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데일리 = 방배동 최병진 기자] 허정무 축구협회장 후보가 축구협회의 올바른 시스템을 강조했다. 허정무 전 대전 하나시티즌 이사장은 내년 1월 8일에 열리는 제55대 축구협회장 선거에 출마한다. 허 후보는 지난달 25일 가장 먼저 공식 기자회견을 열고 출마 의사를 밝혔다. 추후에 뜻을 표명한 정몽규 축구협회장, 신문선 교수와 경선을 펼칠 예정이다. 그는 9일 「마이데일리」와 인터뷰에서 축구협회장에 임하는 각오 등을 밝혔다. 특히, ‘행정’, ‘기술’, ‘복지’를 공약 키워드로 내세우며 청사진을 그렸다.
◆ 투명하고 소통하는 경영의 필요성
먼저 허 후보는 투명하고 소통하는 경영의 필요성을 역설했다. “현재 축구협회는 행정의 불투명과 불공정으로 비판을 받고 있다. 시급하게 바뀌어야 하는 부분이다”고 말했다. 이어 “투명하고 소통하는 경영이 필요하다. 특히 예산 집행이나 행정적인 처리 부분에서 열린 모습으로 변화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그러면서 “기술은 축구대표팀의 경쟁력과 직결된다. 유소년부터 대표팀까지 이어질 수 있는 발판을 잘 마련해야 스쿼드가 강해질 수 있다”며 “이제 월드컵 8강 이상의 성적을 바라봐야 하는 시점인데, 초등학교는 연맹조차 사라졌다. 현재 대회분과위원회는 독립성도 없을 뿐더러 운영에 있어 여러 문제점을 노출하고 있다. 개선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공약으로 밝힌 ‘해외 거점 설립’에 대한 중요성도 언급했다. “선수들이 해외에 진출했을 때 축구협회의 지원과 관리를 받아야 대표팀의 귀중한 자원이 될 수 있다. 해외 거점은 이들을 체계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방안이다”며 “기후적으로는 프랑스 남부 지역이 좋은 편이다. 벨기에나 독일도 고려가 가능하다. 선수뿐 아니라 해외 거점을 활용해 지도자 교육이나 행정에 대한 교류도 이어질 수 있다”고 강조했다.
◆ 행정, 기술, 복지의 조화
아울러 ‘복지는 곧 일자리 창출을 의미한다’고 짚었다. 그는 “가능성 있는 선수들이 많지만, 기회를 못 잡고 있는 선수들도 있다. 이런 선수들을 위한 독립 구단 형태의 팀 구성을 계획하고 있다”며 “각 시도협회와 협력해서 운영하면 선수뿐 아니라 지도자, 코칭스태프도 추가로 일자리가 생기게 된다. 네덜란드나 유럽에는 선수 연금 제도도 있다. 우리나라 실정에 맞게 어떻게 적용될 수 있을지 고민이 필요하지만, 문화체육관광부나 금융당국과 협의로 해결책을 찾을 수 있다”고 말했다.
허 후보는 기술, 행정과 더불어 복지가 어우러져야 건강한 조직 체계가 완성된다고 믿고 있다. “행정, 기술, 복지. 이 3가지 키워드는 반드시 필요한 부분이다. 해당 요소들을 바탕으로 축구 팬들의 신뢰를 받을 수 있는 축구협회가 돼야 한다. 지금 축구협회가 흔들리는 가장 큰 이유는 명확하고 모두가 납득할 수 있는 시스템이 구축돼 있지 않기 때문이다”며 “장기적으로 축구협회가 흔들리지 않을 수 있는 시스템을 갖춰야 한다. 현재 축구협회에는 좋은 인력들이 많다. 이들에게 자신의 능력을 발휘할 수 있는 환경을 마련해 준다면 실제로 많은 개선이 이뤄질 것이다”고 힘줬다.
