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26 북중미 월드컵 유럽 예선에서 발칸반도의 앙숙 세르비아와 알바니아가 10년 만에 축구 그라운드에서 맞붙게 된다. 두 팀은 13일(현지시간) 스위스 취리히에서 열린 예선 조 편성에서 잉글랜드, 라트비아, 안도라와 함께 K조에 편성됐다. 유럽에는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권 16장이 배당되며, 세르비아와 알바니아는 내년 두 차례 대결을 벌일 예정이다.
유럽축구연맹(UEFA) 회원국 55개국 중 우크라이나 침공으로 자격 정지 상태인 러시아를 제외한 54개국이 12개 조로 나뉘어 내년 3월부터 11월까지 홈 앤드 어웨이 방식으로 조별리그를 치른다. 각 조의 1위는 본선에 직행하며, 조 2위 12개국은 조 3위 이하 나라 중 2024-2025 UEFA 네이션스리그 성적 상위 4개국과 함께 토너먼트 방식의 플레이오프를 치러 남은 4장의 북중미행 티켓을 결정하게 된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는 역사적으로 오랫동안 적대관계에 있으며, 특히 코소보를 둘러싼 분쟁으로 갈등이 심화됐다. 2008년 세르비아 내 알바니아계 주민이 다수인 코소보가 독립을 선언하자 알바니아가 이를 지지하면서 두 나라의 관계는 악화일로를 걸었다. 축구장에서도 이러한 긴장감은 예외가 아니었다.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의 축구대표팀은 지금까지 두 번 맞대결을 가졌다. 첫 번째 대결은 2014년 10월 세르비아 베오그라드에서 열린 유럽축구선수권대회 예선에서 이루어졌고, 이 경기에서는 폭력 사태가 발생했다. 경기 도중 드론에 알바니아의 과거 영토를 찬양하는 깃발이 달려 있었고, 세르비아 선수들이 이를 떼어내면서 난투극이 시작되었다. 이로 인해 경기는 중단되었고, UEFA는 세르비아의 3-0 몰수승을 선언했다.
2015년 10월, 두 번째 대결에서는 세르비아가 2-0으로 승리했지만, 이 경기도 알바니아 팬들이 세르비아 선수단 버스에 돌을 던지는 사건이 발생했다. 이러한 과거를 가진 두 팀이 내년 월드컵 본선 진출권을 놓고 맞붙게 되는 것은 많은 이들의 이목을 끌고 있다.
이번 조 추첨에서 UEFA는 우크라이나와 벨라루스, 지브롤터와 스페인, 코소보와 세르비아, 보스니아 헤르체고비나 등 정치적 이유로 한 조에 편성될 수 없는 국가들을 정리했지만, 세르비아와 알바니아에 대해서는 특별한 제한을 두지 않았다. 이는 두 팀의 대결이 축구에만 국한되지 않고 정치적 긴장감을 동시에 내포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특히, 세르비아축구협회는 최근 UEFA로부터 징계를 받았다. 지난달 열린 UNL 2경기에서 발생한 세르비아 팬들의 인종차별적 행동이 문제가 됐다. 스위스와의 경기에서는 세르비아 관중이 알바니아 국기를 불태우려 했던 사건이 있었고, 이는 스위스 대표팀의 알바니아계 주장 그라니트 자카를 겨냥한 것으로 해석되었다. 이로 인해 세르비아축구협회는 UEFA 주관대회 원정 2경기 티켓 판매 금지 및 홈 2경기 관중석 부분 폐쇄 징계를 받았고, 총 17만3천유로의 벌금을 부과받았다.
사진 = EPA / 연합뉴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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