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1년에 1~2명씩 올라와주면 좋죠.”
지난 10월 한국시리즈 준비기간이었다. KIA 타이거즈 이범호 감독과 다소 여유를 갖고 대화하다 자연스럽게 젊은 선수들이 화두에 올랐다. 이범호 감독은 그 자리에서 위와 같이 말하며, 조직의 정체를 경계했다. 2군 총괄코치를 해본 만큼, 2군 선수들의 동기부여의 중요성도 잘 알고 있다.
2023년과 2024년 주요 멤버는 같았다. 대신 구성이 조금 달랐다. 야수진에는 한준수가 주전급으로 성장했고, 변우혁은 드디어 가능성을 보여줬다. 이적생 서건창도 제 몫을 했다. 마운드에는 황동하와 김도현이 선발진에 자리잡았고, 곽도규가 필승조로 성장했다.
내년에도 뉴 페이스들이 1군에 온다. 이범호 감독은 지난 11일 체육기자의 밤 시상식을 앞두고 2025 신인드래프트 1라운더 김태형과 4라운더 양수호의 미국 어바인 스프링캠프 합류 가능성을 시사했다. 정재훈 투수코치와 상의해야 한다면서도, 굉장히 긍정적이었다.
둘다 오키나와 마무리캠프에서 직접 지켜봤다. 김태형을 두고선 “낭창하게 던진다”라는 말이 나왔다. 이범호 감독이 가까이에서 자신을 지켜보거나 말거나 그냥 자기 투구를 했다는 후문이다. JTBC 최강야구 레전드들은 “갖고 놀던데요”라고 했다. 145km 이상의 포심에 커맨드, 경기운영능력이 좋아 선발투수로 성장할 가능성이 충분하다는 평가다.
양수호는 한 마디로 오른손 곽도규다. 스리쿼터인데 공 움직임이 굉장히 지저분하고, 타자들이 싫어하는 폼을 갖췄다는 게 이범호 감독의 평가다. 스피드 대비 구위가 좋고, 도망가는 피칭을 하는 스타일이 아니라는 점에서 성장이 기대된다.
김태형과 양수호는 선발과 불펜에서 멀지 않은 미래에 한 자리씩 차지할 만한 잠재력이 풍부하다. 단, 내년에 당장 1군 주력투수들에게 위압감을 심어줄 것인지는 미지수다. KIA 마운드의 무게감은 리그 최강이다. 이들이 메기 효과를 극대화하려면, 우선 자신들의 경쟁력을 극대화할 수 있어야 한다.
김태형만큼 어바인행이 확정적인 선수, 그리고 2025시즌에 실질적으로 메기 역할을 제대로 해줘야 할 선수는 역시 멀티 내야수 윤도현이다. 이미 정규시즌 우승 확정 후 1군에 올라와 마음껏 치고 달렸다. 중~고교 시절 김도영의 라이벌일 정도로 대단한 재능의 소유자였다. 김도영의 동기지만, 지난 3년 내내 그라운드보다 병원과 친하게 지냈다. 과욕을 부리다 부상했고, 운 없이 부상하기도 했다.
이범호 감독은 올 시즌에도 윤도현이 아프지만 않았다면 1군 전천후 백업으로 썼을 것이라고 얘기했다. 오키나와 스프링캠프의 MVP일 정도로 시즌 준비를 잘 했다. 이번엔 다를 것이란 전망이 나온 순간 내복사근에 이어 2군 경기서 손목을 또 다쳤다.
윤도현은 착실하게 시즌 준비만 하면 내년에 1군에 가장 모습을 많이 드러낼 만한 뉴 페이스다. KIA는 FA 서건창과 재계약해도 내야 백업 한 자리가 더 필요할 수 있다. 올 시즌 홍종표가 그 자리를 메웠으나 시즌 막판 이탈했다. 윤도현은 1루를 제외한 내야 전 포지션을 소화할 수 있다는 걸 지난 3년간 2군에서 보여줬다. 재능을 보면 더 이상 2군에선 보여줄 게 없는 선수다. 내년엔 이른바 ‘백업 주전’으로 자리잡을만한 시기다.
KIA는 빡빡한 팀 페이롤에도 조상우를 영입해 통합 2연패 도전을 확고하게 했다. 내년이 끝나면 양현종, 박찬호, 최원준, 조상우, 한승택, 이준영 등 최소 6명이 FA 자격을 얻는다. 경쟁균형세 변수도 있고, FA 변수도 있어서 2025시즌 이후엔 젊은 선수들의 성장이 더 중요해질 수 있다. 그렇다면 내년이야 말로 뉴 페이스들이 탄탄한 기둥 속에서 튀어나올 절호의 기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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