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BS PD협회 "20여 년간 못 봤던 초유의 억압 사태, 배후 밝힐 것" [종합]역사저널 그날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KBS PD협회 측이 제작본부장의 무리한 MC 교체 통보에 의문을 표하며 녹화 재개를 간절히 희망했다. 앞서 지난 13일, KBS1 시사·교양프로그램 '역사저널 그날' 제작진은 KBS 사측이 전직 KBS 아나운서 조수빈을 MC 자리에 '낙하산'으로 앉히려 했지만, 이게 무산되자 프로그램 폐지를 통보했다 주장했다. 이와 관련 '역사저널 그날'의 신동조, 김민정, 최진영, 강민채 PD는 성명을 내고 "이제원 제작1본부장이 지난 10일 오전 국장을 통해 '역사저널 그날'을 기한 없이 보류하고 제작진을 해산시키라 지시했다"라고 밝히며 "이미 4월 초 유명 배우가 MC로 확정됐는데, 이 본 부장은 첫 녹화를 며칠 앞둔 25일 이상헌 시사교양2국장을 통해 조수빈을 낙하산 MC로 앉히라 통보했다. 이후 녹화가 보류되자 프로그램 자체를 없애버렸다"라고 주장했다. 조수빈은 대통령 직속 국민통합과 미디어 특별위원회 위원이자, 백선엽장군기념사업회 이사를 맡고 있다. 제작진 측이 언급한 기존 MC는 한가인으로 알려졌다. KBS PD협회는 14일 오후 서울시 영등포구 여의도 KBS 본관 앞에서 긴급 기자회견을 열고 이번 사태의 심각성에 대해 재차 강조했다. 기자회견에는 김세원 KBS PD협회 회장, 김은곤 KBS PD협회 부회장, 조애진 언론노조KBS본부 수석부위원장, 기훈석 언론노조 KBS본부 시사교양 중앙위원이 참석했다. ◆ "제작본부장, 3일 앞두고 갑자기 MC 교체 통보" 이날 김은곤 부회장은 "조수빈의 MC 기용과 관련해 3일 전 제작본부장의 일방적인 통보를 받았고, 의견을 달리하자 프로그램 무기한 보류, 제작진 해산과 같은 사실상 프로그램 해체 통보를 받았다"라고 밝혔다. 이어 김 부회장은 이 사태가 벌어진 경과를 순서대로 보고했다. "녹화를 불과 3일 앞두고 일방적인 MC 교체 통보를 하는 건 제작 사상 유례없는 일"이라고 강조하며 "2월 11일 445회 방송을 마치고 '역사저널 그날'은 약 3개월간의 개편 과정을 거쳤다. 이후 4월 4일 새 MC로 유명 배우를 섭외했고, 다음 날 제작본부장에 보고했다. 그렇게 프로그램 아이템 5편을 추진하고 있는 과정에서 MC로 섭외된 유명 배우 외에도 외부 패널 출연진들의 섭외도 마친 상황이었고, 30일 첫 녹화를 앞둔 상황이었다"라고 운을 뗐다. "그런데 주말을 제외한 3일을 앞둔 25일, 제작본부장은 돌연 조수빈을 MC로 기용하라 통보했다"라고 설명하며 "다음날 본부장 면담을 요청했지만 거부당했고, 프로그램 녹화 역시 잠정 연기 통보를 받았다. 이와 관련해 긴급TV편성위원회에 요청했지만 묵살됐다. 이에 따라 결국 첫 녹화는 불발된 상황이며, MC를 비롯한 외부 패널에게 연기 통보를 할 수밖에 없었다"라고 전했다. 김세원 회장이 마이크를 넘겨받았다. 그는 "제작진은 프로그램을 보는 사람들, 국민의 입장에서 어떤 프로그램을 보고 싶은가, '역사저널 그날'을 누가 진행하는 게 좋겠는가, 제작진은 3달의 고민 끝에 아주 유명한 배우를 섭외할 수 있었다. 하지만 제작본부장은 다른 사람에 의해 선정된 다른 MC를 언급했고, 그 과정에서 제작진의 의견은 철저히 무시됐다. 이후 결정된 건 제작진 해산과 제작 중단이었다. 