◆ 파주 NFC를 살려야 하는 이유
축구협회는 올해 1월을 끝으로 파주시와 국가대표트레이닝센터(NFC) 계약을 마무리 지었다. ‘천안축구종합센터’를 새로운 거점으로 삼으려 한다. 2022년 4월부터 공사를 시작했다. 전체 47만8000㎡ 크기 중 축구협회가 11만5000㎡(약 3만5000평)를 조성했다. 천안축구종합센터에는 소형 스타디움, 실내 축구장, 숙소동, 천연잔디축구장 3면, 인조잔디축구장 2장 등이 들어선다.
허 후보는 출마 기자회견에서 파주 NFC를 다시 살리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허 후보가 현재 축구협회의 행정을 정면으로 반박한 것이라는 주장이 등장했다. 하지만 허 후보는 “전혀 그렇지 않다”고 고개를 저었다. 그는 “천안축구센터 건립은 현재 진행이 되고 있다. 앞으로도 차질 없이 완공이 돼야 한다. 천안축구센터를 완전히 배제한다는 이야기가 아니다”며 “계획된 부분은 진행하되, 한국 축구의 역사적인 가치고 있고 2002년 한일월드컵의 의미를 담고 있는 상징적인 곳(파주 NFC)을 그냥 포기하다는 게 아깝다는 의미였다”고 밝혔다.
파주 NFC의 ‘시설 낙후’ 염려에 대해서도 확실한 의견을 내비쳤다. “물론 잔디는 다시 깔아야 한다. 현재 천연 잔디가 6면, 인조 잔디가 한 면 있다. 2면은 보존이 됐고, 나머지 4면은 보수가 필요하다”며 “훈련 시설은 훈련에 불편함이 없을 정도면 된다고 생각한다. 현재 파주 NFC도 선수들이 훈련하고 먹고 자고 쉬는 측면에서는 전혀 나쁘지 않다. 물론 손을 봐야 하는 곳도 있다. 시설은 추후에도 개선이 가능하다. 장소적인 측면에서 봤을 때도 (파주 NFC는) 필요성이 높은 곳이다”고 설명했다.
◆ 말이 아닌 ‘실천’이 꼭 필요하다
허 후보는 자신을 향한 우려에도 답했다. 일각에서는 ‘축구 원로’인 허 후보의 나이가 걸림돌이 될 수 있다고도 지적한다. 축구협회 정관 제23조의2 제2항 ‘회장 선거 후보자 등록’을 보면, 선거 당일 기준 만 70살 미만이어야 축구협회장 후보 자격을 얻을 수 있다. 1955년 1월 13일 생인 허 후보는 만 70살을 약 5일 정도 남겨둔 상황에서 출마에 나서게 된다. ‘규정상 문제는 없지만, 나이가 많은 게 아니냐’는 목소리도 있다.
허 후보는 나이가 문제가 되지는 않는다고 자신 있게 말했다. “저는 아직 스스로 젊다고 생각한다. 젊은 사람 못지않게 일을 할 준비가 돼 있다. 저는 징검다리 구실을 잘 할 수 있다고 생각한다”며 “앞으로 유능한 인물들이 지속적으로 축구를 발전시키고 터전을 만들 수 있도록 징검다리 구실을 하려는 것이다”고 부연했다.
끝으로 ‘축구인의 행정’에 대한 팬들의 부정적인 시선에 대해 안타까워하면서 냉정하게 현주소를 진단하고 해결책을 제시했다. “그건(축구인들에 대한 부정적인 시선) 분명 모든 축구인들의 잘못에서 발생한 일이다. 우리가 제대로 못했기 때문에 불신을 받고 있는 것이다. 축구인이 다시 신뢰를 찾기 위해서는 결국 행동하는 모습을 보여줘야 한다. 말로는 누구나 가능하다. 직접 실천을 해야 한다”며 “기자회견 때도 말했듯이 ‘한국 축구에 변화가 필요하다’는 이야기는 곳곳에서 나온다. 하지만 아무도 나서는 사람이 없어 창피스러웠다. 물론 이건 어느 한 명이 혼자 해셜할 수 있는 일이 아니다. 모두가 변화를 위해 노력해야 한다”고 목소리를 드높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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