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김진성 기자] 토종의 씨가 말랐다.
골든글러브 투표에서 외국인선수를 은근히 배제하던 악습은 완전히 사라졌다. 가장 극적으로 무드가 변한 포지션은 단연 투수다. 1998년 외국인선수 도입 이후 외국인선수의 첫 골든글러브는 2007년 다니엘 리오스였다. 외국인투수가 골든글러브를 받기까지 9년이 걸렸다. 이후에도 2009년에 아귈레노 로페즈가 수상했다.
사실 외국인선수 도입 초반에는 뛰어난 국내투수가 많았다. 그러나 2000년대 초반 류현진-양현종-김광현-윤석민 시대를 지나치면서 국내 선발투수들의 더딘 성장이 외국인투수의 골든글러브 러시로 이어진 측면도 분명히 있다. 이는 2010년대를 지점으로 한국야구의 경쟁력이 떨어진 것과도 관련이 있다.
2014년 앤디 밴 헤켄을 시작으로 2015년 에릭 헤커, 2016년 더스틴 니퍼트, 2018~2019년 조쉬 린드블럼, 2020년 라울 알칸타라, 2021년 아리엘 마란다, 2023년 에릭 페디, 2024년 카일 하트까지. 이 기간 국내투수 골든글러버는 2017년 양현종(KIA 타이거즈)과 2022년 안우진(사회복무요원)이 전부였다.
모든 구단이 한국시리즈 우승을 위해 AAAA급 외국인투수 영입에 사활을 건다. FA 영입 이상이다. 최근 수준 높은 외국인투수가 많이 온다. 외국인투수가 KBO리그를 메이저리그 복귀의 발판으로 삼고 과감히 태평양을 건너는 경우가 많다. 일본의 경우 돈은 한국보다 많이 벌 수 있지만, 외국인투수의 로스터 경쟁이 심하다. 이게 리그의 건전한 발전 차원에선 긍정적인 현상이지만, 외국인선수들 입장에선 마음 편하게 자리잡고 기량을 발휘할만한 무대로 KBO리그만한 곳이 없다.
즉, 다시 말해 국내투수들의 골든글러브 도전이 점점 어려워질 수 있다는 의미다. 그러나 그걸 극복하고 국내투수가 골든글러브를 찾아온다면, 그걸 계기로 한국야구의 경쟁력 향상을 꾀할 수 있다. 프리미어12서 5이닝도 채 못 버틴 각 팀 최고 토종투수들의 분전이 절실하다.
그래서 올해 토종 최고투수 원태인(삼성 라이온즈)의 2025년이 궁금하다. 원태인은 골든글러브 투표서도 예상을 뒤엎고 81표(28.1%)를 받으며 하트(119표, 41.3%)에 이어 2위를 차지했다. 제임스 네일(KIA 타이거즈, 63표, 21.9%)을 제쳤다. 28경기서 15승6패 평균자책점 3.66. 최근 4년 연속 3점대 평균자책점을 지켰으며, 2025시즌을 무사히 마치면 해외진출 자격도 주어진다. 일단 본인은 이에 대해 선을 그은 상태다. 발전하겠다는 의지가 분명하다.
좀더 시선을 넓히면, 2025시즌 막판 소집해제 될 안우진의 행보를 지켜봐야 한다. 올해 1년간 자리를 비웠지만, 여전히 토종 최고투수는 안우진이라는 시선이 지배적이다. 2021년 여름부터 2022시즌까지는 어지간한 외국인투수들을 압도했다. 작년엔 유독 승운이 따르지 않았을 뿐 역시 보통의 국내투수들과 달랐다.
긴 호흡으로 보면 문동주(한화 이글스)를 비롯해 최근 2~3년 사이에 입단한 투수 유량주들의 성장도 지켜봐야 한다. 문동주의 성장이 빠르지 않은 것 같지만, 안우진도 데뷔 후 3년차까지 딱히 두각을 드러내지는 못했다. 오히려 불펜투수로 더 돋보인 시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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