그렇게 KBS의 역사를 함께한 '역사저널 그날'을 당분간 볼 수 없게 됐다"라며 "제작진 측은 당장 지금이라도 방송이 재개되길 강력히 요구하고 있다. 하지만 이 문제가 이번 주 내에 해결되지 않는다면 KBS 모든 경영진에게 책임을 묻고 강경히 투쟁하도록 하겠다"라고 경고했다. ◆ "이유도 없는 MC 교체 통보, 22년간 근무하는 동안 처음 보는 행보" 조애진 부위원장과 기훈석 위원은 더 강력하게 KBS 사측의 강압적인 태도에 불만을 표하기도 했다. 먼저 조 부위원장은 "밖에서는 KBS가 아무것도 안 하는 것처럼 보일 수 있다. 사실 시사교양국의 CP 팀장들은 매일같이 말도 안 되는 지시로 고통받고 있고, 평 PD들은 중간 간부들이 마지못해 전하는 지시에 따져 물어보기도, 거부를 하기도, 체념도 하면서 하루하루를 버티며 살고 있다. 이런 매일매일이 기사화되지 않을 뿐, 우린 프로그램과 제작자의 명예를 지키기 위해 정말 많은 에너지를 쓰고 있다"라고 운을 뗀 뒤, "이전엔 프로그램을 만드는 데에만 우리 에너지를 온전히 썼다면, 지금은 불합리한 지시와 탄압을 막는데 에너지를 나눠써야 한다는 게 통탄스럽다. 정말 화가 나는 건 이런 짓을 우리가 6~7년마다 되풀이하고 있다는 점이다"라는 그는 "KBS는 국민의 방송이라 하지 않냐. 그런데 국민의 방송에 숟가락 얹으려는 사람이 왜 이렇게 많냐. 우리 대한민국 국민이 다 같이 각자 2500원씩 내서 권력과 자본에 흔들리지 말고 사회에 꼭 필요한 얘기를 하라 숙제 받은 곳이 KBS다. 우리 다 이 공영방송, 다 엄청나게 공부하고 시험 봐서 입사한 곳인데, 왜 들어와서 다른 짓을 하는지 모르겠다"라고 전했다. 다시금 "이 프로그램은 누군가의 것이 아니다. 밖에 나가서 프로그램 팔고 다니지 말고, 할 말 있으면 제작 과정에서 치열하게 논쟁하고 제작 논리로 말씀하시길 바란다"라고 강조한 그는 "바로 그 민주적인 제작 방식 자체가 우리 공영방송 존재의 의의다. 나에게 출연자 최종 결정권이 있으니 나에게 위임 권한이 있으니 내 마음대로 다 할 수 있다는 말씀 하실 거면 유튜브로 가시길 바란다. 언론의 역할이 뭔지도 모르는 사람과 같이 일할 수 없다"라고 말했다. 이어 기 위원은 "원래대로라면 제작진이 직접 나와 상황을 설명드리는 게 맞다. 하지만 회사 측은 '항명이다' '명령 불복종이다'라며 협박하고 있는 상황이라, 불가피하게 내가 나와 이렇게 전하게 됐다"라고 상황을 설명하면서, "외부에는 이번 주에 알려졌지만 제작진은 지난 3주 동안 어떻게든 프로그램을 살려보려 노력했다. 그걸 옆에서 지켜보면서 드는 의문은 '누가, 무슨 이유로 조수빈 씨를 꽂았냐'이다. 누구의 청탁, 지시로 앉히려 했냐는 거다. 이렇게 강하게 말하는 이유는 너무 예외적이기 때문이다. KBS에서 PD 생활을 한 지 22년 차인데, 그간 각종 외압부터 MC 교체, 아이템 변경 사례는 수도 없이 많았다. 하지만 이번 사례는 무리수가 많다. 일단 보통 자리를 나눠줄 땐 특집 프로그램이나 코너로 가지, KBS 유명 대표 프로그램의 MC로는 앉히려 하지 않는다. '역사저널 그날'은 지난 10년 동안 정치적 논란이 전혀 없었던 프로그램이다. 예를 들어 박정희 시대의 역사를 다룬다면, 독재의 그늘을 다루면서도 경제 성장 부분을 함께 다루기도 했다. 그래서 지금까지 400회까지 방송됐지만 정치적 이슈로 시비, 지적을 받은 적 없다. 