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2026년에 (안)우진이, (김)재웅이 돌아온다.”
키움 히어로즈는 대놓고 2026년을 위한 리빌딩 중이라고 얘기한다. OK다. 모든 구단의 방향성이 윈-나우일 필요는 없다. 키움도 2023년 진지하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다가 주축들 줄부상으로 실패한 뒤 자체 경쟁력 약화를 절감, 리빌딩으로 선회한 케이스다. 리빌딩을 선언한 팀은 안 좋은 성적, 프랜차이즈 스타의 트레이드에 대한 팬들의 성토를 달게 받아들이면 된다.
대신 밝은 미래, 청사진을 팬들에게 확실하게 제시해야 할 의무가 있다. 현재까지 이 부분은 명확하지 않다. 고형욱 단장은 마운드는 나름대로 계획한대로 가고 있다고 했다. 최근 2~3년간 신인드래프트 상위 지명투수들이 차곡차곡 성장할 것이라고 확신했다.
오히려 문제는 장타력이 떨어지는 타선이라고 바라봤다. 정확한 현실 인식이다. 일단 외국인타자를 2명(야시엘 푸이그, 루벤 카디네스)으로 세팅한 뒤, 좀 더 좋은 경험을 하면서 국내타자들의 경쟁력을 올리는 방법을 택했다.
그러나 마운드에 걱정이 없는 건 아니다. 외국인타자 2명 체제는 곧 외국인투수 1명 체제를 의미한다. 그리고 이는 젊은 투수들에게 선발투수로 성장하는 판을 깔아주는 의미가 강하다. 고형욱 단장은 최근 집중적으로 뽑은 저연차 투수들에게 동기부여를 주기 위한 차원에서 외국인타자 2명 체제를 택한 측면도 있다고 했다.
그렇다면 2026년에 맞춰 에이스 안우진이 돌아오기까지 절대적으로 해야 할 과제가 있다. 토종 선발투수 육성이다. 그냥 토종 선발투수 육성도 아니고, 안우진에 버금가는 강력하고 안정적인 선발투수 육성이 절실하다. 절대 쉬운 일이 아니다. 선발투수 한 명 만드는 게 보통 일이 아니다. 그래도 키움이 이 길을 택했다면 그렇게 해야 한다.
키움은 이미 작년에 무려 12명의 투수를 선발로 썼다. 엔마누엘 데 헤이수스와 아리엘 후라도가 각각 30경기, 하영민 28경기, 김인범 14경기, 김윤하 12경기, 이종민 9경기, 김선기 6경기, 전준표 5경기, 정찬헌 4경기, 조영건 3경기, 손현기 2경기, 윤석원 1경기였다.
냉정히 볼 때 여기서 28경기서 9승8패 평균자책점 4.37의 하영민만 발굴했다고 봐야 한다. 그 하영민 조차도 1~2년 더 꾸준히 해줘야 진짜 자리를 잡는 것이다. 김인범과 김윤하는 자신의 공을 어느 정도 던지면서 꾸준히 기회를 받았지만 성적은 참혹했다. 그래도 이 과정을 밟지 않으면 안 된다. 키움은 내년에는 자연스럽게 더 많은 국내 투수에게 선발 등판 기회를 줄 것이다. 단순계산으로 올해 외국인투수 1명 몫인 30경기를 국내 투수들이 더 책임져야 한다.
내년엔 올해 이상의 가시적 성과를 거둬야 한다. 벌써부터 류현진급이란 얘기까지 나오는 정현우에 대한 기대가 크다. 그러나 정현우는 아직 베일을 벗지 않은 신인투수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다. 정현우가 기대대로 좌완 에이스로 성장하는 게 맞지만, 시간이 필요하다. 당장 내년엔 보너스로 여기고 긴 호흡으로, 편안하게 해줄 필요가 있다.
설령 정현우가 기적처럼 내년에 안정적으로 한 자리를 차지해서, 올해 하영민 이상의 활약을 펼치면 엄청난 성과다. 그렇다고 해도 키움의 토종 선발진 육성이 그것으로 끝나는 게 절대 아니다. 안우진이 돌아와도 최소한 2~3명의 토종 선발을 더 만들어야 한다.
구단과 홍원기 감독은 과감하게 기회를 줄 준비가 돼 있다. 결국 그 기회를 만드는 건 키움 투수들의 몫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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