. 트로이의 왕자 헥토르와 그리스의 장군인 아킬레스, 두 사람을 중심으로 한 싸움과 비극을 그린다. ‘일리아드’는 너무 멀다 못해 판타지처럼 느껴지기도 하는 고대 그리스의 이야기와 우리가 살아가고 있는 현대 사회를 분노와 전쟁이라는 키워드로 연결한다. 두 사회를 한데 묶는 매개체는 무대에 오르는 유일한 배우, 내레이터다. 내레이터는 고대 그리스 때부터 현재까지 존재해 온 초월적 인물이다. 관객들이 극장에 들어올 때부터 다시 나갈 때까지 무대 위에서 벗어나지 않고, 그 다음 회차에서도 여전히 무대에서 새로운 관객들을 맞이한다는 점이 이를 직접적으로 보여준다. 무대에서 내려가지 못하는 내레이터는 고대 그리스의 서사시가 왜 2024년의 대학로에서 되풀이되고 있는지를 일러준다. 내레이터가 노래하는 분노와 그로 인해 발생하는 전쟁, 되풀이되는 폭력과 죽음의 흐름은 지금도 벗어나지 못한 굴레이기 때문이다. ▲ 사진=더웨이브 참혹한 전쟁의 현장을 무대 위로 가져온 내레이터는 객석에 앉아있는 관객들이 이 이야기를 ‘나와는 거리가 먼,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로 느끼는 것에 그치지 않게끔 다양한 시도를 한다. 내레이터는 제삼자의 입장으로 위에서 내려다 본 전장의 그림을 묘사하는 것이 아니라 무기를 들고 싸운 그들의 곁에서 느낀 뜨거운 온도와 귀로 들은 소리 등의 감각을 말해준다. 또 숫자가 아닌 개인으로 희생자들을 이야기 하는 내레이터는 전쟁의 최전선에 흩뿌려진 사체를 하나하나 가리키며 가족 중 처음으로 대학 입학을 앞뒀고, 노래하기를 좋아했던 소년들에게 깃든 이야기를 말해 평소 휴대폰 액정 너머로 남 일처럼 마주했던 전쟁의 참상을 피부로 와닿게 만든다. 이 모든 것의 원인인 ‘분노’에 관한 이야기도 마찬가지다. 내레이터는 분노에 등급과 점수를 매기지 않는다. 죽마고우와 그리스 인을 위해 전장에 나섰지만 잔인하게 트로이 사람들을 학살하게된 파트로클로스, 아주 괜찮은 남자이지만 야만적으로 시체의 갑주를 쥐어 뜯게 된 헥토르를 통해 우리도 그들과 다르지 않음을 상기시킨다. 작품이 가진 메시지는 극 중 내레이터가 ‘가장 좋아하는 부분’이라며 강조하는 첨언으로 알아차릴 수 있다. 분노를 그저 놓아버리는 것. 분노라는 중독적인 감정을 원동력으로 해 꼬리에 꼬리를 무는 비극의 대물림을 그저 놓아버리는 것으로 멈출 수 있다고 말한다. 매우 간단하고 명료한 해답이지만 헥토르의 죽음을 추모한 후 또 다시 전쟁이 계속 됐고, 애초에 여전히 전쟁을 노래하는 내레이터가 무대 위에 서서 노래한다는 점이 많은 생각을 안겨준다. ▲ 사진=더웨이브 내레이터의 이야기로 진행되는 ‘일리아드’는 배우에 따라서 공연의 구성이 많이 다르다. 각 내레이터의 상징물과 무대 위 소품도 다르고, 심지어 공연 시간까지 다르다.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방식도 매우 다르기 때문에 기본이 되는 대본을 틀로 해서 나머지는 배우가 만들어나간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1인극이기 때문에 배우가 소화해야하는 대사도 방대하다. 극 중 등장하는 수많은 신들과 인간을 배우 한 명이 홀로 소화해낸다. 그리스와 트로이, 남자와 여자, 청년과 노인을 넘나들며 연기하는 배우들은 각자의 개성에 맞춰 인물들을 표현해낸다. 내레이터에게는 뮤즈가 함께한다. 드럼 세트, 클래식 기타, 아코디언으로 배우마다 짝을 이뤄 음악을 연주하는 뮤즈는 하나의 악기로 다채로운 소리를 내 극의 풍성함을 더한다. 연기로 드러나는 뮤즈와 내레이터의 각기 다른 관계성을 보는 것도 작품의 묘미 중 하나다. 현실과 함께 걸어가는 서사시 ‘일리아드’는 지난 2021년 초연 때보다 대사가 추가됐다. 초연과 재연 사이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과 이스라엘-하마스 전쟁이 일어난 것이 그 이유다. 여전히 분노로 점철된 세계에서 ‘일리아드’의 대본은 지금 이 순간도 길어지고 있다. 한편, 연극 ‘일리아드’는 황석정, 최재웅, 김종구 등이 출연하며 오는 9월 8일까지 예스24아트원 2관에서 공연된다.
