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전력 손실을 메워야 하지 않을까요.”
KIA 타이거즈 심재학 단장은 2023시즌을 6위로 마치자마자 외국인선수 스카우트 전담팀을 만들었다. 이 팀과 데이터분석팀을 자신의 직속으로 두는, 프런트 체제 변경을 단행했다. 결과적으로 이 결정은 KIA의 V12에 중요한 밑거름이 됐다.
전임감독이 호주 캔버라 스프링캠프 직전에 불미스러운 일로 물러나자, 이를 수습하는 몫은 심재학 단장에게 있었다. 많은 사람이 올해 KIA가 달라진 이유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하면 이범호 감독의 선임이라고 한다. 심재학 단장은 2월13일에 이범호 감독 체제를 안착, 스프링캠프 감독 부재 사태를 보름 이상 끌고가지 않았다. 비상시국에선, 구단을 가장 잘 아는 사람이 감독 최적임자라고 봤다.
5월에는 올해 에이스로 뽑은 윌 크로우가 토미 존 수술을 받기로 하면서 비상이 걸렸다. 그러자 KIA는 대체 외국인선수 규정을 활용, 캠 알드레드를 뽑았다. 알드레드에게 풀 개런티를 주며 승부수를 띄웠다. 그러나 알드레드의 기량이 살짝 미흡하다고 판단하자 과감하게 내보내고 에릭 라우어를 정식으로 영입했다. 이 과정에서 크로우도 웨이버 공시하면서 보류권을 포기했다. 라우어가 결국 V12에 힘을 보태면서, 심재학 단장의 외국인투수 교체는 끝내 성공했다.
최대위기는 에이스 제임스 네일의 돌발 턱 부상이었다. 8월24일 창원 NC다이노스전이었다. 심재학 단장은 한밤 중에 창원시 전역을 뒤져 치료할 병원을 알아봤다. 여의치 않자 네일을 서울 아산병원으로 옮겨 다음날 수술을 받게 했다.
KIA는 당시 네일이 인간으로서 정상적으로 생활할 수 있도록 돕는 것에 초점을 뒀다. 시즌 아웃은 당연히 각오했다. 심재학 단장은 수술 이후에도 재활기구를 구단 지정병원에 보내는 등 네일을 살뜰하게 돌봤다. 네일의 대체 외국인투수 에릭 스타우트는, 네일이 최악의 위기를 넘기자 영입 작업에 착수했다. 야구가 인간의 삶보다 중요한 가치를 지닌 건 아니기 때문이다.
KIA는 올해 관중 125만9249명을 모았다. 무려 30차례 매진에 성공했다. 단순계산상 모든 광주시민이 시즌 중 한번은 광주KIA챔피언스필드를 찾았다. 그만큼 올해 광주의 야구열기는 대단했다. ‘삐끼삐끼’ 등 세계적인 밈이 탄생한 덕도 있었고, ‘김도영 신드롬’이 일어난 것도 사실이다.
그러나 구단이 열과 성을 다해 고객을 유치하기 위해 노력한 것도 무시할 수 없다. 심재학 단장은 프런트 해당 파트를 전폭적으로 지원하며 KIA 팬들의 성원에 보답했다. 그렇게 올해 KIA챔피언스필드는 야구장을 넘어 야구 테마파크에 가까울 정도의 상징성이 있었다.
심재학 단장은 KIA가 V12을 달성한 뒤에도 거의 쉴 날이 없다. 한국시리즈 우승 후 딱 이틀만 쉬고 2025시즌 준비에 돌입했다. 오히려 시즌을 가장 늦게 마치는 바람에 다른 팀들보다 전력 보강 시작 시점이 늦었다며 자신과 구단에 긴장감을 불어넣었다.
심재학 단장은 우선 이범호 감독의 기존 계약파기 및 최고대우 계약을 이끌어냈다. 오키나와 마무리훈련도 충실히 준비했다. 네일의 재계약과 함께, 나머지 외국인선수 두 자리를 애덤 올러(투수), 패트릭 위즈덤(타자)으로 채웠다.
네일에게 스위퍼가 있다면, 올러에겐 슬러브가 있다. 150km대 초반의 패스트볼에 확실한 주무기를 갖춘 투수다. 위즈덤은 메이저리그에서 3년 연속 20개 이상의 홈런을 쳤다. 심재학 단장은 메이저리그 윈터미팅까지 직접 누비며 이들의 계약을 이끌어냈다.
FA 시장에서 장현식(LG 트윈스)을 잃었지만, 트레이드 시장에서 조상우를 영입하면서 ‘반전 드라마’를 썼다. 키움 히어로즈에 2026년 신인 1라운드와 4라운드 지명권을 내줬으나 통합우승을 차지하면서 10순위 신인을 내주게 된다. 데미지를 최소화하면서 검증된 우완 불펜을 영입하는 수완을 발휘했다. FA 임기영도 잔류 계약을 이끌어냈다.
KIA는 조상우를 영입하면서 2025시즌에도 통합우승 후보 1순위다. 통합 2연패를 해내면 타이거즈 왕조로 가는 기틀을 다질 수 있다. 그러나 심재학 단장은 왕조란 단어를 쓰지 않기로 했다. 오히려 ‘도전’이란 단어를 사용하며 스스로를 채찍질했다. 실제 구단 자체적으로 여기서 안주하면 수성보다 추락의 확률이 높다고 분석한 상태다.
심재학 단장은 조상우 트레이드에 대해 “장현식 정도의 선수라면, 빠져나간 빈 자리를 메우는 게 쉽지 않다. 전력 손실을 메워야 하지 않을까 생각했다. 이범호 감독님과 뜻을 모았고, 프런트 여러 부서와 회의를 거쳤다. 우리구단에 해볼 만한 승부”라고 했다.
심재학 단장은 쉬지 않고 또 다시 뛴다. 왕조라는 단어를 버린 건, 역설적으로 왕조의 기틀을 닦는 시발점이 될 수 있다. 향후 행보가 주목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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