이런 프로그램에 무리하게 MC를 지정하지 않는다"라고 의문을 표했다. "무리한 지시는 이뿐만이 아니다"라는 기 의원은 "녹화 3일 전에 MC를 바꾸라 한 것이 대표적이다. 지금껏 여러 외압을 받아봤지만 프로그램 MC를 교체하려면 최소 한 달 전엔 말하고 제작진과 싸운다. 3일 전 교체는 안 된다는 건 누구나 알지 않냐. 그리고 이유가 없다. 유명 배우와 조수빈 씨의 차이는 다 아실 거라 생각한다. 비유하자면 윤석열 대통령과의 인터뷰가 잡혀있는 상황에서 지역 구의원 인터뷰로 바꾸라는 지시를 갑자기 받은 꼴이다. 그 이유는 그 의원이 능력이 있기 때문이고, 그걸 거부하면 항명이고 명령 불복종이라 하는 꼴이다. 지난 20년간 KBS를 다니며 말도 안되는 지시를 받아왔지만 늘 이유는 있었다. 하지만 이번엔 그런 이유도 없다"라고 전했다. 이어 그는 "본부장을 제외한 모든 PD가 조수빈 씨가 들어오는 걸 반대하고 있다. 팀장은 물론이고 CP, 시사 교양을 전반적으로 책임지는 국장 역시 반대하고 있다. 이 정도로 무리하면 보통 지시를 철회한다. 그런데 왜 이렇게 무리한 지시를 명령하는지 납득할 수가 없다. 또 현재 조수빈 씨가 출연을 거절한 상태다. 그럼 이제 녹화를 진행하면 되는데 특정 아나운서가 출연을 거절했다고 현재 프로그램은 폐지를 앞두고 있다. 상황이 이렇다 보니 계속 의문이 든다. 그 배후를 밝히려 끝까지 노력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 "조수빈이 섭외 받은 적 없어? 말도 안 된다" 준비한 성명문 낭독을 마친 네 사람은 이후 질의응답 시간을 가지며 부족한 부분에 대한 설명을 이어갔다. 먼저 기 위원은 진상 조사 여부에 대해 "진상 조사 이후 간부 및 임원들마다 말이 다 다르다. 전형적인 책임 돌리기로 보인다. 제작본부장은 경영진이 결정한 것이기에 내 손을 떠났다고 얘기하고, 부사장은 그런 말 한 적이 없다 한다. 지금쯤이면 공식적인 결과가 나왔어야 하는데 나온 게 전혀 없다. '임원 회의 결정 사항이니 제작은 무기한 보류이다'라는 게 지금까지 나온 전부다"라고 말했다. 이어 조수빈 측이 '섭외 받은 적도 없다'라며 '낙하산 설'을 부인한 것에 대해선 "어떻게 섭외를 전혀 받은 적이 없다면서, 그쪽 매니저가 먼저 저희한테 연락이 와 '저희 스케줄이 안 돼 못하겠다'는 말을 하냐. 그게 정말이라면 제작진도 모르는 회사가 조수빈 씨와 따로 얘기했다는 건데 그건 더 문제이지 않냐. 그 연락이 왔다는 것 자체로 이미 그 주장은 성립하지 않는다 판단하고 있다"라고 답했다. 갑작스러운 제작 중단으로 인해 입은 피해 규모에 대해서도 밝혔다. 기 위원은 "현재로서는 부사장이 '지금까지의 비용은 회사 비용으로 털라'라고 지시했다. 아직 제작진에게 책임을 묻진 않았다"라면서 "통상적으로 억 단위가 넘을 것이라 생각되고 있다. 나중에 문제가 심각해진다면 배임 문제로도 물을 수 있을 거라 생각한다. 아무 이유도 없이 피 같은 제작비가, 국민의 수신료가 날아가고 있는 데다가 100명이 넘는 스태프들의 생계에 문제가 생기지 않았냐. 그럼에도 끝까지 모른 척하고 회사에서 돈 털어줄 테니 문제 제기하지 말라는 건 문제가 있다 생각한다"라고 전했다. [티브이데일리 김종은 기자 news@tvdaily.co.kr / 사진=KBS1 '역사저널 그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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