농어촌민박 바비큐·수영장 마련 허용… '조식만 가능' 규제도 완화세종//아시아투데이 정영록 기자 = 농림축산식품부가 농어촌민박도 바비큐장, 수영장 등 시설을 갖출 수 있도록 규모 제한을 완화할 방침이다. 또 기존에 조식만 제공할 수 있었던 식사 규제도 풀기로 했다. 농식품부는 3일 이같은 내용을 담은 '농어촌민박 제도 개선 및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그간 안전 문제, 농촌 난개발 등 우려로 규제 완화에 한계가 있었다"며 "최근 농촌 관광에 대한 관심이 높아짐에 따라 농어촌민박을 농촌 개발 수단 등으로 활용하기 위해 개선 방안을 마련했다"고 설명했다. 그간 농식품부는 사업장 난립 등 부작용을 최소화하기 위해 주택규모를 230㎡ 미만으로 제한해 왔다. 하지만 최근 관광수요가 고급화·다양화되고 객실 외 시설에 대한 요구가 증가함에 따라 규모기준 확대 요구가 있어 왔다. 이에 농식품부는 관련 법을 개정해 객실 상한(10개) 이내에서 지방자치단체 조례로 면적기준을 정할 수 있도록 권한을 위임할 예정이다. 또한 농어촌민박에 대한 식사..
'돌풍' 몰고온 설경구, 30년 만에 드라마 "새로운 도전"[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거세게 불기 시작한 '돌풍' 속에서 배우 설경구가 '미친 열연'으로 질주하며 시청자들을 전율케 한다. 설경구에 의한, 설경구를 위한 넷플릭스 시리즈 '돌풍'이다. 지난달 28일 공개된 '돌풍'은 세상을 뒤엎기 위해 대통령 시해를 결심한 국무총리와 그를 막아 권력을 손에 쥐려는 경제부총리 사이의 대결을 그린 작품. 극 중 설경구가 연기한 박동호는 부패한 정치권력을 청산하기 위해 기꺼이 손에 피를 묻히는 국무총리다. 활발한 작품 활동을 펼쳐온 가운데 장르를 불문하고 다양한 캐릭터를 통해 변신을 거듭해 온 설경구는 30년 만에 '돌풍'으로 시리즈 도전에 나섰다. "'돌풍'이 또 새로운 도전인 것 같다"라고 밝힌 바 있는 설경구의 말처럼 그는 세상을 뒤엎기 위해 스스로 악이 되어 거센 소용돌이를 일으키는 캐릭터를 그야말로 '돌풍' 그 자체의 인물로 완벽히 소화하며 극 중심을 이끈다. <@1> 그간 권투선수 출신의 형사, 특수부대원, 알츠하이머에 걸린 연쇄살인범 등 출연작마다 독보적인 캐릭터 소화력으로 '인생캐 메이커'로 각인되어 온 설경구는 이번에도 '박동호' 캐릭터에 자신의 얼굴을 부여했다. 쫄깃한 전개와 예측 불허 반전 속에 거침없이 폭주하는 박동호를 통해 극의 강약을 탁월하게 조절하고 긴장감의 완급을 자유자재로 조율하며 극에 빠져들게 한다. 뿐만 아니라 설경구는 그와 함께 맞붙는 김희애는 물론 김미숙, 김영민, 김홍파, 임세미, 전배수, 김종구, 장광, 박근형까지 누구 하나 빼놓을 수 없는 베테랑 배우들과의 완벽한 연기 앙상블로 몰입도를 극대화한다. 여기에 설경구의 수트 스타일링도 놓칠 수 없는 포인트 중의 하나. '불한당', '킹메이커' 등 감각적인 스타일링으로 화제가 된 바 있는 설경구는 이번 '돌풍'에서도 '박동호' 캐릭터다운 깔끔하고, 클래식한 수트 스타일링으로 극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돌풍'의 중심에서 시작과 끝을 책임지며 인물에 동기화해 '완벽한 캐릭터화'를 이뤄낸 설경구, '돌풍'을 꼭 볼 수밖에 없는 이유다. [스포츠투데이 임시령 기자 ent@stoo.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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